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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1) - 김정은이 애정하는 첨단기술 개발 기관, 111호제작소 (2022. 5.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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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6-08 08:53 조회795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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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애정하는 첨단기술 개발 기관, 111호제작소

  •  변학문
  •  
  •  승인 2022.05.24 17:51
 

[연재]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1)

코로나 진단 장비도 자체제작했다고 알려져
 

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통일뉴스는 5월 24일부터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이 '과통TV' 유튜브를 통해 소개한 '북한과학기술 톺아보기' 시리즈를 재구성하여 새로 연재합니다.

'과통TV'는 북측 과학기술 관련 주제를 골라 조금 더 깊게 파헤쳐보는 유튜브 컨텐츠입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함께 올립니다./편집자주

 

북이 2020년 1월 말 코로나 19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비상방역체계’를 선포한 이후 현재까지 코로나 방역은 북 과학기술계의 핵심 과제이다. 

국가과학원 생물공학분원, 김일성종합대학 생명과학부, 평양의학대학 등 바이러스 연구・질병관리와 직결된 기관들은 코로나 19에 대한 정보 수집 및 기술지도서 작성, 각 도 방역사업에 연구설비 및 연구인력 투입, 각종 검사기구・시약・주사약 확보/제작 등에 역량을 집중했다.

생물학, 의학 부문 외의 연구기관들, 예를 들어 김일성종합대학 나노기술연구소, 김책공대 전기공학부와 나노물리공학연구소, 국가과학원 나노공학분원 등도 방역사업에 많은 연구인력을 투입했다. 

이들은 코로나 방역에서 소독제로 널리 쓰인 이산화염소발생기와 공기 소독・생활폐수 정화를 위한 오존발생기를 만들었고, 의료용 마스크 연구개발을 진행했으며, PCR 설비와 같은 진단 설비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를 담당했다. 

2021년 8월에는 코로나 19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기본 설비인 실시간 PCR(RT-PCR)을 개발해서 배치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실시간 PCR을 만든 곳이 바로 국가과학원 산하 111호제작소이다. 1998년 설립되었다고 알려진 111호제작소의 이름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곳을 처음 방문한 1999년 1월 11일에서 따왔다. 

그런데 현재 이름은 2011년에 붙은 것이고, 1998년 설립 당시는 마스크제작소였다. 여기서 ‘마스크’(mask)는 아주 작은 반도체 칩에 매우 복잡하고 정교한 회로를 그려 넣을 때 사용하는 일종의 틀이다. 아래 그림처럼 마스크에 회로를 그린 뒤 빛을 이용해서 웨이퍼에 회로를 새겨넣는다.

[출처: 삼성반도체이야기, samsungsemiconstory.com]
[출처: 삼성반도체이야기, samsungsemiconstory.com]

즉, 111호제작소는 북이 ICT 부문의 첨단 연구개발을 위해 경제난이 여전히 심각했던 1998년에 과감하게 투자해서 만든 곳이다. 

북의 문헌에 따르면 이곳은 설립 초기부터 이름과 직접 관련된 반도체 집적회로 기술과, 그에 기초한 정보통신 부문의 다양한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적극적으로 개발해왔다고 한다. 

그러나 필자가 현재 접근 가능한 자료들에서는 111호제작소가 김정일 집권기에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찾기 힘들다.

이와 달리 김정은 집권기에는 111호제작소가 다양한 분야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술들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자주 등장했다. 

예를 들어 이곳은 2013년 역도경기용 전자심판 시스템을 개발하여 그해 9월 평양에서 열린 ‘2013 아시안컵 및 아시아 클럽 역도선수권대회’에 도입했다고 한다. 

111호제작소는 이뿐 아니라 레슬링 경기용 전자심판 시스템, 수자식 노기스(디지털 버니어 캘리퍼스), 축전지 감시측정 전용 집적회로, 공기정화소독기, 출퇴근 기록기 등도 2013년에 만들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2014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이 국가과학원을 현지지도 했을 때 111호 제작소에 한 시간 이상 머물면서 이곳이 개발한 제품들을 살펴봤고, 일부 제품들은 다른 간부들에게 보여주겠다며 가져가기도 했다.

111호제작소가 개발한 출퇴근 기록기 [사진-조선중앙TV, 2017.7.1]
111호제작소가 개발한 출퇴근 기록기 [사진-조선중앙TV, 2017.7.1]

김정은 위원장이 이렇게 큰 관심과 애정을 보인 111호제작소는 이후에도 여러 성과를 냈다고 알려졌다. 대표적인 예가 평양자라공장 현대화이다. 

이곳은 자라 양식 부문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현대화, 과학화하라는 김정은 위원장의 2015년 5월 현지지도 지시에 따라 1년 동안 현대화 사업을 진행했다("北 김정은, 평양자라공장 방문 자라양식 강조", 통일뉴스, 2016.7.6. 참고. http://www.tongi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7301).

이때 111호제작소는 양식장들의 수온과 산소 함량, pH, 먹이 주기 시간 등을 실시간으로 조종하면서 여러 가지 생산 및 계획방법을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는 통합생산체계를 구축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자신들이 개발한 무인먹이운반차도 도입했다. 

