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팩트체크] 12일 북한이 쏜 방사포는 미사일에 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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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6-15 13:09 조회83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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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12일 북한이 쏜 방사포는 미사일에 준하지 않았다?
장하나 입력 2022.06.15. 10:1012일 방사포는 유도 기능 없는 122mm 또는 240mm로 추정
방사포 중에서 유도 장치 갖춘 대구경은 미사일로 분류
(서울=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이 방사포를 발사한 당일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관람한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불거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12일 오전 8시 7분부터 11시 3분까지 서해안 지역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5발가량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8∼10일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겨냥해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했고,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이 같은 강경 기조를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방사포를 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로는 4번째 무력 도발이다.
이번에 쏜 방사포 기종은 구경 300㎜ 미만으로, 유도 기능이 없는 122㎜ 또는 240㎜인 것으로 추정됐다.
일각에서는 합참이 10시간가량 지난 뒤 이를 발표한 것을 두고 윤 대통령의 영화 관람 일정과 연관 지어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의 대응 방식이 아마추어리즘에 빠진 모습 같아 대단히 불안하다"고 지적했고, 박홍근 원내대표는 영화 관람을 꼬집으며 "군 통수권자보다 국민이 안보를 더 걱정해야 하는 이 상황이 정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13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방사포가 미사일에 준하는 것이면 거기에 따라 조치한다"며 "어제 방사포는 미사일에 준한 것이라고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거기에 필요한 대응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22㎜·240㎜ 방사포는 유도 기능 없어
방사포는 다연장로켓의 북한식 명칭이다.
다연장로켓은 다수의 로켓탄을 상자형의 발사대에 수납해 동시에 발사할 수 있게 만든 장치로, 넓은 지역을 짧은 시간에 초토화할 수 있는 무기다.
국방부가 발간한 '2020 국방백서' 등에 따르면 북한은 122㎜, 240㎜, 300㎜, 600㎜ 등 다양한 구경의 방사포 5천500여 문을 보유하고 있다.
2010년 북한의 연평도 포격 당시 동원돼 큰 피해를 준 122㎜ 방사포는 구소련의 'BM-21'을 개량한 것으로, 사거리가 20㎞에 달하고 20분에 40발을 발사할 수 있다. 2014년부터 최전방에 배치된 신형 122㎜ 방사포는 종전보다 사거리가 2배 늘었다.
170㎜ 자주포와 함께 전방에 배치돼 수도권 지역에 대한 기습적인 대량 집중 공격이 가능한 240㎜ 방사포는 분당 40여 발을 발사할 수 있다.
다만 122㎜와 240㎜ 방사포는 포탄에 유도 기능이 없어, 유도성을 갖는 미사일과 뚜렷하게 구분된다.
따라서 북한이 12일 쏜 방사포가 미사일에 준하는 것이 아닌 것은 맞다. 합동참모본부가 통상 122㎜나 240㎜와 같은 재래식 방사포 발사를 공지하지 않았던 것도 맞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이번에 북한이 발사한 것은 240㎜ 이하급 방사포로, 남북군사합의에 의한 해상적대행위 금지구역에 쏜 것도 아니어서 상황이 조기 종결된 것"이라며 "이 정도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北, 방사포 사거리 확장·유도 기능 추가
다만 모든 방사포를 미사일이 아니라고 단정해 말할 수는 없다.
북한은 최근 사거리를 연장하고 정밀 유도가 가능해진 300㎜ 방사포와 대구경 방사포를 개발해 한반도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방사포 위주로 화력을 보강하고 있다.
300㎜ 방사포는 2013년 5월 북한이 동해상으로 시험 발사해 한미 양국 군 당국에 의해 처음으로 식별됐다. 이후 북한은 성능 개량을 위한 시험 발사를 계속하며 사거리를 늘려왔다.
2016년 말 실전 배치된 300㎜ 방사포는 최대 사정거리가 200㎞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미국 국방정보 탄도미사일 분석위원회(DIBMAC)는 2020년 공개한 '탄도·순항미사일 위협(Ballistic and Cruise Missile Threat)' 보고서에서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4종을 포함해 총 15종의 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고, 이중 전술단거리탄도미사일(CRBM)에 300㎜ 방사포(KN-SS-9)를 포함했다.
북한은 방사포탄에 유도 장치와 GPS를 장착해 미사일과의 경계도 사실상 허물고 있다.
2019년부터 선보인 600㎜급 초대형 방사포(KN-25)가 대표적이다.
사거리가 380㎞에 이르는 KN-25는 정밀타격 능력을 높여주는 유도 기능이 있어 한미 군 당국에서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류한다.
남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 스커드 미사일의 사거리(300∼700㎞)와 비교해도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불릴 만하다. 군 당국은 평양에서 KN-25를 발사하면 충남 계룡대도 타격권에 들어간다고 파악하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사거리를 확장하고 유도성을 겸비한 방사포를 개발하며 초기 탐지 과정에서 단거리 미사일을 쐈는지 포신 형식으로 된 방사포를 쐈는지 구분하기 어려워졌다"며 "특히 초대형 방사포(KN-25)는 미사일이 아니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동안은 한국군이 '단거리 발사체'로 감지한 발사의 상당수가 이후 북한 보도에서 신형 대구경 방사포로 소개되기도 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작년 12월 발표한 '이슈 브리프'에서 "방사포는 점차 증대되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의 핵심"이라며 "최근 북한이 개발하는 신형 대구경 방사포와 초대형 방사포는 사거리와 파괴력이 기존의 장사정포에 비해 비약적으로 증가해 수도권 이남 지역에까지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한국 사회 내의 심리적 공포를 극대화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당선인 시절엔 방사포 발사에 "9·19 합의 위반" 엇갈린 행보
미사일 수준이 아닌 재래식 방사포 발사를 두고 안보 공백 논란이 제기된 것은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북한의 방사포 발사를 두고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을 언급하며 빈틈없는 안보를 주문한 것과 엇갈린 행보라는 지적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당선인 시절인 3월 22일 인수위 간사단 회의에서 "(북한 도발이) 올해만 해도 11번째인데 방사포는 지금 처음 아니냐"며 "9·19 (남북 군사 합의) 위반 아닌가. 명확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3월 20일 오전 7시20분 전후로 1시간에 걸쳐 평남 숙천 일대에서 서해상으로 방사포 4발을 발사했다.
정부는 당일 오전 서주석 국가안보실 1차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긴급관계차관회의를 열어 대응책을 논의했으며, 군 당국은 해당 발사를 북한군의 동계훈련 일환으로 분석했다.
'2018년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도출된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서'(9·19 군사합의)에 따르면 남북은 해상에서의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동·서해에 각각 해상적대행위 중단 구역을 설정하기로 합의했다. 서해의 경우 남측 덕적도 이북에서 북측 초도 이남까지 135㎞ 구간이 여기에 해당한다.
평남 숙천 일대는 평양 이북에 있는 지역으로, 군사 합의상 해상적대행위 중단 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이 국회 국방위에서 해상완충구역 이북 지역에서의 북한의 사격은 9·19 군사합의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반박하자,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이 "북한 감싸기"라고 비난하며 신·구 권력간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