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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일제 과거사 문제, 역사정의를 퇴행시켜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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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5-30 09:17 조회83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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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일제 과거사 문제, 역사정의를 퇴행시켜서는 안 된다

  •  이장희
  •  
  •  승인 2022.05.30 05:47
 

[기고]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5월 21일 방한 후 일본에서 5월 23일 미‧일 정상회담후 기자회견에서 방위비 증액, 북한 중국을 겨냥한 선제공격, 나아가 일본 평화 헌법 제9조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북한 미사일 발사 및 핵을 빌미로 이러한 방위비 증액 및 평화헌법 개정의 정치적 행보가 과거에 수 차례 있었고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매번 일본 정부의 군비증강과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서 일본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늘 반대하였다.

그런데 금년 2022년 기시다 내각의 방위력 증강 및 헌법 개정 정치선언을 엄중하게 보아야 할 점은 미국의 절대적 지지 속에서 일본 국민들의 60%이상이 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를 막아낼 일본내 진보적 야당 세력이 원내에 매우 약하다.

기시다 내각의 군비증강 및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일본의 대중견제 역할 증대 인정 및 북한의 미사일실험 모라토리움 해제(22.3.24) 및 17차례 ICMB 등의 발사(22.5.9)를 교묘히 이용하여 더욱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그 구체적 가시적 조짐이 벌써 일본의 내년 국방비를 2%로 증액하겠다는 기시다 내각의 명시적 선포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세계 패권주의적 신냉전체제 구상을 금년 5월 21일 한국, 23일 일본 방문으로 체계적으로 가시화 하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미‧일의 아시아 신냉전 구조 강화는 한‧일 과거사 해결에 검은 먹구름을 안겨준다. 다시 말해 안보 문제를 빙자하여 한‧일 과거사 문제를 얼렁뚱땅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의아심이 든다.

이미 과거 3년간 한‧일관계가 역사문제에 너무 매몰되어 한‧일의 외교안보문제를 가로막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미국 바이든 방한과 방일이 조성한 신냉전구조가 역사문제를 안보문제로 덮어버리려는 조짐도 보인다.

이러한 일련의 동아시아 신냉전 구조 조성 분위기를 교묘히 이용한 일본 당국의 최근 한‧일문제에 대한 행태는 한‧일간의 과거사 해결 및 역사정의란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우려스러운 징후이다.

일본은 과거 식민지 침략 역사를 독일처럼 국제사회에 정직하게 인정하고, 그에 상응한 공식사과 및 전범 처벌, 피해자 손해배상이라는 국제법상 국제책임을 모두 방기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 당국은 과거 식민지 제국주의적 침략사를 미래 일본 국민에게 여전히 미화하고, 역사교과서를 현재도 심각하게 왜곡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UN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선진 지도국가로 부상하려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우선 일본 정부에 한 가지 충고는 일본 집권층의 역사인식, 인권존중 및 국제법 존중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싶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를 대처하는 2022년 5월 출범한 새 한국 정부의 보수적 노선과 그를 추종하는 국내 친일 지식인들이다. 뿐만 아니라 가장 최근 2021.6.7.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제34부 강제징용 피해자 원고 패소판결 및 2022.2.23. 서울 중앙지법 민사96단독 손배소 원고 패소판결이다.

두 원고 패소 판결은 일본 법원 판례를 인용하고,1965년 한일협정에 의한 최종 해결(일본정부입장)을 논거로 판결하였다. 이 한국 중앙지법 판결 논지는 2012년, 2018년 일제강제징용피해자 원고 승소판결을 내린 한국대법원 판결에 정면 배치된다.

부연하면, 보수 일본 집권당, 일본 법원 그리고 일부 몰지각한 한국 법원은 일본 정부처럼 한‧일관계 냉각의 큰 책임을 한‧일간 국제법적 합의를 위반한 한국 정부와 그 사주를 받은 일제강제노역 피해자 단체의 일방적 주장에 떠넘기고 있다.

이 처럼 한‧일간 과거사 현안의 법적 쟁점은 매우 복잡하다. 본고는 이에 대해서 국제법상 한‧일 양정부간 쟁점을 다시 요약하고 그 출구 전략을 시도해 본다.

첫째, 일제강점을 보는 시각의 대전제가 한‧일이 다르다. 일본은 일제 식민지 강점을 합법으로, 한국은 불법으로 본다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이러한 일본의 시각은 현행 국제법 및 미래 국제법 발전추세 나아가 한국 헌법의 핵심가치에도 위반된다.

객관적으로 보면 1904년, 1905년, 1910년 한‧일간 모든 합의서는 국제법상 조약의 성립요건의 핵심인 조약체결 당사자의 자유의사의 합치가 아닌 강박에 의한 합의로써 원인무효이다. 당시 조약체결권자인 한국측의 인장도 일본 측의 위조이다.

