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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학문의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2) - 북의 화상회의 시스템 개발과 이용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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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6-08 08:54 조회89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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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화상회의 시스템 개발과 이용

  •  변학문
  •  
  •  승인 2022.06.07 17:33
 

[연재] 변학문의 북 과학기술 톺아보기 (2)

10여 년 전부터 이용, 코로나 19 유행 후 대폭 확대 

 

 

변학문 /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

통일뉴스는 5월 24일부터 변학문 겨레하나 평화연구센터 소장이 '과통TV' 유튜브를 통해 소개한 '북한과학기술 톺아보기' 시리즈를 재구성하여 새로 연재합니다.

'과통TV'는 북측 과학기술 관련 주제를 골라 조금 더 깊게 파헤쳐보는 유튜브 컨텐츠입니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을 함께 올립니다./편집자주

다양한 곳에서 화상회의를 이용 중인 북

북에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유증상자가 급속히 증가하던 2022년 5월 17일자 로동신문에 함경북도당위원회가 로동당 정치국회의의 방역위기 관련 결정사항을 어떻게 관철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화상회의를 열었다는 기사가 실렸다. 

5월 25일에는 북의 농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황해남도가 방역위기 상황에서 모내기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영농사업을 점검, 총화한다는 보도가 있었다. 

북이 화상회의를 한다는 얘기가 낯설게 느껴지는 이들도 있겠지만, 북에서도 원격 화상회의를 다양한 곳에서 이용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하는 회의에서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로동신문 기사에 따르면 2019년 6월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예비회의가 화상회의로 진행되었다. 

같은 해 11월의 로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나 2021년 2월 로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등은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 후보위원들은 대면 회의를 했고, 그 외 각급 기관 간부들은 화상회의 시스템을 이용하여 방청했다고 한다. 

김정은 위원장이 주재한 화상회의 보도(로동신문, 2020.6.24.)

현재까지 김정은 위원장이 해외 정상과 화상으로 회담했다는 보도는 없다. 다만 2021년 9월 30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아시아태평양지역 국제법률연단>에 북의 중앙재판소 대표단이 발언하는 등 북도 외국과 화상으로 이미 소통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화상으로 정상회담을 한다는 기사가 나와도 놀랍지 않을 것이다. 

화상회의로 진행되는 국제행사에 참석 중인 북 중앙재판소 대표단(조선중앙통신, 2021.10.1.)

내각과 각 지역들도 화상회의를 이용하고 있다. 2021년 2월, 4월, 10월, 2022년 1월, 4월 등 최근 열린 내각 전원회의가 모두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도당위원회, 도인민위원회들도 수년 전부터 모내기와 추수 등 주요 농사 지도 및 점검, 태풍·가뭄과 같은 자연대해 대응 등에 화상회의를 활용한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올림픽위원회, 적십자회, 농업근로자동맹, 직업총동맹, 녀성동맹 등 다양한 단체들도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있다. 

2022년 4월 20일 열린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 연단에 화상회의용 모니터가 배치되어 있다. (내나라, 2022.4.21.)
대면, 비대면을 병행한 조선올림픽위원회 총회(좌)와 녀성동맹 중앙위원회 총회(우) (조선의 오늘, 2021.3.26., 2021.7.20.)

10여 년 전부터 화상회의 이용

필자가 접근 가능한 북의 기사, 문헌들에 따르면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부터 일부 단위들이 화상회의 시스템을 구축, 이용했다. 

예를 들어 육상과 해상 교통운수를 총괄하는 륙해운성이 2012년에 산하 기관들과 화상회의 체계를 구축했고, 제남탄광과 김철주사범대학이 각각 2013년과 2014년에 구내 화상회의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기사가 있다. 

또 함경북도가 2014년에 역대 최고 수준의 농업생산량을 달성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로 화상회의를 꼽는 보도도 있었다. 도 일군들이 이틀에 한 번씩 농민들과 화상회의를 하면서 모내기 현황을 점검했고, 시멘트·비료 등 영농물자를 제때 공급하기 위해 이것들을 생산하는 공장/기업소들이 목표치를 달성할 때까지 매일 화상회의를 했다고 한다. 

