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소식

홈 > 소식 > 새소식
새소식

[경향신문-윤석열 정부 1년] ‘핵 대 핵’ 남북관계···대화 없는 일촉즉발 위기 / 중·러 척지고, 일과 불안한 동행…미국 …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5-10 12:42 조회1,062회

본문

[윤석열 정부 1년] ‘핵 대 핵’ 남북관계···대화 없는 일촉즉발 위기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경향신문 자료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핵에는 핵으로, 정면 대결에는 정면 대결로.”(지난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전술핵 배치를 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정부 1년간 남북관계는 ‘강 대 강’을 넘어 ‘핵 대 핵’ 위기로 팽창했다. 남북 대화가 중단된 가운데 북한은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을 실전화하기에 이르렀고, 윤석열 정부는 자체 핵무장론까지 거론한 끝에 미국의 핵자산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에 나섰다. 남북관계의 키워드가 대화와 평화에서 대결과 핵으로 바뀐 1년이었다.

핵전쟁 위기 고조

북한은 지난해 3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선언을 4년 만에 파기했다. 역대급 빈도·강도의 미사일 발사를 예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월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명시한 ‘핵무력 법제화’를 선언한 이후 핵 위협은 빠르게 고조됐다. 지난해 11월 미국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화성-17형 ICBM 완성을 선언한 데 이어 지난달 은밀성·기동성을 강화한 고체연료 주입 신형 화성-18형 ICBM 발사까지 이뤄냈다.

미국을 목표로 하던 북한 핵무기는 남한도 겨냥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전술핵 운용부대 훈련을 처음 공개하며 전술핵 실전 배치를 과시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1월1일 전술핵무기 사용 대상은 “명백한 적”인 “남조선 전역”임을 명백히 밝혔다. 지난 3월 전술핵탄두 ‘화산-31’과 수중 핵무기 ‘해일’을 처음 공개하기 이르렀다.

북한이 지난해 9월25일부터 지난해 10월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 훈련을 진행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해 9월25일부터 지난해 10월9일까지 인민군 전술핵운용부대·장거리포병부대·공군비행대 훈련을 진행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힘에 의한 평화”를 내건 윤석열 정부는 역대급 한·미 군사훈련과 미국 전략자산 등 확장억제력으로 북핵 위기에 대응했다. 여권을 중심으로 자체 핵무장론이 불붙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1월 “자체 핵 보유” 가능성을 직접 언급했다. 한국은 핵무장론을 지렛대 삼아 미국으로부터 핵협의그룹(NCG) 신설과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상시 전개라는 강화된 확장억제력을 받아냈다.

북핵 고도화로 본격화된 한·미·일 군사협력은 지난해 11월 세 나라 정상의 ‘프놈펜 선언’과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4월 한·미 정상회담,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을 거쳐 강화되고 있다.

남북 ‘핵 대 핵’ 힘겨루기 결과는 급격한 한반도 긴장 고조였다. 지난해 9월 미국 핵 항공모함이 한반도에 등장하자 북한은 역대 첫 북방한계선(NLL) 이남 탄도미사일 발사 등 각종 도발적 행동을 단행했다. 한·미는 그때마다 미 전략폭격기와 항모 등이 동원된 고강도 훈련으로 맞대응했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서울 상공에 무인기를 침투시키는 도발을 자행하자 윤 대통령은 모든 적대 행위를 금지한 2018년 남북 9·19 군사합의 조건부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과 미국이 지난 2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미 B-1B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한국과 미국이 지난 2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응해 미 B-1B 전략폭격기를 동원한 연합공중훈련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사라진 대화 여지

남북 당국 간 대화는 2018년 12월 이후 4년 넘게 단절됐다. ‘핵 대 핵’ 대결로 대화·협력의 여지는 사라졌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에 제시한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은 형해화됐다. 북한은 급기야 지난달 형식적 연락이나마 주고받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모두 차단했다. 남북 간 확전과 오판 가능성을 제어하는 마지막 소통 채널을 끊어버리며 긴장 고조를 선택한 것이다.

북한은 윤석열 정부 대화 제안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한·미가 대북 적대시 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 대화 제의는 “허위”라는 것이다. 담대한 구상 제안 직후 한·미가 대규모 연합훈련에 돌입하고, 한·미 정상이 지난달 “북한과 외교 의지를 재확인”한다며 “정권 종말”(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거론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며 선을 그은 상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10월 북한군 전술핵 운용부대 등의 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9~10월 북한군 전술핵 운용부대 등의 훈련을 지도하며 “적들과 대화할 내용도 없고 또 그럴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대화가 후순위로 밀린 것은 남북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과이기도 하다. 북한은 ‘신냉전’ 정세를 활용해 핵무력을 최대한 고도화시킨 뒤 내년 미국 대선 전후로 미국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남한은 핵을 가진 북한에 대응할 수단으로 대화 대신 압박을 선택했다. 역대 정부 첫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하고 통일부의 대북 교류·협력·대화 조직을 축소했다.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국인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 우크라이나 전쟁에 몰두하느라 북한 문제는 관심 밖이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이 균형을 상실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 대화 노력 없이 미국 확장억제력을 위시한 대북 압박에 치중됐다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9일 통화에서 “북핵이 한국을 실존적으로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면서도 “북한 문제는 밀고 당기기가 돼야 하는데 미는 건 보여도 대화로 당기는 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한반도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위해 대북정책에 대화도 비중 있게 담겨야 하는데 확장억제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며 “핵 대 핵 정면충돌 국면에서 위기가 촉발되면 제어할 장치가 없다”고 우려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남북을 공멸시킬 핵전쟁 위기가 전면에 부상했다”며 “남북 대화·교류·협력의 모든 생태계가 사라질 위기”라고 진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마치고 악수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남북관계는 당분간 계속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전술·전략핵 고도화를 멈추지 않고 있고 이에 맞선 한·미, 한·미·일 군사협력도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관계를 좌우하는 동북아 정세가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으로 치닫는 상황도 불안 요소다. 북한이 각종 제재·압박에 백기를 들고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요원하다.