둘째, 일본이 한국에 제공하기로 한 1965년 청구권협정 제1조의 유무상 5억불 돈의 성격에 대해서 양국의 입장이 전혀 다르다. 일본은 5억불 돈 성격을 일제강점 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 성격이 아니고, 대한민국의 독립축하금 또는 경제개발협력지원금으로 보았다.

물론 한국은 동의하지 않았다. 양 당국이 합의했다고 강변하지만, 공개된 외교문서를 보면 5억불 돈과 청구권 조약의 법적 성격에 대해서 양국간 입장은 일치를 보지 못했다. 다시말해 양국은 입장의 차이가 있다는 것에 합의하였다.(“agree to disagree”) 그런데 양정부가 이를 쌍방 국민에게 감추고 2005년 외교문서 공개 시까지 자국민에게 편의적으로 설명하여온 것이다.

셋째, 1965년 청구권협정의 해석이 전혀 다르다. 일본은 청구권협정으로 한일 양정부간 및 양국민간 채권.채무를 포함한 모든 것이 완전 최종 해결 되었다는 입장이다. 일본 법원 및 최고법원은 禁反言의 원칙(estoppel))을 논거로 든다.

반면 한국측은 청구권협정은 일본의 불법지배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및 피해자 인권침해를 위한 협상이 아니고,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 제4조에 근거, 한일 양국간 재정적 민사적 채권, 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하여 해결하기 위한 것으로, 강제노역 피해자의 인권침해 위자료는 포함되지 않았다고 본다.

넷째, 2005년 한일문서 공개후 1965년 협정 해석에 대한 한국정부 입장이 공식 선회하였다. 2005년 한일외교문서 공개 이전까지 한국정부는 일본 입장을 묵인은 했지만, 피해자 정서를 의식하여 청구권에 대한 일본의 입장을 공식 지지하지는 않았다. 일본은 한국의 입장선회에 대해서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좀더 부연 설명하면 한국정부는 일제강점피해자들의 정보공개청구 승소에 기초한 2005년 한일 외교문서 공개후에는 한국정부의 공식 입장도 선회하였다. 한일협상 중 한국정부가 일본에 요구한 대일 청구 8개 요구항에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사할린 교포문제, 원폭피해자문제가 빠지고, 일제강제노역자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단지 제5호에 미불임금 이라는 것을 외교문서에서 공식확인하였다.

한국정부는 상기 3개 항목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잔존 책임이 있고, 피해자 개인도 손해배상청구권이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하였다. 제5호 강제노역자의 미불입금은 경제적 문제만 해당되고, 그들의 인권침해 위자료는 불포함되었기 때문에 강제노역피해자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인정된다. 아울러 강제노역피해자 인권침해에 대해서는 한국정부의 외교적 보호권도 유지된다. 이것이 2012년,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의 입장이다.

다섯째,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가 1965년 청구권협정(최종.완전 해결)이라는 국제법을 위반했다고 하지만, 한국 정부가 포기한 것은 자국민에 대한 국가의 외교적 보호권 포기에 불과하고, 피해자 개인이 1965년 청구권협정에 구애받지 않고 국제법상 인권침해 위자료는 언제든지 주장 가능하다.

한국 정부가 1965년 청구권협정후 2005년까지 약 40년간 묵인한 것을 두고. 일본은 한국의 2005년 입장 선회는 금반언(禁反言)의 원칙(estoppel) 위반 및 조약법에 대한 비엔나협약 제27조(조약 불이행방법/국내법 불원용) 위반으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한국 정부는 1965년 청구권협정에서 최종, 완전해결은 국가가 가진 외교적 보호권 포기에 불과하고, 피해자 개인이 갖고 있는 일본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은 그대로 유지된다고 하였다. 1991년 일본 중의원 예산회계회의에서 야나이 순지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도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였다.

결론적으로 2018년 10월 30일 한국 대법원 전원 합의체는 강제징용피해자 유족들이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승소판결하였다.

그 논거는 5가지로서 1)일본식민지배는 명백히 불법무효, 2)1965년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음, 3)일본 법원판결 불인정, 4)피해자들의 청구권 소멸시효 미완성, 5)피고인 적격에 문제 없음에 있다.

그런데 같은 사안에 대해서 원고만 다른 최근 두 개의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매우 실망스럽다. 하나는 2021.6.7.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제34부 일본기업 16곳 상대 손배소 1심, 다른 하나는 2022.2.23.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은 일본기업 상대 강제징용피해자 손배소송에서 둘 다 원고(강제노역피해자) 패소 판결을 하였다.

