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4년전 트럼프 친서서 "文 아니라 각하와 논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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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9-26 09:11 조회95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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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4년전 트럼프 친서서 "文 아니라 각하와 논의 희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4년 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북미협상에 관여하지 않길 바라는 의중을 표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미클럽이 발행하는 외교·안보 전문 계간지 한미저널은 오늘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4월부터 2019년 8월까지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8년 9월 21일 자 친서에서 "향후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각하와 직접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면서 "문 대통령이 우리의 문제에 대해 표출하고 있는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친서를 보낸 시점은 김정은 위원장이 문 전 대통령과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한 9월 19일 직후였습니다.
당시 두 정상은 남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한다는 내용의 합의가 담긴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미국의 고위 관료들도 협상에 개입하지 않길 바랐던 걸로 보입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계획이 취소된 직후인 2018년 9월 6일 자에 보낸 친서에서는 "각하의 의중을 충실히 대변한다고 보기 어려운 폼페오 장관과 설전을 벌이기보다는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타고난 각하를 직접 만나 의견을 교환하자"고 설득합니다.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 고위 관료들과의 협상에 대해 불신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와 김정은 사이의 협상에 끼어드는 것도 원치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서한을 볼 때 김정은 위원장은 담판을 통해 트럼프를 설득해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고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며 친서 곳곳에서 "톱다운 방식의 협상을 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을 지속해서 밝혔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 역시 김정은 위원장과 톱다운 협상을 이어가고 싶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트럼프는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직후인 2019년 3월 22일 자에 보낸 친서에서 "우리의 만남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와 달리 위원장님과 저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다"며 김정은 위원장을 달래기도 했습니다.
이정철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이 친서가 결과적으로 그해 6월 30일, 남북미 정상 회담의 도화선이 됐다"며 "트럼프는 대북 관계 개선 의지가 분명했고 대북 압박을 기조로 한 실무자들의 태도와는 달리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데 관심이 많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두 차례 정상회담을 하면서 주고받은 친서 27통이 최근 공개됐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배제하고 직접 담판을 하자고 친서를 통해 제안한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송영석 기자의 보돕니다.
[리포트]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미국이 비핵화 후속 조치를 압박하던 9월,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당시 미국 고위급 대표였던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설전을 벌이기보다, 정치 감각이 탁월한 트럼프 각하와 직접 만나 심층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싶다고 말합니다.
9월 21일 자 친서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길 희망한다고 적었습니다.
문 대통령의 과도한 관심은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문 전 대통령이 관여하지 않기를 바라는 의중을 표현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 친서를 평양에서 문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이틀 뒤에 썼습니다.
[김천식/전 통일부 차관 : "김정은은 미국 관료들과 또 문재인 대통령을 불신하고, 트럼프와의 직접 담판을 통해서 자신의 입장을 관철하기를 원했던 것으로 나타납니다."]
친서 외교는 싱가포르 회담 이후 더 빈번해졌고, 두 정상은 서로 존경의 표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고 걸출한 정치인' '결단력을 갖춘 지도자'라고 불렀고, 트럼프는 김정은을 '친애하는 위원장님'으로 부르며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하노이 2차 회담 결렬 뒤 편지 왕래는 줄었습니다.
3차 판문점 회담 이후에도 협상이 지지부진하던 2019년 8월,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연합훈련 중단, 제재 완화 등 어느 것도 얻은 게 없다면서, 해준 게 뭐냐며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2018년 4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주고받은 친서 27통을 공개한 주미 특파원모임 한미클럽은, 북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송영석입니다.
남재현 기자 (now@m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