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윤석열 정부 1년 ④초라한 경제 성적표] 기업은 뒤통수 맞는데…아메리칸 파이만 찾는 ‘1호 영업사원’ (202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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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5-11 09:39 조회1,08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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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뒤통수 맞는데…아메리칸 파이만 찾는 ‘1호 영업사원’
“한미 동맹은 단순히 이익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편의적 계약관계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국빈 방문 때 하버드대학교 연설에서 한 말이다. 한미 동맹의 결속력을 강조한 말인데, 기업인들은 천근만근 부담감과 위기감을 느꼈다. 방미 경제사절단에 동행한 5대 그룹의 대외협력담당 임원은 “늘 거래 상대와 이익을 따지는 게 비즈니스 세계의 일상인데, 마치 국가 안보를 위해 미국에 백지 계약서라도 건네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국내 기업의 불이익 논란이 거센 반도체지원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 두 나라 정상이 “긴밀한 협의”를 약속한 것을 ‘성과’로 꼽는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두 정상이 기업 활동에서 예측가능성 있는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상호 호혜적인 미국 내 기업 투자를 약속했고, 두 나라 장관들 선언문에는 ‘기업 투자 불확실성과 경영부담을 최소화’를 명기했다”며 “두 나라 첨단산업의 기술 협력도 양해각서 수준이라고 폄훼할 일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은 줄곧 이런 립서비스를 반복해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작년 5월 한국을 찾았을 때도 미 상무부는 “한국 투자기업에 대한 차별 없는 혜택과 지원”을 약속했다. 이후에도 우리 통상당국은 대미 투자기업의 차별 해소를 여러차례 ‘당부’하고 ‘요청’해왔다. 그러나 결국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됐고, 독소조항이 가득한 반도체지원법 가드레일(안전장치)이 나왔다. 10월로 끝나는 한국 기업의 중국 반도체 공장의 장비·기술 수출 통제도 유예 확약을 받지 못했다.
정부와 별도로 국내 기업들은 지난해부터 해외 대관 및 통상 업무를 강화하며 대응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노력을 안한 건 아니다. 하지만 정부간 대화에서는 구체적인 진전이 없었다. 정상회담 때 좀 더 명시적인 답변을 얻길 기대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영업사원 1호가 국내 수출기업들의 영업 리스크를 더 키웠다” “미국이 경제안보라는 새로운 그물을 쳤고 그 그물에 우리의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이 걸렸다” 등의 격앙된 반응도 나온다.
기업인과 전문가들 사이에선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급격한 미국 중심 ‘경제안보론’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힘센 미국 진영에 적극 가담하는게 기업과 비즈니스에도 유리하다는 생각은 단선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양희 대구대 교수는 “최근 미국을 찾는 외국 정상보다 베이징을 찾는 정상들이 더 많다. 미국이 과도하게 자국 중심주의를 강화하는데 동맹과 우방이 반발하고 그 틈새를 중국이 파고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한테 탈중국(디커플링)은 기회와 위기 요인이 공존한다. 시간과 속도의 문제이지 탈중국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의견도 많다. 대중국 교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양적·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 2021년 대중 수출은 25.3%에서 지난해에는 22.8%로, 올 1분기 19.5%까지 떨어졌다. 중국이 내수 중심과 첨단산업 자립화 노선을 추구하면서 상호 보완 관계에서 경쟁 관계로 선회중이다. 반도체·배터리를 비롯해 미래 첨단 전략산업의 경우 미국의 대중 봉쇄 덕분에 중국의 추격이나 역전을 자연스럽게 지연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현실적으로 대중·대러 관계의 연착륙이 필요하다. 자칫 중·러의 경제적·군사적 보복 등으로 ‘수출 대한민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출 다변화는 장기적인 과제다.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당장 중국경제 회복의 모멘텀을 놓치면 안 된다. 미-중 경쟁은 한 두해에 해결될 문제도, 어느 한쪽의 일방적 승리도 갈 가능성도 크지 않다. 두 나라가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주변국들은 동맹 관계 여부를 떠나 경제적 파이가 줄어들 수 있다. 국제 평화와 자유무역질서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전략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김회승 고한솔 기자 honest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