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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란 듯”…폴란드, 냉전 이후 최대 규모 군사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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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8-17 10:22 조회1,01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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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보란 듯”…폴란드, 냉전 이후 최대 규모 군사 퍼레이드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벨라루스발 안보 위기에 총선 앞두고

대규모 퍼레이드로 군사력 과시

우크라 전쟁 후 나토서 존재감 키워

“나토 내 군사 초강대국 될 것” 전망도

 

폴란드군이 15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APF연합뉴스

폴란드군이 15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APF연합뉴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인 폴란드가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열었다.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국경 일대에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는 동시에 오는 10월 총선을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CNN 등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는 이날 ‘국군의 날’ 기념식의 일환으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군 장비 200대, 항공기 92대, 장병 2000명이 동원된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열병식에는 미국산 M1A1 에이브럼스 전차를 비롯해 한국산 K2 전차 및 K9 자주포,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하이마스), 크랩 자주포 등 폴란드가 보유하고 있는 최신 무기들이 대거 선을 보였다. 한국이 수출한 FA-50 전투기도 폴란드 배치 후 유럽 상공에서 첫 비행을 마쳤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폴란드의 동부 국경인 나토 국경 방어는 폴란드 국가 정책의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방력 강화에 집중해온 폴란드는 한국과 미국에서 전투기·전차 등을 구입하는 데 16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두다 대통령은 폴란드의 올해 국방 예산이 340억달러로 폴란드 국내총생산(GDP)의 약 4%에 이르며, 이는 전체 나토 회원국 중 가장 높은 비율이라고 강조했다. 2014년 2% 미만에서 올해 4%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폴란드는 국방비의 50% 이상을 새 무기 구입과 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과 라즈문트 안제이작 폴란드 육군 참모총장이 15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맞아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왼쪽)과 라즈문트 안제이작 폴란드 육군 참모총장이 15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맞아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는 동북쪽으로는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동쪽으로는 러시아의 동맹국인 벨라루스 및 현재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무장 반란에 실패한 민간군사기업(PCM) 바그너 그룹이 벨라루스로 거점을 옮긴 뒤 국경 일대에 군사적 긴장감이 강화되자, 폴란드 정부는 최근 병력 1만여명을 추가 배치하는 등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산 FA-50 등 최신식 무기 대거 등장…폴란드, 대규모 열병식 이유는

전문가들은 폴란드 정부가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군사력을 과시하며 러시아와 벨라루스를 향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열병식이 열린 폴란드 국군의 날은 1920년 폴란드군이 유럽으로 진군하는 러시아 볼셰비키군을 물리친 바르샤바 전투를 기념하는 날이다.

영국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에드워드 아널드 연구원은 “이런 퍼레이드는 옛소련 시절에 이뤄지던 행사”라며 “러시아는 지난 5월 전승절에 열병식을 했고, 벨라루스와 북한, 이란도 이런 열병식을 연다”고 CNN에 말했다. 이어 “적성국은 열병식을 군사력 과시로 간주하기 때문에 폴란드도 이런 방식으로 맞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퍼레이드가 오는 10월 폴란드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의 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우파 민족주의 성향의 집권당인 법과정의당(PiS)은 선거를 앞두고 안보 및 난민 이슈를 적극 부각하고 있다.

영국 서섹스대 정치학과 알렉스 스체르비악 교수는 “폴란드 국경 너머에서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안보 역량은 현 정부가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이 이슈는 폴란드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관통하고 있다”고 짚었다.

폴란드군이 15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폴란드군이 15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 전쟁 후 존재감 키워…“폴란드, 나토 내 군사 초강대국 될 것”

폴란드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름반도를 강제 병합한 뒤로 막대한 국방 예산을 쏟아부으며 유럽의 신흥 군사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 등에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며 외교 무대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특히 나토에서 폴란드의 입지가 강화됐다. 전직 나토 관리인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 제이미 시어 연구원은 “10년 전 나토의 주요 초점은 중동과 아프가니스탄이었고, 폴란드의 참여는 미미했다”며 “2014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강제병합 후 나토가 중부와 동유럽에 초점을 맞추며 나토 동맹에서 폴란드의 중요성은 엄청나게 커졌다”고 말했다.

아널드 RUSI 연구원은 나토 내 유럽 회원국의 권력 이동이 감지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영국, 독일, 프랑스가 미국과 함께 나토의 결정을 주도했지만,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고 독일이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을 주저하면서 폴란드가 일종의 ‘기회’를 포착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어 연구원은 폴란드가 국방비를 크게 늘린 것을 거론하며 “이런 계획을 유지한다면 폴란드는 EU와 나토에서 군사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며 “폴란드가 미국과 한국에서 주문한 전차를 전부 인수 받고 기존에 보유한 전차를 현대화하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의 전차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전차를 보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폴란드군이 15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APF연합뉴스

폴란드군이 15일(현지시간) ‘국군의 날’을 기념해 수도 바르샤바에서 열린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참여하고 있다. APF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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