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과학기술 교류 플랫폼 "자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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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7-07 16:40 조회72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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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과학기술 교류 플랫폼 "자강력"
- 통일뉴스
- 승인 2022.07.07 12:41
[연재] 변학문의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4)
<자강력>에서 열린 가상전시회
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북에서 코로나 19에 감염된 것으로 간주되는 "유열자"가 하루 20만 명 이상 발생하던 2022년 5월 20일 로동신문에 "전국국토환경보호부문 과학기술발표회-2022"가 5월 19일에 개막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행사는 6월 30일까지 진행되었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대동란"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심각했던 비상방역 국면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비대면으로 열렸다.
좀 더 살펴보면, 이 행사는 사전에 제출된 수백 건의 성과자료 중 심사를 거쳐 당선된 70건을 가상전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행사 기간 북의 주민들은 사전에 주최단체인 조선자연보호연맹 중앙위원회로부터 참관번호를 발급받으면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가상전시장을 참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주최측은 전문가 심사와 일반인 참관자들의 평가를 종합해 70건의 순위를 결정했다고 알려졌다.
위 발표회의 가상전시장은 북이 "기술무역봉사체계"라고 부르는 <자강력> 홈페이지에 만들어졌다. <자강력>은 기술의 수요자(기관, 기업체, 주민 등)와 공급자(연구기관, 회사 등)가 북의 국내 컴퓨터망인 '국가망’을 통해서 기술제품이나 연구개발 성과자료들을 사고파는 시스템이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개발, 운영
<자강력>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산하의 모란봉기술협력교류사가 개발하여 2019년 10월 10일 문을 열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는 북의 내각에서 과학기술 관련 업무 전반을 총괄하는 기관이다.
북 매체들에 따르면 과거에는 공장이나 기업이 현대화를 위한 기술자료가 필요하면 무턱대고 여러 대학을 찾아가거나, 개인들을 전문가를 찾았다고 한다. 하지만 <자강력>이 만들어짐으로써 어느 분야에서든 기술의 수요자와 공급자의 연결이 쉽고 빨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북은 <자강력>이 기술발전과 경영활동을 더 신속하고 편리하며 전략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전자고속도로’라고 주장한다.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자강력>
<자강력> 홈페이지에 있는 메뉴들을 보면 이 사이트의 기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다만 <자강력>이 외부세계에 공개된 사이트가 아니기 때문에, 직접 접속이 아니라 북의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밖에 없다.
2020년 4월 10일자 민주조선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자강력>의 메뉴에는 기술제품전시장, 성과자료전시장, 입찰전시장, 학습실, 제품운송 봉사, 기술제품심의장 등이 있다.
먼저 기술제품전시장에서는 이미 개발, 상품화된 기술제품을 거래한다. 수요자는 여기에서 생활용품·생물 건강·가공처리·운수 등 12가지로 분류된 제품들을 구매하고, 판매자는 자기 제품과 다른 회사 제품의 수준·경쟁력·수요를 비교 평가할 수 있다고 한다.
주문 생산, 입찰 계약도 가능
성과자료전시장은 회사, 연구소 등 기술제품 개발 단위들이 연구개발에서 거둔 성과자료들을 소개하고 개발자와 수요자를 연결해주는 메뉴이다. 수요자가 자기들에게 필요한 연구개발 자료를 보고 제품 특징을 파악한 뒤 개발자와 협상하고 계약해서 주문 생산을 하는 것이다.
입찰전시장은 거꾸로 수요자(기업체)들이 생산공정 현대화·신기술 도입 등 자기들에게 필요한 기술과제를 올린 뒤 입찰을 통해 역량과 조건이 가장 잘 맞는 개발자(대학, 연구기관, 기업 등)와 개발 계약을 하는 메뉴이다.
학습실에서는 국내외 전시회·전람회 관련 사진 자료, 금속채취·기계운수 등 10여 개 분야의 실무자료 등을 열람하면서 국내외 기술개발 추세를 파악할 수 있다. 또 신기술 개발 과정에 나오는 난제들을 풀기 위해 과학자, 전문가들과 직접 상담을 할 수도 있다고 한다.
택배 계약, 신용거래도 할 수 있어
제품운송 봉사에서는 자신들의 보유 차량을 등록한 기관, 기업들과 <자강력>에서 기술제품을 구매한 개인과 단위들이 협상을 거쳐 운송 계약을 맺는다. 우리가 택배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자강력>에서도 컴퓨터망을 통해 운송과정을 지역/시간별로 알 수 있다고 알려졌다.
기술제품심의장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분야별 과학기술국들이 <자강력>에 등록된 기술제품의 수준과 경제성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메뉴이다. 북은 국내에서 개발 생산된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강력>의 모든 가입자, 가입단위에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고 한다.