두 패소 판결의 논거는 일본 법원 판례를 수용하고,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의 최종 완전 해결에 두고 있다. 이 두 판결은 모두 일제 과거사 역사정의를 심각하게 퇴행시키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러 온 누카가 후쿠시 한일연맹의원 회장은 기시다 총리의 메시지라면서 다음 세 가지를 전했다. 첫째 일본군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등 과거사문제가 1965년 협정으로 해결됐다. 둘째, 한미일의 전략적 협력관계 강화, 셋째, 한일 양 국민간 인적교류 활성화를 전했다.

윤대통령은 “정체된 한일관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개선하는 것이 양국의 공동이익에 부합된다”고 하면서 ”김대중 - 오부치 선언(1998)은 1965년 한일국교정상화이래 한-일 정상간에 채택한 가장 획기적 문서“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정상화 주장에 대해서 그리고 1998년 ‘김대중-오부치선언’의 발전적 계승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위에서 보듯이 1965년 한일협정에 의한 일본군 성노예문제 및 강제징용피해자문제에 대한 완전, 최종 해결됐음을 강변하고 있다.

또 일본 기시다 내각은 내년부터 방위비증액 및 일본 자위대를 합법화하기 위해서 일본 평화헌법 제9조 개정을 이미 시사했다. 일본 국민여론도 60%이상 모두 찬성한다. 일본 국내의 정치적 극우 편향성,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대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일본 역할 강화, 북한의 미사일 발사위협 등의 상황 속에서 일본 침략적 군국주의 패권주의가 동아시아에서 다시 기승하고 있다.

이러한 동아시아 상황에서 2022년 5월 출범한 새 한국정부는 일본정부의 일제 강점 불법 식민지배를 합법화한 1952년 샌프란시스코 평화협정체제와 그 하위체제인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완전, 최종 해결을 인정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2005년 민관합동위원회의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불법행위 배상책임 및 피해자 중심성이 완전 결여된 2015년 한일 일본군 성노예 합의는 명백히 무효임을 명백히 선언해야한다.

새 정부가 만일 상기 사항을 무시하는 것은 수 년간 한일문제 해결을 위해서 한국 정부와 수많은 역사관련 시민단체간에 어럽게 쌓아온 한일 역사정의 구현 노력에 대한 명백한 역사적 퇴행이다. 이것은 국제법과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가치(상해임시정부법통)를 건드린다.

윤석열 정부는 한일관계 정상화와 동아시아 평화 및 미래발전을 위해서 한일간 과거사 문제를 협소한 1965년 한일협정체제를 넘어서 2001년 유엔이 조직한 Durban선언(식민지범죄화, 인권존중, 노예매매금지)으로 더욱 국제화시켜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우선 가해자인 일본이 과거 일제 불법강점과 그 피해자에 대한 진실을 우선 인정하고, 법적인 사과와 그 상응한 국내 특별법 조치를 하는 혁명적인 역사 인식의 발상 전환을 일본 정부에 정중하게 요구해야 한다.

한일간 역사문제와 안보문제를 분리하여 접근할 수는 있다. 그러나 안보문제로 역사문제를 덮어서는 결코 안된다. 역사문제는 흥정대상이 아니다. 가해자인 일본이 먼저 역사와 진실 앞에서 정직해야 한다. 깨어있는 모든 시민들은 새 정부의 한‧일 역사문제 해결 행보에 크게 주목하고 있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 고대 법대 졸업, 서울대 법학석사, 독일 킬대학 법학박사(국제법)
- 한국외대 법대 학장, 대외부총장(역임)
-대한국제법학회장, 세계국제법협회(ILA) 한국본부회장.
-엠네스티 한국지부 법률가위위회 위원장(역임)
-경실련 통일협회 운영위원장, 통일교욱협의회 상임공동대표,민화협 정책위원장(역임)
-동북아역사재단 제1대 이사,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역임)
-민화협 공동의장, 남북경협국민운동 본부 상임대표, 평화통일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동아시아역사네트워크 상임공동대표, SOFA 개정 국민연대 상임공동대표(현재)
- ‘남북평화기원 강명구 유라시아 평화마라토너와 함께하는 사람들’(평마사) 상임공동대표
-한국외대 명예교수, 네델란드 헤이그 소재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재판관,
-대한적십자사 인도법 자문위원, Editor-in-Chief /Korean Yearbook of International Law(현재)
-(사)아시아사회과학연구원 원장(현재)

-국제법과 한반도의 현안 이슈들(2015), 한일 역사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공저,2013), 1910년 ‘한일병합협정’의 역사적.국제법적 재조명(공저, 2011),“제3차 핵실험과 국제법적 쟁점 검토”, “안중근 재판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 등 300여 편 학술 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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