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등 돌리는 동남아…"일방적 이스라엘 편애 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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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9-06 11:23 조회25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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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등 돌리는 동남아…"일방적 이스라엘 편애 분개"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09.05 10:20
아세안 10개국 중 7곳서 미국 지지율 급락
중국, 50.5% 얻어 미국 누르고 '첫 역전'
미국엔 '냉담'…반사이익 고스란히 중국에
미국에 대한 인식, 동남아서 빠르게 악화
"워싱턴 당국, 불필요하게 대립 일삼아"
"미, 안에선 엉망…밖에선 대놓고 이기적"
"동남아시아 정부들은 워싱턴 당국이 불필요하게 대립을 일삼고, 미국-중국 충돌을 촉발하거나 자국에 혜택을 주는 현 경제 질서에 추가적인 타격을 가할까 걱정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인식, 동남아서 빠르게 악화
"워싱턴 당국, 불필요하게 대립 일삼아"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동남아 담당 리콴유 석좌이자 케임브리지대 선임 연구원인 린 쿠옥(Lynn Kuok)은 '미국은 동남아를 잃고 있다'란 3일 자 <포린 어페어즈> 기고에서 "많은 동남아인은 국가안보를 이유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전기자동차(EV)에 왜 100%의 관세 부과가 필요한지 이해하지 못한다"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자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명백히 해치거나 국제법을 악질적으로 위반하는 중국의 행위에만 정확히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왜 이 지역의 미국 동맹국은 중국으로 향하는가'란 부제가 붙은 이 기고에서 쿠옥 석좌는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 회원국을 상대로 올해 실시한 싱가포르 ISEAS-Yusof Ishak 연구소의 여론조사를 소개하면서 빠르게 달라지는 동남아의 민심 동향을 전했다. 이 연구소는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대학, 싱크탱크, 기업, 시민사회, 비영리 기구, 언론, 정부, 지역‧국제 기구 종사자 1000~2000명을 대상으로 해마다 여론조사를 해왔다.
동남아서 미국 입지 상실, 중국 입지 강화
중국, 50.5% 얻어 미국 누르고 '첫 역전'
올해 조사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동남아에서 미국의 입지 상실과 중국의 입지 강화 흐름이다. 연구소는 2020년부터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꼭 선택해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을 하기 시작했지만, 올해 처음으로 미국보다 중국을 선택한 응답자들이 더 많았다.
2020년에는 미국이 50.2%로 49.8%의 중국을 앞섰다. 특히 2023년에는 브루나이와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태국에선 전체 평균을 밑돌긴 했지만, 미국이 61%로 중국(39%)을 압도하며 그 격차를 크게 벌렸다. 그러나 2024년엔 미국이 49.5%에 그쳐 아예 중국(50.5%)에 역전까지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옥은 "인도‧태평양 지역은 미‧중 전략경쟁에서 대단히 중요한 전장이다. 동남아는 이 방대하고 역동적인 지역의 지리적 심장에 해당한다"라면서 미국은 이렇게 동남아의 지지를 잃고 있는 것을 '경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올해도 동맹국인 필리핀(83%)과 지난해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란 최고 수준의 관계로 격상한 베트남(79%)에서 매우 높은 지지를 확보했다. 싱가포르(62%) 미얀마(58%), 캄보디아(55%) 등의 지지도 비교적 견고했다. 작년보다 올해 더 높은 지지를 받은 나라는 필리핀, 베트남, 싱가포르 3개국이었지만, 소폭 증가에 그쳤다.
아세안 10개국 중 7곳서 미국 지지율 급락
무슬림 다수 국가서…"미국 가자 정책 분개"
나머지 7개국에서는 미국 지지율이 급락했다. 라오스 30%p를 비롯해 △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각 20%p △ 캄보디아 18%p △ 브루나이 15%p 등의 지지율 하락이 있었고, 미국이 우세한 미얀마와 태국에서도 각각 10%p와 9%p가 떨어졌다. 쿠옥은 "동맹국인 태국과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라 더 강력한 관계를 추진하는 4개 파트너 중 2곳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이제 중국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동남아의 미국 동맹국은 필리핀과 태국 두 곳이다.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인 곳은 무슬림 주민이 다수를 점하는 국가들이었다. 특히 올해 들어서면서 미국에 대한 '냉담'이 치솟고, 그 반사이익은 중국에 고스란히 넘어갔다. 작년과 올해의 중국 선택 비율 변화는 △ 말레이시아 55%에서 75% △인도네시아 54%에서 73% △ 브루나이 55%에서 70%로 조사됐다. 쿠옥 석좌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지지가 중국 쪽으로 저울을 기울게 한 것 같다"라고 했다. 10‧7 사태 이후 무자비한 보복 군사 공격으로 4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 사망자를 낳은 이스라엘의 '제노사이드'(집단학살) 범죄가 도를 더하는데도 막대한 무기‧자금을 변함없이 지원하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행태를 지목한 것이다.
조사에 따르면, '최우선 지정학적 우려 3개'를 고르라는 문항에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1위로 꼽은 응답자는 약 50%에 달해 지리적으로 인접한 남중국해 분쟁을 꼽은 40%를 제쳤다. 무슬림 주민 다수 국가인 말레이시아와 브루나이, 인도네시아에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1위 지정학적 우려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83%, 79%, 75%였다. 말레이-무슬림 주민이 15%로 소수를 점하는 싱가포르에서도 58%가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을 1위로 선택했다.
