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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가 되다…한·미·일·북·중·러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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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7-20 08:45 조회1,084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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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가 되다…한·미·일·북·중·러 힘겨루기


최현준입력 2023. 7. 20. 05:05수정 2023. 7. 20. 08:35
[뉴스분석]
지난 17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항구에 러시아군 태평양 함대 소속 군함이 정박해 있다. 블라디보스토크/타스 연합뉴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이 사실상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지고, 미-중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국제사회의 진영화가 심화되면서 동해가 각국 간의 힘과 힘이 맞부딪치는 ‘증오의 바다’로 변하고 있다. 북핵 견제를 위해 미국의 탄도미사일핵잠수함(SSBN)이 42년 만에 부산에 입항하자 북한은 이를 견제하려 동해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두발을 쏘아 올렸다. 중국과 러시아도 기다렸다는 듯 연합훈련에 나서며 양국 간 전략적 연대를 과시했다.

19일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국방부는 전날 성명을 내어 “태평양함대 소속 함정들이 동해에서 러·중 해군의 연합훈련인 ‘북방·합동-2023’ 훈련에 참여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 기지를 떠났다”고 밝혔다. 이 훈련에 러시아군은 6800t급 대잠 구축함 아드미랄 트리부츠, 아드미랄 판텔레예프 2척과 초계함 그레먀시 등을 파견했다.

중국 국방부도 앞선 16일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함대가 전날 러시아와의 연합훈련을 하기 위해 칭다오 해군기지를 떠났다고 밝혔다. 중국 함대는 유도미사일 구축함 치치하얼·구이양, 유도미사일 소형 구축함 짜오좡·르자오, 4대의 헬기를 탑재한 종합 보급함 타이후 등 5척의 선박으로 구성됐다. 한·미가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지 공약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핵협의그룹(NCG)의 첫 회의(18일)를 예고하고, 북한이 이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쏟아내는 민감한 시점에 두 나라가 자신들의 군사적 존재감을 과시하고 나선 것이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훈련의 목적을 “전략적 해상 통로의 안전을 보장”하고 “중국군과 러시아군 간의 전략적 조율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두 나라는 정확한 훈련 일자는 밝히지 않고 있다.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일본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일본 통합막료감부(한국의 합동참모본부)는 18일 거듭 자료를 내 중국 함선이 전날 대한해협을 통과해 동해로 진입했다고 밝혔고, 하마다 고이치 방위상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중·러의 군사 동향에 대해 중대한 관심을 갖고 경계 감시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9일 “중·러가 일본과 한반도 인근 바다에서 훈련에 나선 것은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 한·미·일을 견제”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북한은 2019년 2월 말 ‘하노이 노딜’ 이후 2021년 1월 8차 당대회를 통해 5대 전략무기 확보 방침을 밝히고 지난해 9월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하여’를 채택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보유국으로 우리 국가의 지위가 불가역적인 것이 되었다”고 선언하며 지난 한해 동안에만 다양한 사거리의 미사일을 무려 59발 발사했다.

북한은 19일 새벽엔 탄도미사일 두발을 쏘아 올리며 미국의 탄도미사일핵잠수함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 미사일은 발사 지점인 평양 순안에서 부산까지의 거리와 정확히 일치하는 550㎞를 비행했다. 북한은 그동안엔 미국의 항공모함 전단이 동해에 진입하면 우발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군사적 움직임을 자제해왔지만, 지난해 가을 이후엔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강 대 강’ 대응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미국의 핵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의 부산 입항 때부터 11월5일 한·미 연합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스톰’이 끝나기까지 43일 동안 한·미와 북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북이 물러서지 않자 미 항모는 10월5일 급히 동해로 재진입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11월 초엔 북이 동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으로 단거리 미사일을 쏘자 남도 F-15와 F-16을 띄워 대응 사격을 했다. 남북이 상대쪽 북방한계선으로 미사일을 쏜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남북 간 통신선이 모두 끊긴 상황이어서 한쪽의 사소한 오판 하나가 민족의 운명을 벼랑 끝으로 내모는 본격적 무력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

동해에서 북한뿐 아니라 중·러의 군사적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미-중 갈등이 표면화된 2019년 여름부터다. 일본 방위성은 <방위백서>(2022년판)를 통해 “2019년 이후 중·러 양국이 일본해(동해)·동중국해·태평양 상공에서 폭격기를 동원한 공동비행(2019년 이후 6번)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 7월23일 전략폭격기를 이용한 첫 연합훈련 땐 러시아의 조기 경보기가 독도 상공을 침범해 공군이 전투기 19대를 급히 띄워 실탄 위협 사격을 하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러시아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로이터>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 가능성을 내비친 직후엔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초음속 전략폭격기 투폴레프(Tu)-22M3 8대를 오호츠크해와 동해 북부에 띄운 바 있다. 이번 훈련에도 대잠 구축함을 투입해 미국의 탄도미사일핵잠수함의 움직임을 견제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동해가 어느새 한·미·일과 북·중·러가 거칠게 맞서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바다로 변한 것이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길윤형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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