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 외교 굴욕... 윤석열 정부 어디까지 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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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3-01-03 09:56 조회99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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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일 외교 굴욕... 윤석열 정부 어디까지 갈 건가 [김종성의 '히, 스토리']
[김종성 기자]
▲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지난 12월 26일 한일 외교당국 국장급 협의 참석을 위해 도쿄 소재 일본 외무성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
ⓒ 연합뉴스 |
일제 강제징용(강제동원) 문제의 종결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산케이신문>에서 나왔다. 이 신문의 1월 1일자 기사인 '단독: 징용공 소송 문제, 한국이 1월 중에라도 해결책 제시, 일본 측에 전달(<独自>徴用工訴訟問題、韓国が1月中にも解決策提示、日本側に伝達)'이 그런 내용을 전했다.
"해결책은 전 징용공 지원 활동을 하는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패소한 일본 기업의 배상금에 상당하는 기부금을 한국 기업 등으로부터 모금해 원고에게 지불하는 안이 유력하다."
이 방안은 지난 12월 26일에 피해자 법률대리인단과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및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성명서와도 일치한다. 성명서는 "지난주 외교부 측으로부터 강제동원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유력한 안을 청취"했다며 "한국 정부 유력안은 (1)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국 기업들의 기부를 받아 재원을 마련하여 (2) 일본 기업을 상대로 승소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변제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1월중 전범기업 대신해 한국 재단이 피해자에게 금전 지급"
피해자 측이 외교부로부터 들은 내용과 <산케이신문>이 보도한 내용은 미쓰비시나 일본제철 같은 전범기업을 대신해 한국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피해자들에게 금전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 방식으로 징용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는 한국 측의 입장 전달이 지난달 26일 한·일 협의 때 있었다는 것이 <산케이신문>의 보도다.
행정안전부 산하인 위 재단은 지난달 21일 임시이사회를 통해 정관 개경을 의결했다. 재단의 사업 범위에 '피해자 보상 및 변제'를 넣는 이 개정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승인을 거쳐 확정된다.
재단이 지원금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는 것과 '보상 혹은 변제'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한국 정부의 재단이 후자 명목으로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면, 책임이 일본이 아닌 한국에 있었다는 말이 된다. 한국 정부가 일본을 면책시키고 스스로 책임을 떠안는 모양새가 된다.
후자 명목으로 지급하면 또 다른 문제점을 만들게 된다. 피해자들에게 변제 형식으로 지급하면, 이들과 전범기업의 관계가 단순한 채권채무관계였다는 말이 된다. 일본제국주의자가 한국에 죄악을 짓고 간 게 아니라 빚만 남기고 갔다는 말이 된다.
한국 단독 발표 유력
▲ 한국 정부의 일제 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 피해 배상 문제 해결책 발표 전망을 보도하는 <산케이신문> 갈무리 |
ⓒ 산케이신문 |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우리 국민들의 희망대로 해결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일본의 성의표시만큼은 받아내겠다고 공언했다. 미쓰비시나 일본제철의 사과 표명과 더불어 얼마간의 금전 출연을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산케이신문> 보도대로 흘러가면, 일본은 최소한의 성의표시를 하기는커녕 발표 현장에 나올 필요도 없게 된다. 위안부 합의 때 기시다 후미오 당시 외무대신이 한국에 찾아와 공동 기자회견을 연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하야시 요시마사 현 외무대신이 한국을 찾아오지도 않는 상태에서 한국 정부가 단독 발표로 사안을 봉합하면, 윤석열 정부의 대일 협상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된다. 발표 현장에 일본 측을 참여시키지도 못할 정도라면, 2015년 합의는 물론이고 1965년 한일협정보다도 훨씬 못한 외교적 굴욕으로 기록될 수밖에 없다.
1965년과 그 이전에 우리 국민들은 굴욕 협상을 그만두라며 거국적인 저항운동을 벌였다. 윤 정부가 단독 발표로 문제를 봉합하게 되면 1965년보다 더 굴욕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우리 DNA 속의 식민지배 상처를 다시 한번 짓누르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거짓 주장을 내세우면서 윤 정부를 상대로 '해결책을 갖고 오라'고 요구했다. 윤 정부가 단독 발표로 종결시키게 되면, 이는 그간의 협상이 일본 측에 해결책을 보여주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식민지배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해결책을 보여주고 승인을 얻고자 그처럼 분주하게 움직였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정부가 최종 발표를 하기 전에 "원고단이나 지식인들이 참가하는 공청회에서 의견을 청취"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공청회가 윤 정부의 최종 입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이제까지 윤 정부가 개최한 민관협의회나 4자 현인회의(현자회의)가 국민 여론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산케이신문>은 "공청회는 결론에 도달하는 절차의 최종단계"라고 보도했다. 별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공청회는 문제를 종결짓기 전에 거쳐가는 형식적 관문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곧 한국군 장병 굴욕으로 이어질수도
기시다 후미오 내각이 이처럼 윤석열 정부를 움직여 강제징용 문제를 서둘러 봉합하려 하는 것은 이 문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일 군사협력을 안정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지금 일본의 최대 현안 중 하나는 반격능력 제도를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의 공식 협조를 끌어낼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사실상 선제타격이나 다름없는 반격능력을 독자적으로 행사하려면 주일미군과의 관계를 재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협조도 절실히 요구된다. 비상시의 반격능력 행사에 대비하려면, 북한·중국과 인접한 한국과의 연합군사훈련을 자주 실시할 필요가 있다. 또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보다 강력한 군사정보 공유 시스템이 한·일 양국에 의해 검토되고 있다는 1일자 보도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한국으로부터 군사 첩보를 신속히 제공받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 국민들 사이에서 강제징용·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라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게 되면, 윤 정부가 위와 같은 군사협력을 과감히 실시하기 힘들어진다. 이런 이유 때문에도 기시다 내각은 윤 정부를 움직여 징용 문제를 조속히 종결지으려 할 수밖에 없다.
징용 문제의 봉합이 한일 군사협력 안정화로 나아가는 전 단계라는 사실이 한국의 운명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금 방향대로 흘러가면 식민지배 문제를 해결할 기회를 놓치는 것은 물론이고 한국 안보에도 커다란 불이익이 생기게 되리라는 점이다.
징용 문제를 굴욕적으로 봉합하는 쪽으로 일본과 손을 잡게 되면, 다음 단계인 한일 군사협력에서 한국군이 일본군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징용 피해자들의 굴욕이 한국군 장병들의 굴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1965년의 굴욕적 협정이 대일 종속적인 경제관계를 초래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 단추를 잘못 꿰면 다음 단계에서도 한국은 대일 굴욕의 굴레에 계속 갇히게 된다. 우리 국민들이 지금의 굴욕적 한·일 협상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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