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서구 짝사랑 25년…서자 취급받자 '브릭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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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9-11 10:40 조회23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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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서구 짝사랑 25년…서자 취급받자 '브릭스행'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09.11 06:30
미국·서방과는 관계 악화, 중·러완 급진전
미, 한·미·일 군사동맹 집중하는 사이에
사우디·튀르키예 등 돌려…중동에 '구멍'
'동서양 가교' 튀르키예 이젠 '남쪽으로'
"전통적 서구 동맹국에 의존 줄일 기회"
때아닌 튀르키예 관련 뉴스가 서방 진영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서방의 군사동맹인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정회원국이자 유럽연합(EU) 가입 후보국인 튀르키예가 신흥경제국 모임인 브릭스(BRICS)에 가입을 신청했다는 2일 자 블룸버그 통신 보도였다.
튀르키예 브릭스행 추진에 미국·유럽 긴장
올해 초 외무장관 채널로 가입 신청 서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영문 머리글자를 딴 브릭스는 경제 규모 면에서 서방 선진 7개국(G-7)을 능가하는 데다 상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이 세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튀르키예의 브릭스행 추진 소식은 미국과 유럽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블룸버그는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튀르키예가 이미 몇 개월 전 브릭스에 가입 신청서를 냈고, 오는 10월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튀르키예 가입 허용 여부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입 신청 시점은 올해 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다들 무심코 지나친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의 7월 11일 자 인터뷰 기사가 있었다. 이 인터뷰에서 이스마일 하키 무사 주중 튀르키예 대사는 "우리는 러시아가 의장국인 올해 초 가입을 신청했다"면서 "우리 외무장관이 서명한 서한을 러시아 외무장관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의 하칸 피단 장관이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 앞으로 공식 가입 신청 서한을 전달했다는 얘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6일 러시아 RBC 인터뷰에서 나토 회원국이자 EU 가입 후보국이란 튀르키예의 지위와 관련해 "특정 조직 가입국이 브릭스와 관계를 맺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라며 "나는 정부가 구체적 조치를 한 경우 진지한 의도가 뒷받침하고 있다고 가정한다"고 말했다. 의장국인 러시아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으로 보인다.
서방에 '25년 구애'…서자 취급애 '브릭스행'
에르도안, 1년 전 "EU와 결별할 수 있다"
튀르키예의 브릭스행 추진은 제법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셈이다. 이면엔 '25년 구애'에도 문을 닫아건 EU에 대한 분노와 좌절이 자리하고 있는 듯하다. 1999년 EU 가입 후보국이 됐고 2005년 공식으로 가입 협상을 개시했지만, 2016년 국내 쿠데타 시도, 2019년 이웃 그리스와의 분쟁 등이 문제가 되며 협상이 중단된 뒤 기약 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EU와 '헤어질 결심'도 있어 보인다. 1년 전인 작년 9월 16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유엔총회 참석차 출국하기 직전 튀르키예 가입에 대한 EU 보고서의 부정적 판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EU가 튀르키예와 거리를 두려 노력하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해 평가할 것이고, 필요하다면 EU와 결별할 수 있다"라고 답한 적이 있다. 작년 에르도안은 스웨덴의 나토 가입 승인을 미루며 자국의 EU 가입 사안을 연계했고, 스웨덴의 나토 회원국 자격을 최종 비준해준 후에도 EU 회원국들은 튀르키예 가입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물론 당장 EU와 결별하고 완전히 브릭스로 갈아타자는 뜻은 아니다. GT 인터뷰에서 무사 대사는 "튀르키예에 EU 회원 자격은 여전히 전략적 우선순위이며 브릭스에 가입한다 해도 우리의 EU 관련 비전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현실적이다...우리의 유럽 파트너들은 우리를 정회원으로 여길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무사는 "EU는 지리적으로 말하면, 유럽 대륙에 국한된 연합체"라면서 "그들은 동일한 문화적 세계에 속해 있고, 아마도 이것이 우리가 아직도 회원국이 못 되는 까닭일 것이다"라고 풀이했다.
'동서양 가교' 튀르키예 이젠 '남쪽으로'
"전통적 서구 동맹국에 의존 줄일 기회"
브릭스는 작년 8월 요하네스버그 정상회의에서 이집트·에티오피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아르헨티나 6개국의 가입을 확정하고 올해 1월 승인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기존 5개국을 포함한 이 브릭스 11개국의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GDP의 36.7%로, G7의 29%를 넘어섰다. 그러나 사우디는 공식 가입 발표를 미루고 있으며 극우 정권이 들어선 아르헨티나는 가입을 철회했다. 10월 카잔 정상회의를 앞두고 공식 가입 신청을 한 튀르키예와 아제르바이잔을 비롯해 알제리, 방글라데시, 바레인, 베네수엘라,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카자흐스탄, 태국 등 30여 개국이 가입을 희망하고 있는 상태다.
"이 시점에 튀르키예의 브릭스 가입 신청 결정은 외교정책의 전략적 전환을 반영한다. 신흥 시장들과 브릭스 같은 비서방 동맹들이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하면서 글로벌 경제적, 지정학적 환경은 빠르게 진화해왔다. 튀르키예는 브릭스를 자국의 경제 파트너십을 다양화하고 전통적 서구 동맹국들에 대한 의존을 줄일 기회로 보고 있다." 아제르바이잔 언론인이자 유럽·남부코카서스 전문가인 푸아드 묵타르-아그바발리는 '튀르키예의 브릭스 가입 신청, 전략적 기동과 나토 관계에 대한 함의'란 9일 자 <유라시아리뷰> 기고에서 이렇게 진단했다.