2014-2015년부터 화상회의 도입 대폭 확대

북의 보도를 보면 2014-15년 구내든 광역이든 화상회의 시스템 도입 시도가 크게 늘어났다. 무엇보다 2010년 김책공대의 두 개 학과에서 시작된 원격교육대학이 2014년부터는 모든 주요 대학들로 확산되면서, 원격교육에 필수적인 원격교수협의회·원격문답 등을 위한 화상회의 시스템도 함께 퍼졌다. 

2016년 평양에 문을 연 과학기술전당은 과학기술 지식 보급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갖추었는데, 이용자들이 직접 전문가들에게 질문을 하고 답을 받을 수 있는 화상 문답 봉사 시스템, 우리의 학회에 해당하는 과학기술발표회에 이용할 원격학술토론 시스템 등이 포함되었다. 

같은 해 서비스를 시작한 <전국 먼거리 영농기술 문답 봉사>에도 전문가들과 농민들을 연결해주는 화상회의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과학기술전당의 화상문답 서비스. 오른쪽 인물이 질문에 답을 주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원 ("문을 열었던 과학기술전당" (elufatv, 2016. 2. 22.) https://www.youtube.com/watch?v=Uf3O_FBpJnY  에서 캡처)
과학기술전당의 화상문답 서비스. 오른쪽 인물이 질문에 답을 주는 김일성종합대학 교원 ("문을 열었던 과학기술전당" (elufatv, 2016. 2. 22.) https://www.youtube.com/watch?v=Uf3O_FBpJnY  에서 캡처)

원격교육대학의 확대, 전국적인 과학기술 보급망의 확충과 함께 김형직사범대학, 평양교원대학 등 대학들은 물론이고 소학교, 중학교들과 교원·간부 재교육 기관들이 원격교육을 위한 화상회의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기사들이 이어졌다. 

앞서 언급한 각 지역의 화상회의 활용 관련 기사도 2016년 이후 부쩍 늘었다. 특히 도당위원회, 인민위원회, 농촌경리위원회들이 농번기에 화상회의를 통해 하급기관에 지시사항과 주요 과학기술 지식을 전달하고 실적을 보고 받았다는 보도가 자주 실렸다. 

이는 전국 먼거리 영농기술 문답 봉사 구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코로나 19 국면에서 화상회의 급증, 정착

북에서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19 때문에 화상회의가 급증했다. 무엇보다 국가 방역을 책임지는 중앙과 지역의 비상방역지휘부가 매주 전국적인 화상회의를 열었고, 도/시/군 단위에서도 방역 관련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했다. 

방역 때문에 비대면 수업이 확대되면서 대학들의 교내 원격화상 시스템 이용도 늘었고, 연간 20-30번 열리던 부문별 과학기술발표회도 2020년부터는 화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2021년에도 5월의 전국자동화부문 과학기술발표회, 8월의 온실남새부문 과학기술토론회 등 각종 과학기술발표회와 토론회가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2021년 5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전국 자동화부문 과학기술 발표회(조선의 오늘, 2021.5.10.)
2021년 5월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전국 자동화부문 과학기술 발표회(조선의 오늘, 2021.5.10.)

올해도 전국 축산부문 학술토론회, 전국 산림부문 경험교환회와 연구토론회 등이 계속 화상으로 열리고 있다. 또 국가과학원, 성·중앙기관 산하 부문 연구원,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대 등 주요 연구기관과 대학들이 참가하는 <2022년 과학기술경쟁> 선포모임과 같은 행사 역시 화상으로 진행되었다. 

2022년 5월 25일 열린  선포모임 (조선의 오늘, 2022.5.25.)
2022년 5월 25일 열린 선포모임 (조선의 오늘, 2022.5.25.)

가상전시회는 뒤늦게 시작

매년 20회 이상 열리던 각종 과학기술전시회는 코로나 19 팬데믹 첫해인 2020년에 전혀 열리지 못했는데, 2021년 하반기부터는 가상 방식으로 개최되었다. 