2016년 7월 현대화를 마친 평양자라공장을 다시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은 기념사진을 찍을 때 '무인먹이운반차에 새겨진 111호제작소 이름이 나오게 찍자'고 제안했을 정도로 111호제작소의 연구개발 성과에 크게 만족했다.

수조 속 자라의 수와 체중을 원격감시/측정하는 평양자라공장의 통합생산체계 [사진-조선의 오늘, 2017.12.6]
수조 속 자라의 수와 체중을 원격감시/측정하는 평양자라공장의 통합생산체계 [사진-조선의 오늘, 2017.12.6]
111호제작소가 개발한 무인먹이운반차[사진-조선중앙통신, 2016.7.6]
111호제작소가 개발한 무인먹이운반차[사진-조선중앙통신, 2016.7.6]

같은 해 111호제작소는 2013년 개발한 고성능 공기정화소독기를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130여 대를 만들어서 균과 먼지 제거가 필수적인 생산공정 수십 곳에 도입하기도 했다.

2017년에도 111호제작소의 새로운 개발 소식이 이어졌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물고기 선도 감시 및 출하체계 <향기>다. 

이 시스템은 물고기를 보관하는 냉동저장고의 구역별로 온도와 습도를 실시간으로 측정, 저장하고 그 이력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물고기 선도를 확인하고 출하 순서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111호제작소가 새롭게 설계 제작한 전자측정 센서, 무선 송수신기, 무선중계기, 무선 통신 프로그램, 분석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물고기 선도 감시 및 출하체계  [조선중앙TV, 2017.7.1]
물고기 선도 감시 및 출하체계 [조선중앙TV, 2017.7.1]
1월8일수산사업소의 종합 현시판(모니터) 좌측에 가 띄워져 있다. [사진-서광, 2017.3.14]
1월8일수산사업소의 종합 현시판(모니터) 좌측에 가 띄워져 있다. [사진-서광, 2017.3.14]

이 시스템도 김정은 위원장이 인민군 산하의 수산사업소들을 현지지도할 때 물고기 가공과 공급의 과학화, 정보화 수준을 높이라고 지시한 데 따라 개발한 것이었다. 이에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의 지시를 이행한 111호제작소를 또 치하했다.

2017년 111호제작소는 <향기> 외에도 흙에 꽂아서 바로 수분을 측정할 수 있는 휴대용 토양수분측정기, 측정 속도와 정확도가 높은 제품 검측 선별기, 무인먹이운반차를 개량한 무인원료운반차도 만들었다.

111호제작소는 2018년에도 블루투스 기능을 가진 무선시스템 집적회로나 디지털 전원 조종회로 등의 설계에서 성과를 거두었고, 2.8직동청년탄광의 10여 개 갱에 대한 유무선 통신망을 구축했으며, 이 탄광의 설비 수십 대에 대한 원격감시조종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김정일 집권기부터 북이 독려하고 있는 연구기관의 첨단제품 생산도 더욱 활성화해서 공기정화소독기, 엽록소 측정장치 등 제품을 더 많이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2.8직동청년탄광의 종합지령실 [사진-조선의 오늘, 2018.10.9]
2.8직동청년탄광의 종합지령실 [사진-조선의 오늘, 2018.10.9]

111호제작소의 신기술 개발 보도는 2019~2021년에도 이어졌다. 예컨대 2019년에는 기존 공기정화소독기를 생산현장뿐 아니라 병원 수술실・치료실의 균과 먼지 제거에도 쓸 수 있도록 개량했다. 

2020년에는 건물 구조를 크게 바꾸지 않고도 제약공업・식료공업 부문의 기존 생산현장을 쉽게 무균・무진화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형 분산형 정화공조 시스템을 확립했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다. 

같은 해 국가과학원이 기계공학연구소가 주도하고 여러 연구소가 협력하여 전자현미경의 일종인 '주사굴현미경'(주사터널링현미경, Scanning Tunneling Microscope, STM)을 만들었는데, 111호제작소도 여기에 참여해서 주요 부분품과 기술을 개발했다. 

참고로 국가과학원은 2012년에 이미 STM을 제작했다고 알려졌고, 이보다 앞선 2004년 김일성종합대학이 STM을 개발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111호제작소의 2021년 성과로는 서두에 언급한 실시간 PCR과 함께 휴대용 태아 심박계, 안내 봉사 로봇 등이 있다.

111호제작소가 개발한 안내봉사로봇 [사진-내나라, 2022.1.27]
111호제작소가 개발한 안내봉사로봇 [사진-내나라, 2022.1.27]

이 글에서 111호제작소가 개발했다고 소개한 기술들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현재로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김정은 위원장이 이곳의 성과를 여러 번 치하했고, 로동당 중앙위원회의 축하문, 3대혁명붉은기, 26호모범기대영예상 등 북에서 우수한 성과를 거둔 단위가 받을 수 있는 상을 거의 다 받는 등 북의 연구기관 중 선두권에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로동신문], [민주조선], [조선의오늘] 등 북의 매체들은 2022년에도 111호제작소가 첨단 연구개발에서 큰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박사.

대학에서 미생물학, 대학원에서 북한 과학사를 전공했고,

북의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 전략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강국’ 구상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2018) 등이 있고,

공저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10년의 변화 10개의 키워드』(블루앤노트, 2022), 『김정은의 전략과 북한』(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2021)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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