브릭스 가입 신청의 네 가지 전략적 계산
"전략적 자율성 높여 균형 있는 외교정책"
그러면서 튀르키예의 전략적 계산을 크게 4가지로 압축했다. 첫째는 브릭스를 날로 중요성이 더 커지는 특히 비서구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 플랫폼으로 본다는 것이다. 둘째는 중국, 인도, 러시아 같은 주요 글로벌 강국과 더 직접적 관계를 맺는 데 따른 지정학적 위상 제고다. 셋째는 브릭스를 신흥 경제들의 이익을 더 대변하는 더욱 공정한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을 옹호하는 하나의 방안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는 '동서양의 가교'란 외교정책 목표와도 연관돼 있다. 끝으로 브릭스 가입을 통해 '전략적 자율성'을 높임으로써 더 균형 있고 다변화된 외교정책을 펼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게 묵타르-아그바발리의 해석이다.
브릭스 가입을 통해 튀르키예가 얻을 혜택으로 그는 △ 동맹 다변화 △ 서구 제도에 대한 의존 축소 △ 다극화 세계에서 핵심 플레이어로서 목소리 강화 등을 들었다. 묵타르-아그바발리는 "튀르키예가 EU 가입 야망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지만, 브릭스 가입 신청은 더 균형 잡힌, 동·서양 모두에서 기회 확대를 추구하는 외교정책으로의 전략적 변화를 뜻한다"고 풀이했다. 이어 "이런 이중적 접근을 통해 튀르키예는 서구와 전통적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글로벌 영향력 증진과 국익 확보를 위해 비서구 강국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개선해 나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사우스 강화의 매우 중요한 걸음"
미국·서방과는 관계 악화, 중·러완 급진전
중국 상하이대 튀르키예 연구센터의 네카티 데미르칸은 '튀르키예의 브릭스 가입은 글로벌 사우스를 강화할 것'이란 9일 자 <모던 디플로머시> 기고에서 "세계의 글로벌 균형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중요한 지역적, 글로벌 행위자인 튀르키예의 브릭스 가입은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있는 저개발, 저소득국) 강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데미르칸은 "튀르키예가 브릭스로 방향을 전환하는 건 서구와의 단절로 보인다"라고까지 얘기했다.
대미, 대EU 관계에 대한 부정적 영향은 불가피하다. 묵타르-아그바발리에 따르면, 설사 튀르키예가 서구와의 전통적 동맹관계에서 이탈하는 건 아니라고 해명한다고 해도 EU 입장에선 튀르키예가 EU 정회원 가입 프로세스 중단과 인권·이민·지역안보 문제 대응 차원에서 '대안'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뭣보다 튀르키예의 브릭스 가입이 EU와 적대적인 러시아, 중국과의 더 긴밀한 관계로 귀결된다면 EU-튀르키예 관계는 더 악화될 공산이 크다.
튀르키예는 브릭스를 "국익을 지키는 대안적 경제 플랫폼"(무사 대사)으로 보는 만큼 브릭스 가입은 경제 분야에 국한될 것처럼 말하지만, 미국은 안보에 미칠 악영향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러시아와 중국을 '주적'으로 여기는 나토의 회원국인 튀르키예가 중·러의 지배력이 강한 브릭스에 가입하면 안보 관련 문제도 당연히 뒤따를 것이어서다. 더구나 브릭스가 초기 단순한 신흥경제국 모임에서 작년 남아공 회의를 거치며 지정학적 실체로까지 확장된 상태다.
미국, 한·미·일 군사동맹 집중하는 사이에
사우디·튀르키예 등 돌려…중동에 '구멍'
묵타르-아그바발리는 "미국 입장에서 브릭스 가입은 튀르키예의 나토 공약과 중동의 핵심 동맹국 역할에 대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며 "워싱턴은 튀르키예의 브릭스 지지를 안보·국방 협력을 복잡하게 만들 서구로부터의 전략적 방향 전환으로 여길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서방 진영은 태연한 듯하지만, 내심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EU의 페테르 스타노 외교안보정책 담당 대변인은 튀르키예의 후보국 지위는 브릭스 가입 신청에도 지속될 것이라면고 말하고 "그러나 EU 가치에 고수하라"고 말해 일단은 큰 문제로 삼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렇다고 EU 회원 자격을 줄 수도 없고 당장 뾰족한 수도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공식 입장도 아직 은 없다. 그러나 외면할 상황이 아닌 만큼 머지않아 설득이든 경고든 어떤 형태로든 미국과 나토, 서방 진영의 대응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의 핵심 동맹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또 다른 핵심 동맹인 튀르키예도 전략적 자율성을 내세우며 미국으로부터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그리곤 경제적 이익을 찾아 미국의 주적인 러시아와 중국 쪽으로 달려가고 있다. 안보는 여전히 미국에 의존하면서 말이다.
미국이 중국 봉쇄를 위해 한국민의 대사수 의사를 무시한 채 한·미·일 군사동맹화에 박차를 가하고 독일의 유엔사 가입마저 강행하며 유엔사 부활에 집중하는 사이에 중동 지역에서 '구멍'이 하나둘 뚫리고 있는 형국이다. 이스라엘의 가자 대학살에 대한 미국의 절대적 지지로 이슬람 지역 강국인 사우디에 이어 튀르키예가 미국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외교 실패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