대표적으로 북 최대의 ICT 부문 전시회인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가 2020년에는 취소되었지만 2021년에는 10월 1일~29일 북 내부의 국가 컴퓨터망에서 가상전시회 방식으로 열렸다. 

<전국 나노기술부문 과학기술전시회>도 같은 해 10월 22일부터 일주일 동안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다. 2022년에도 전국과학기술축전(4.28.~5.20.), 조중국제상품전람회(4.28.~6.28.) 등이 가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의 가상 전시장. 로봇이 전시장을 이동하며 출품작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시장을 구현함. (NK경제, 2021.11.19.)
의 가상 전시장. 로봇이 전시장을 이동하며 출품작을 보여주는 형식으로 전시장을 구현함. (NK경제, 2021.11.19.)

2000년대부터 화상회의 시스템 개발 

북은 김정일 집권기인 2000년대 들어 화상회의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개발해왔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0년, 2001년부터 현시대를 컴퓨터의 시대, "정보산업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국가의 모든 영역에서 ICT를 이용한 효율성 제고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함에 따라 원격화상회의 개발 및 도입의 필요성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북의 보도를 보면 2006년 김일성종합대학, 2007년 리과대학이 화상회의 프로그램 개발에서 성과를 거두었다고 한다. 

북의 대표적인 화상회의 시스템 <락원>

김정은 위원장의 실질적인 집권 첫해인 2012년에는 김일성종합대학 정보기술연구소가 개발한 영상회의체계 <락원>이 전국 프로그램 경연에서 특등을 받았다. 정보기술연구소는 이후에도 이 시스템을 계속 개선했다고 알려졌다. 예를 들어 2015년 북의 <프로그람 공보>에 실린 이 프로그램의 제원을 보면 컴퓨터망 통신에서 영상전송의 실시간성과 안정성을 향상했고, 잡음제거·실시간 전자문서 열람·실시간 다매체 방송·전자 서명 등의 기능을 추가했다고 한다. 

(서광, 2017.9.20.)
(서광, 2017.9.20.)

그 결과 <락원>은 높은 수준의 화상회의를 보장할 수 있게 되어 <전국정보화성과전람회-2016>에서 10대 최우수 정보기술 제품으로 선정되었고, 2019년에는 북 과학기술 분야에서 최고 권위의 상인 <2.16과학기술상>도 받았다. 이처럼 북에서 가장 우수한 화상회의 시스템으로 평가받는 <락원>은 전국에 도입되어 큰 효과를 가져다주고 있다고 한다. 

청년 과학자들이 개발한 <락원>

한편 <락원> 개발을 주도한 사람들은 조정현을 필두로 한 20~30대의 ‘청년 과학자’들이라고 한다. 북은 수년 전부터 청년 과학자들에 대한 기대감을 수시로 드러내고 있다. 

북은 1990년대 중후반의 극심한 경제난을 지나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과학기술과 교육 발전을 시도해왔다. 따라서 2000년대 이후 상대적으로 나은 조건 속에서 교육 받은 젊은 과학자들이 많은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의 <락원> 외에 내각 산하 교육위원회가 개발한 대입 원격시험 시스템 <탐구>도 전국적인 범위의 화상회의가 가능하다고 한다. 

국가과학원 지능정보연구소는 앞서 언급한 과학기술전당의 원격학술토론 시스템과 문답봉사 시스템을 개발했고, 2019년에는 다양한 원격회의 시스템에 응용할 수 있는 영상협의체계 <한마음>을 개발했다.

코로나 19 종식 이후에도 화상회의 계속 활용할 것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북은 2000년대 초부터 화상회의 시스템을 개발해왔고,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현실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 19가 유행한 이후에는 그 이용이 대폭 확대되어 완전히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 

북은 코로나 19 국면이 지속되면 말할 것도 없고, 코로나 19가 종식된다 해도 이미 효율성을 충분히 확인한 화상회의를 계속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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