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칩4' 대응전략 바꿨나..왕이 "한국 판단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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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8-10 09:51 조회72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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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칩4' 대응전략 바꿨나..왕이 "한국 판단 기대"
신지혜 입력 2022.08.10. 06:00
이른바 '칩4'라 부르는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대화. 중국은 한국의 '칩4' 참여에 대해 반대해 왔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이 이전보다 누그러진 입장을 보였습니다.
■박진 "전적으로 국익 따른 판단"…왕이 "진지하게 경청, 한국 판단 기대"
반도체 공급망은 어제(9일) 중국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의 핵심 주제였습니다.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박진 외교부 장관은 비공개 회담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한국이 '칩4' 예비회담에 참석한다고 통보했습니다. 박 장관은 동시에 "한국의 결정은 전적으로 국익에 따라 판단한 것으로, 특정 국가를 배제하거나 겨냥한 것은 결코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는 유사한 문제에 대해 국익에 기초해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왕 부장은 "중국으로선 관련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국익에 기초해 판단할 거라는 설명을 진지하게 경청했다"라며 "한국 측이 적절하게 판단한 것을 기대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의 판단을 우선은 존중하고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겁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 성명이나 관영 매체를 통해 '칩4' 구상을 "미국의 협박 외교", "한국의 상업적 자살" 등으로 표현하며 반대했던 과거와는 상당히 달라진 태도입니다. 이에 발맞추듯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회담을 앞두고 "한국이 부득이 미국의 소그룹(칩4)에 가입해야 한다면, 한국이 균형자 역할을 하기를 국제사회는 기대한다"는 사설을 싣기도 했습니다. 한국의 칩4 합류를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칩4 내에서 한국이 중국 입장을 적극 고려하도록 유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입니다.
■"사드, 한중관계 걸림돌 돼선 안 돼" 공감
회담의 또다른 핵심 주제는 '사드' 문제였습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 모두 깊이있게 각자의 사드 관련 입장을 명확하게 개진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사드가 필요하다는 한국 측 입장과 사드 배치에는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깔려있다는 중국 측 입장에 대해 서로 허심탄회하게 얘기했다는 취지입니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도 "동시에, 중국이나 한국 모두 이 문제가 한중관계 발전에 걸림돌이 돼선 안 된다는 점에 명확하게 공감했다"며 "이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박 장관은 2017년 사드 배치 직후부터 이어진 '한류 금지령'을 완전히 해소해달라고 요구했고, 왕 부장은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왕 부장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한국 영화 10편, 드라마 10편, 게임 4개가 들어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현황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회담장에 등장한 가수 보아…"양국 관계개선에 문화콘텐츠 효과적"
박 장관은 양국 관계 개선 방안 중 하나로 문화콘텐츠를 꼽았습니다. "문화 콘텐츠 교류는 양국 젊은 세대의 마음을 좁힐 수 있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영화와 방송, 게임, 음악 교류를 대폭 늘리자"고 제안했습니다.
박 장관은 회담장에서 한국 가수 보아와 중국 가수 류위신이 합작한 '베터(Better)' 뮤직비디오를 중국 측에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19 상황을 고려해 한국과 중국 양국에서 따로 영상을 촬영해 제작한 영상인데, 신기술을 활용한 콘텐츠의 예시로 한국 측이 준비한 겁니다. 박 장관은 "메타버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하는 등 새로운 콘텐츠 교류가 더 촉진될 수 있도록 지원하자"고 말했고, 왕 부장도 웃음을 띠며 적극 화답했다고 당국자는 전했습니다.
이밖에 한중 양측은 이달 24일 수교 30주년을 앞두고 양국 정부 간에 고위급 교류를 강화하자는 데에도 공감했습니다. 박 장관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한을 공식 요청했습니다. 왕이 부장에게도 방한을 제안하자, 왕 부장이 "짜장면 먹으러 가겠다"고 답해 회담 참석자들이 폭소하기도 했습니다. 양국은 차관급 외교안보대화를 서울에서 조속히 여는 데에도 합의했습니다.
