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북한과 지속적인 비핵화 외교를 추구하며 확장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긴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또 중국을 미국이 당면한 최대의 지정학적 도전으로 규정하며 국제질서 재편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바이든 행정부가 12일 첫 공식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한반도와 관련해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한 가시적인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지속적인 외교를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동시에 북한의 대량상상무기(WMD)와 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확장 억제력을 강화한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바이든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We will seek sustained diplomacy with North Korea to make tangible progress toward the 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while strengthening extended deterrence in the face of North Korean weapons of mass destruction and missile threats.”
바이든 정부가 그동안 밝혀왔던 대북 원칙을 명시한 것인데, 이 부분은 이 보고서에서 ‘우리의 역내 전략’이라는 장에서 ‘자유롭게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증진한다’는 제목아래 소개됐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신미국안보센터(CNAS)와 조지타운대학이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이번 보고서와 관련해, 한 번에 한 개 이상의 위협을 주시해야 한다며 북한과 이란 등을 언급했습니다.
[녹취: 설리번 보조관] “We have to keep our eye on more than one ball at one time. The DPRK has not halted its forward progress. Iran is still advancing its nuclear program plotting to harm Americans.”
북한은 계속 (핵·미사일 개발) 진전을 멈추지 않았으며 이란은 미국인들에게 해를 끼치려는 음모를 꾸미면서 여전히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국가안보전략 보고서는 또 “미국은 75년 동안 강력하고 일관된 방위력을 유지해왔으며 계속해서 역내의 안정과 평화에 의미 있는 기여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우리의 인도태평양 조약 동맹인 호주, 일본, 한국, 필리핀, 태국에 대한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하고, 이런 동맹들을 계속 현대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바이든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For 75 years, the United States has maintained a strong and consistent defense presence and will continue to meaningfully contribute to the region’s stability and peace. We reaffirm our iron-clad commitments to our Indo-Pacific treaty allies—Australia, Japan, the Republic of Korea, the Philippines, and Thailand—and we will continue to modernize these alliances. We reaffirm our unwavering commitment to the defense of Japan under our mutual security treaty, which covers the Senkaku Islands. As India is the world’s largest democracy and a Major Defense Partner, the United States and India will work together, bilaterally and multilaterally, to support our shared vision of a free and open Indo-Pacific.”
일본에 대해선 “상호안보조약에 따라 일본 방위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한다”며 “여기에는 센카쿠 열도를 포함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는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곳으로 타이완해협에 인접해 있습니다.
이어 인도에 대해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자 주요 국방 파트너”라고 소개하며 “미국과 인도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이라는 우리의 공동 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양자, 다자간 협력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설리번 보좌관도 이날 연설에서 거듭 아태 지역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설리번 보좌관] “In the Indo-Pacific, we've reaffirmed our ironclad commitments to our treaty allies, lifted our alliances with Japan, South Korea and Australia to new levels of vitality restored the visiting forces' agreement with the Philippines. We've elevated a new partnership of democracies the Quad to help drive our vision of a free and open Indo-Pacific.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우리는 동맹들에 대한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하고 일본, 한국, 호주와의 조약 동맹을 새로운 차원의 활력으로 끌어올렸다”는 설명입니다.
아울러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추진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새로운 파트너십인 쿼드(Quad)를 강화했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백악관은 1980년대 이후 미국의 대외전략 방침을 천명하는 국가전략보고서(NSS)를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출범한 바이든 정부는 당초 올해 1월 이 보고서를 발표할 계획이었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략을 수정하면서 발표가 늦어졌습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국가안보전략이 “미국이 어떻게 우리의 주요 이익을 증진하며,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번영하며 안전한 세상을 추구할 것인지 설명한다”고 밝혔습니다.
48쪽 분량의 이번 보고서는 이 같은 “우리의 비전이 직면한 가장 시급한 전략적 도전은 권위주의 통치와 수정주의 대외 정책을 결합한 강대국”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침략전쟁을 벌이거나 준비하고, 다른 국가의 민주적 정치 절차를 적극적으로 훼손하며, 기술과 공급망을 강압과 억압을 위한 지렛대로 삼는 등 국제 평화와 안정에 도전을 야기하는 것이 그들의 행태”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비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런 행동을 거부하는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합류하고 있지만, 애석하게도 러시아와 중국(PRC)은 그렇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보고서는 “러시아와 중국은 다른 도전을 야기한다”고 진단했습니다.
[바이든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Russia and the PRC pose different challenges. Russia poses an immediate threat to the free and open international system, recklessly flouting the basic laws of the international order today, as its brutal war of aggression against Ukraine has shown. The PRC, by contrast, is the only competitor with both the intent to reshape the international order and, increasingly, the economic, diplomatic, military, and technological power to advance that objective”
구체적으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침략 전쟁이 보여주듯 오늘날 국제질서의 기본법을 무모하게 조롱하면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 시스템에 즉각적인 위협을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대조적으로 중국은 국제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점점 더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기술적 힘을 갖춘 유일한 경쟁자”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을 “미국의 가장 중대한 지정학적 도전(America’s most consequential geopolitical challenge)”이라고 규정했습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의 위협을 강조하며 “국제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와 그것을 할 수 있는 점증하는 능력을 모두 갖춘 유일한 경쟁자”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설리번 보좌관] “The PRC's assertiveness at home and abroad is advancing an illiberal vision across economic political security and technological realms in competition with the West. It is the only competitor with both the intent to reshape the international order and the growing capacity to do it.”
중국의 국내외에 대한 자기주장은 서구와의 경쟁에서 경제·정치·안보·기술 영역에 걸쳐 비자유주의적 비전을 진전시키고 있다는 겁니다.
이번 보고서는 또한 “우리는 다른 소규모 독재국가들도 공격적이고 불안정한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음을 인식한다”면서 이란과 함께 북한을 거론했습니다.
[바이든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We also recognize that other smaller autocratic powers are also acting in aggressive and destabilizing ways…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continues to expand its illicit nuclear weapons and missile programs”
“북한이 불법 핵무기와 미사일 프로그램을 계속 확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보고서는 "자유롭고 개방되고 번영하며 안전한 국제 질서"가 우리의 명확한 목표라며, 이를 이루기 위해 3가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바이든 국가안보전략 보고서] “Achieving this goal requires three lines of effort. We will: 1) invest in the underlying sources and tools of American power and influence; 2) build the strongest possible coalition of nations to enhance our collective influence to shape the global strategic environment and to solve shared challenges; and 3) modernize and strengthen our military so it is equipped for the era of strategic competition with major powers, while maintaining the capability to disrupt the terrorist threat to the homeland.”
먼저 미국의 힘과 영향력의 수단과 원천에 대해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가능한 가장 강력한 국가 연대를 구축해 국제 전략환경을 형성하고 공동 도전을 해결하기 위한 집단적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강대국과 전략적 경쟁 시대에 대비할 수 있도록 우리 군을 현대화하고 강화하는 한편 미국 본토에 대한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차단할 역량도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전략적 도전 외에 전 세계인들이 공통적으로 직면한 도전이 있다면서 기후변화, 전염병, 식량 안보, 테러, 에너지 부족, 인플레이션 등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 내에서 공동 도전을 건설적으로 해결하려는 경쟁자를 포함한 모든 나라와 협력하는 한편 민주주의의 유능함을 증명할 수 있도록 우리의 연대의 핵심인 민주주의 국가들과 협력을 심화하는 투트랙(dual-track approach) 접근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