메뉴에 표시된 기능은 아니지만 <자강력>은 자체의 자금결제 서비스를 갖추고 있어서 신용거래가 가능하고, 개발단위에 대한 주문자들의 자금 제공이 확실하게 이뤄진다고 한다. 또 기술제품 개발에 일반 주민의 유휴자금도 투입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기술개발 촉진과 경제 활성화 기대
북은 현시대를 과학기술이 국력을 좌우하는 지식경제 시대로 규정하고, 거기에 맞게 경제 전반에서 첨단기술의 비중을 높여 과학기술로 경제를 빠르게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무진장한 전략자산"인 과학기술에 기초한 자력갱생으로 대북제재도 정면돌파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북은 <자강력>이 위와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먼저 <자강력>이 기술제품의 개발/생산/유통을 빠르게 하고,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시간/노력/자금 등을 크게 절약해서 경제적 효율성도 높일 것이라고 기대한다.
예컨대 <자강력>을 개발, 운영하고 있는 모란봉기술협력교류사 사장은 2020년 4월 로동신문과 인터뷰에서 '기술제품 거래가 연간 4,800건 진행된다고 가정했을 때, 여기에 필요한 시간과 연유(연료용 기름)가 현실(오프라인)에서는 12년과 62톤이지만 <자강력>에서는 13시간과 1.7톤에 불과하다’며 자원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관심 제고도 노려
북은 <자강력>이 제공하는 성과자료 전시나 입찰 전시 등을 통해서 기관과 기업체들이 과학기술 인재의 중요성을 자각해서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양성하고 적재적소에 기용하기도 기대하고 있다. 또 <자강력>이 가입자들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참여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자강력>이 활성화되면 신기술 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져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나아가 <자강력>의 자금결제 시스템이 단위들 사이의 신용거래를 보장해주기 때문에, <자강력>에서 거래가 안정적으로 확대되어 은행을 통한 자금 유통 활성화에도 기여하기를 바라고 있다.
수출구조 개선도 기대하는 북
끝으로 북은 <자강력>이 기술제품의 수출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북에서 개발된 기술제품의 품질과 안전성, 경쟁력 등을 <자강력>을 통해 미리 검증함으로써, 대북제재가 완화되거나 해제되어 무역이 활성화될 때 우수 기술제품의 수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북은 컴퓨터망을 이용한 연구개발의 효율성 개선, 기술개발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투자 제고, 기술무역 확대 등 여러 가지를 기대하면서 <자강력>을 운영하고 있다. 2021년 3월 북의 선전매체 메아리는 <자강력> 개설 후 1년여 만에 "수백 개 단위와 많은 사람들이 가입"했고, 각지의 기업체들이 시간과 자금을 대폭 절약하면서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시스템을 통해 수많은 발명특허 기술들의 도입이 더욱 확대되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자강력>이 북 내부에서만 이용 가능한 사이트일 뿐 아니라, 공교롭게도 <자강력> 개설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코로나 19 때문에 북이 스스로를 봉쇄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북의 보도 외에 우리가 <자강력>의 구체적인 운영 실태를 확인할 길이 전혀 없다.
8차 당 대회 이후 <자강력> 활용 강조
다만 2021년 1월 열린 로동당 제8차 당 대회 이후 <자강력>을 통한 과학기술 성과 교류 시도가 더 강화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8차 당 대회에서 북은 지난 5년간 과학기술이 부진했다고 평가하면서, 그 원인 중 하나로 기관들의 본위주의(조직 이기주의)로 인한 협력연구 부진 및 연구개발 성과 미확산을 꼽았다. 당연히 북은 앞으로 과학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과제에 대한 여러 단위들의 협력연구 활성화와 이미 거둔 연구개발 성과의 적극적인 확산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8차 당 대회 폐막 2주 뒤인 2021년 1월 26일자 로동신문에는 단위들 사이의 협동을 강화하기 위해 <자강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기사가 실렸다. '대자료’(빅데이터)시대인 현시대에 협동을 촉진하기 위해 정보공유가 필수적인데, <자강력>을 활용하면 단위들 사이의 정보공유와 이를 기반으로 한 협력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자강력>을 과학기술 관련 가상전시회, 발표회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것은 위와 같은 정책 기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이 글 처음에 소개한 국토환경보호부문 과학기술발표회 이전에도 <자강력>을 이용한 가상전시회가 여러 차례 열렸다. 각 도 건재전시회-2021(2021년 12월 18일~31일), 평양시3대혁명소조 기술혁신성과전시회(2022년 2월~3월), 전국로동계급과 직맹원들의 기술혁신성과전시회(2022년 4월 11일~30일)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박사.
대학에서 미생물학, 대학원에서 북한 과학사를 전공했고,
북의 과학기술에 기초한 경제발전 전략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 「북한의 '과학기술 강국'구상과 남북 과학기술 교류협력」(2018) 등이 있고,
공저로 『김정은 시대 북한의 선택―10년의 변화 10개의 키워드』(블루앤노트, 2022), 『김정은의 전략과 북한』(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 2021)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