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조만간 양국간 구체적인 현안들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실무그룹)을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 관계가 보다 예측 가능한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 양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문제와 해양 문제에 초점을 맞춘 두 개의 워킹그룹을 만들 예정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또 양국이 보다 넓은 분야에 초점을 맞춘 워킹그룹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몇 달 안에 세부 사항이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양국간 워킹그룹 구성은 지난달 31일 양타오(楊濤) 중국 외교부 북미대양주사 사장(국장)이 워싱턴을 방문해 미 고위 관리들을 만난 자리에서 일정한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소식통은 양측이 워킹그룹 구성에 대해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양국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 구성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첫 대면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사항이다. 그러나 지난해 2월 ‘풍선 갈등’으로 양국 관계가 냉각되면서 진전을 보지 못하다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방중을 계기로 다시 대화 국면이 조성되면서 논의가 재개된 것으로 보인다. 블링컨 장관 방중 당시 양측은 정상간 중요 합의를 이행하고 구체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 워킹그룹 협의를 계속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FT는 미·중 워킹그룹 구성에 대해 양국이 논쟁적인 사안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소통 채널을 열고 있는 것이라며 블링컨 장관 방중 이후 양국 관계 안정을 위한 첫 번째 진전된 신호이자 지난해 11월 정상간에 합의된 목표를 향한 가시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리하이둥(李海東) 중국 외교학원 교수는 “미 고위 관리들의 방중과 새로운 워킹그룹 구성은 양국 관계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있지만 양측이 그 관계를 다루는데 있어 점차 성숙해지고 비교적 예측 가능한 단계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미국의 중국 정책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오해와 오판”이라며 “새로운 소통 채널이 일부 핵심 문제와 긴급 상황에 대한 양측의 오판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들과 관영매체는 양국 워킹그룹에서 경제·무역과 기후 변화 대응 문제가 핵심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양국간 이견이 큰 국방·안보나 남중국해, 사이버 안보,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 및 기업 제재 문제 등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소통 채널 구축이 양국간 신뢰 증진에 도움이 되겠지만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