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또다시 결핵 고위험국으로 지정됐습니다. 영양실조가 북한 결핵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 가운데 장기간 국경 봉쇄로 북한 내 상황이 악화됐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안소영 기자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북한을 30개 결핵 고위험국 가운데 하나로 재지정했습니다.
WHO 는 27일 공개한 ‘2022년 세계 결핵 보고서’에서 북한을 결핵과 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다제내성 결핵 모두에서 고위험국으로 분류했습니다.
두 부문 모두에서 고위험국에 속한 국가는 북한을 포함해 방글라데시, 중국, 인도 등 17개입니다.
지난해 북한의 전체 결핵환자 수는 전년도보다 2천 명 감소한 13만3천 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513명이 결핵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같은 기간 북한에서 결핵 관련 보고가 9만 3천 597건 있었고, 결핵에 따른 사망률은 17%였다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북한 내 결핵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성이 60%, 여성이 35%였습니다.
또한 연령 별로는 45세에서 54세 사이의 남성이 가장 많았고, 이어 35세에서 44세, 25세에서 34세 남성이 결핵에 많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에서 결핵환자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영양실조로 꼽혔는데, 전체 환자 가운데 약 7만 명이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밖에 흡연과 과도한 음주, 비만도 결핵환자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은 올해 결핵 퇴치 예산을 지난해와 동일한 4천700만 달러로 책정했습니다.
국내 조달이 13%, 국제사회 지원이 3.8%로 부족분은 무려 83%에 달했습니다.
20년 넘게 북한의 결핵퇴치 사업을 벌여온 한 구호단체는 27일 VOA에 북한의 정확한 결핵 관련 통계를 검토할 외부 인력이 전무한 만큼 내부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다면서도 여러 정황을 보면 결핵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번 보고서에서 전년 대비 북한 내 결핵 환자 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것은 북한의 국경 봉쇄로 지원 물품이 반입되지 못하면서 결핵 진단기가 부족해 환자를 식별해 내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결핵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 1명이 매년 10명에서 15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며, 환자를 찾아 치료하지 않았다면 ‘집단 전파’로 이어지는 등 오히려 상황이 악화됐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결핵의 주요 근본 원인이 영양실조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 주민의 절반 이상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주민들은 매우 취약한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보고서는 지난해 전 세계 결핵 사망자를 160만 명으로 추정하고 결핵 사망자가 2년 연속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전 세계 결핵 사망자의 3분의 2 이상이 인도와 중국, 필리핀, 나이지리아, 방글라데시 등 8개 나라에서 발생하는 등 결핵 고위험국의 상황이 더욱 악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전 세계 연간 결핵 사망자 숫자는 지난 2005년부터 꾸준히 감소했지만 2019년 140만 명에서 2020년 150만 명으로 늘어나며 다시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는 가장 큰 원인으로 신종 코로나에 따른 의료시스템 과부하를 꼽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