가자 전쟁, 동남아서도 '1위 우려'로 꼽혀
미국엔 '냉담'…반사이익 고스란히 중국에
쿠옥 석좌는 한 말레이시아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말레이시아는 오랫동안 비동맹 외교정책을 펴고 미국의 중동 정책에 비판적이었지만,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한 분노의 강도는 더 세지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 국민의 미국 소비제품 불매 운동을 그 상징적 사례로 들었다.
그러면서 미·중을 바라보는 몇몇 나라의 시각을 전했다. 쿠옥에 따르면, 올해 조사에서 '친중'인 캄보디아 응답자들이 미국을 선택한 것은 놀라운 일이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지지'에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이고, 일반인의 눈에는 시민 단체 지원만 하고 별다른 경제적 기여는 없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캄보디아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해왔다고 여긴다. 미국이 지난해 베트남과의 관계도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지만, 최근 베트남은 중국을 "공동운명체"로 규정하는 등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지키며 확실히 어느 편도 들지 않고 있다.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중국 봉쇄에 꼭 필요한 전략 지역이어서 미국을 애태우고 있다.
또한 서구 언론이 중국의 '일대일로'(중국 자본·인력을 동원한 대규모 대외 인프라 구축 사업)와 관련해 '부채 함정 외교'를 앞다퉈 비판하지만, 일대일로 사업은 일부 부작용에도 대체로 동남아인들의 "가슴과 마음"을 얻고 주민의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고 봤다. 이 대목에서 쿠옥은 중국이 건설해 작년 4월 전 구간 개통을 완료한 중국-라오스 철도를 거론했다. 그는 몇몇 라오스인이 집에 들어갈 때 하듯이 신발을 벗고 열차에 탑승한 일을 소개한 뒤 "라오스인들이 중국이 건설한 철도가 (자기 집처럼) 편안하다고 느꼈다는 점은 분명하다"라고 논평했다.
동남아, 미국엔 '마이동풍'…중·러엔 '경청'
"미, 안에선 엉망…밖에선 대놓고 이기적"
이처럼 동남아에 대한 중국의 전반적 영향력 강화는 이 지역에서 미국의 전략적 행보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미국의 국제적 입지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게 그의 견해다.
가장 주목할 사례는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 대한 아세안의 '신중한' 접근이다. 쿠옥은 "중국이 지난해 필리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공격적 행동을 강화하고 있는데도 아세안은 지금까지 블록의 공식 명의로 중국을 비판하는 성명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동남아 국가들이 이런 중국의 행태에 분개하고 있어도 이 문제가 동남아-중국 관계의 전부가 아닌 만큼, 중국이 경제적 접근을 통해 불만을 달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고 봤다.
대다수 동남아 국가는 가자 전쟁에서 시종일관 이스라엘 편을 드는 미국에 비판적임은 물론이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적 침공과 관련해 미국이 대러 규탄 및 제재 동참을 호소해도 꿈쩍도 안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 외교정책을 펼 때 '이중 잣대'를 사용한다는 러시아와 중국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을 정도다. 쿠옥은 "이제 동남아인 대다수는 미국을 안에선 제 기능을 못 하고 바깥에선 대놓고 이기적 어젠다를 밀어붙이는 나라로 본다"고 전했다.
쿠옥에 따르면, 가자 전쟁과 관련해 중국이 미국을 "비겁한 전쟁광"으로 묘사하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그런 주장을 비(非) 무슬림을 포함한 대다수 동남아인이 '진실'로 여기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거짓 정보에 대응하길 원하지만, 그러려면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해야 한다"면서 "가자 위기와 관련해 미국이 이스라엘의 진짜 나쁜 짓을 지지하거나 적어도 묵인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주장은 힘을 쓰지 못했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동남아서 가장 영향력 큰 나라는 '중국'
쿠옥, 미국에 경제 관여 노력 배가 주문
그러면서 미국이 동남아의 지지를 되찾는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몇 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강조했던 아시아 파트너들과의 수렴"(convergence) 타령을 삼가라는 게 맨 먼저다. 아시아 파트너들과 '한 몸'이 다 된 듯이 과장하는 '수렴 타령'은 동남아에서 미국이 입지 하락에 대한 현실 인식이 부족하고 동남아는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옆으로 밀려나 있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음은 중국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관여 노력을 배가하라는 충고로 이어진다. 쿠옥은 "동남아에는 경제가 안보다. 미국은 이 지역에 대한 경제적 관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가 동남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국'을 물은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중국을 꼽았고, 미국은 14%에 그쳤다.
쿠옥 석좌는 "동남아 국가들은 계속해서 미·중 사이에서 버티고 있을 것이지만, 그들의 대미 관계 강화 욕구를 어떻게 전략적 성과로 전환해내느냐가 미국의 과제이다"라고 지적했다. 동남아의 입장에선 대중 관계도 소중하지만, 때론 중국의 오만한 행동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의 존재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쿠옥은 "강력한 미국의 존재가 없다면 동남아의 전략적 선택지는 줄어들 것이고 마찬가지로 중국에 더 나은 행동을 요구할 능력도 줄어들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