■ 회담 분위기 좋았지만…북핵은 평행선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잘 조율된 듀엣과도 같았다"며, "한 쪽이 제안하면 한쪽이 검토하겠다고 하는 등 화합하는 모양새가 시종일관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서로 기존의 입장을 확인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 측은 북한의 지속적인 도발,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 최고위급 핵선제 사용 가능성 언급 등 전례없이 심각한 위기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점을 중국에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대화에 복귀하는 정확한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중국 측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도 했습니다. 아직 대면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한중 북핵 수석대표 간 대면 협의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는 취지의 언급도 했습니다.
중국 측은 한국 측 설명을 경청하고, 기존처럼 한국과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북한 비핵화 등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능한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해 나아갈 것이라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다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근본 문제인 북미관계가 중요한데, 미국 측이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며 아쉬움을 표명했습니다.
신지혜 기자 (new@kbs.co.kr)
칩4·사드 난제 속..오늘 칭다오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종합)
김효정 입력 2022.08.09. 11:49 수정 2022.08.09. 11:51(칭다오=연합뉴스) 공동취재단 김효정 기자 =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방문한 박진 외교부 장관이 9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회담한다.
전날 오후 공군 2호기로 칭다오에 도착한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칭다오시 지모(卽墨)구 지모고성에 있는 지모고성군란호텔에서 왕 위원과 회담을 하고 이어 만찬도 함께 한다.
이 자리에서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중관계 발전 방향과 한반도 문제, 지역·국제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박 장관은 출국을 위해 전날 외교부 청사를 나서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비핵화, 공급망 안정 등 안보와 경제 분야에 대해서 심도 깊은 논의를 할 것"이라며 "우리의 국익 차원에서 당면한 현안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미중경쟁 속에서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이전 정부보다 선명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대중국 관계에서 여러 도전도 불러올 수 있다.
이번 회담은 이런 도전들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새로운 한중관계 밑돌을 놓을 수 있을지 보여주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대화(이른바 '칩4') 예비회의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박 장관은 한국의 '칩4' 동참을 견제하는 중국에 특정 국가를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고 설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중국이 만약 우려가 있다면 해소할 수 있도록 설명을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한 이른바 '3불 정책'(사드 추가 배치 않고, 미국 MD·한미일 군사동맹 불참) 유지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우리의 안보 주권에 관한 사항"이라는 원칙적 입장으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 장관은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 영향이 완전히 걷히지 않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듯 "한국의 K팝과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문화 콘텐츠가 폭넓게 중국에 소개될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라고도 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대형 도발을 감행해 정세 불안정이 고조되지 않도록 중국의 건설적 역할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은 지역 및 글로벌 정세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최근 대만 방문과 이에 따른 역내 긴장 고조 상황을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박 장관과 왕 부장은 먼저 소수 인원이 배석한 소인수 회담에서 북한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등 주요 전략적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후 확대회담에서 올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중 양자관계와 관련한 구체적 실천 방안 등 현안과 미래 30년을 준비하는 양자관계 발전 방안 등을 다루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수교 30주년을 회고하고 성숙하고 원숙한 관계로 발전시키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교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요 지역 및 국제적 전략문제와 관련해) 전략적 동반자다운 소통이 될 것"이라며 "물론 의견이 일치하는 부분도 있고 견해를 달리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다른 나라끼리 견해가 똑같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소통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면서 기본적으로 상호존중, 상호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장관은 이날 재중국 교민·기업인 간담회와 중국지역 공관장 회의도 화상으로 개최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경제현장의 기업인과 교민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어지는 회담에서 애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도 이런 것을 해결하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당부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산둥대 명예교수를 지내는 등 회담이 열리는 산둥성과 인연이 있다.
양국은 지난 5월 외교장관 화상 회담에서 조기에 대면회담을 하기로 했을 때부터 산둥성을 개최지로 염두에 두고 있었으며, 중국 측은 애초 공자의 고향이고 태산이 근처에 있는 취푸(曲阜)를 제안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이 공유하는 유교 문화와 박진 장관의 등산 취미 등을 고려한 것이다. 그러나 비행장과의 거리 등 문제가 있어 한국 측이 그간 한중교류의 중심 역할을 해온 칭다오를 역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kimhyo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