대화를 통한 신뢰 회복과 안정적 위기관리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교수는 “북한을 힘으로 굴복 시켜 만드는 비핵화 합의는 신뢰가 없어 오래갈 수 없다”며 “신뢰를 구축해 평화와 공존을 회복하려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상황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최소한의 한·중 협력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북한과 대화 재개시 한국이 주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을 정교히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중·러 척지고, 일과 불안한 동행…미국 국익에 갇힌 ‘외교’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한국 외교 정책, 인·태전략 등 미 ‘버킷리스트’ 실행에 끌려가

‘한·미·일 vs 북·중·러’ 인식, 핵 위협 등 한반도 불안감 높여

윤 대통령, 후보 때 “국익 우선, 당당한 외교” 공약 형해화돼

 

중·러 척지고, 일과 불안한 동행…미국 국익에 갇힌 ‘외교’

10일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의 첫 외교 일정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난 일이었다. 취임 후 11일 만인 지난해 5월21일 한국을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은 새 행정부 출범 후 가장 빠른 정상회담이라는 기록을 만들었다. 

윤 대통령의 지난 1년은 모든 책임을 내가 질 테니 나를 따르라는 식의 ‘일방주의 외교’로 채워졌다. 미국의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한국의 외교정책을 일치시키고, 미국의 ‘버킷리스트’를 차곡차곡 실행해왔다. 

바이든 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한·미·일 3각 협력을 내세웠고, 이 중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의 개선을 향후 1~2년 내 추구해야 할 핵심 계획으로 제시했다. 한·미·일 3각 채널을 통해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핵심 기술 등 공급망에서 협력을 강화하며, 대만해협 등 동맹에 대한 공세적 억지력도 키운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미 정상회담 뒤 윤석열 정부의 외교 행보는 바쁘게 이어졌다. 지난해 6월과 11월 각각 스페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와 캄보디아 아세안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고 3각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해 12월에는 자체적으로 인도·태평양 전략을 제시했다. 

큰 그림을 그린 윤석열 정부는 미국이 실행계획으로 제시한 한·일관계 개선에 나섰다. 지난 3월6일 굴욕 외교 논란을 빚은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발표를 강행했고 16일 한·일 정상회담 등을 계기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정상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세계무역기구 제소 취하, 화이트리스트 복원 등 일본에 선제적 양보를 거듭했다. 

한국  윤석열, 미국  조 바이든, 일본  기시다 후미오(위 왼쪽부터), 북한  김정은, 중국  시진핑,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아래 왼쪽부터)

한국 윤석열, 미국 조 바이든, 일본 기시다 후미오(위 왼쪽부터), 북한 김정은, 중국 시진핑,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아래 왼쪽부터)

남기정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는 “강제동원(징용) 해법에서는 한국 정부가 최소한 지켜왔던 원칙을 무너뜨리고 대법원 판결을 무력화하는 손쉬운 선택을 했다”며 “매우 잘못된 외교인 데다 기본 입장이 흔들릴 수 있는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어 오랫동안 후유증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한·일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가져온 미국은 즉각 환영했다.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마친 윤 대통령을 국빈방문이라는 최고의 예우로 환대했다. 

황재호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은 지난 1년간 주변 정세를 블랙홀처럼 흡수하는 느낌”이라며 “미·중 사이 중간적 입장이었던 한국 외교가 독자적 인도·태평양 전략을 내놓으면서 미국으로 기울었고 이번 회담으로 완전히 쏠렸다”고 평가했다. 

한·미·일 협력 강화는 북·중·러 공조를 통한 북핵 미사일 위협의 고도화, 한반도 정세 불안 고조 등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중국과는 ‘역린’인 대만해협 문제가, 러시아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여부 등 예민한 이슈가 엮여 있기 때문이다.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를 급격히 냉각시킨 원인이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나왔다는 점도 불안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윤 대통령의 즉흥적인 외교로 2021년 9월 후보 시절 밝혔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당당한 외교”는 형해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은 “외교안보 전략에 관한 여야의 기본 묵계인 ‘한·미 동맹 중시와 대중·대러 적대관계 전환 불원’이라는 한국의 전통적 외교안보 프레임을 바꾸고 있다”면서 “미국의 국제정세 인식 프레임을 적극 수용한 윤석열 정부는 현 세계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진영, 특히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의 장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충돌할 가능성이 커지고 우크라이나전 참전 가능성까지 언명하면서 러시아와의 충돌 가능성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의 가치 치중 외교에 따른 대중·대러 리스크 증가와 남북 군사적 긴장 고조에 따른 피해는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브라우저 최상단으로 이동합니다 브라우저 최하단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