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정부출범 직후 '평양공민 김련희'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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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5-13 10:01 조회95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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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정부출범 직후 '평양공민 김련희' 압수수색
- 이승현 기자
- 승인 2022.05.13 01:29
태영호의 '김련희법'과 경찰의 '압수·수색', 윤석열 정부의 진심은?
11년째 변함없이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 줄 것을 요구하는 '평양 공민' 김련희씨에게 12일 경상북도 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윤석열 정부 취임식 이틀 후 벌어진 일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열린 권영세 통일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전혀 뜻밖의 상황이 벌어져 눈길을 끌었다.
탈북민 출신 태영호 의원은 김련희씨를 비롯한 송환 요구자를 북으로 돌려보내자는 이른바 '김련희법'에 대해 이날 발언하고 장관 후보자가 긍정 검토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최근 태의원이 밝힌 '김련희법'의 골자는 남쪽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고향이 그리워 자진 월북을 희망하는 탈북민은 그들의 의지대로 모두 보내고 북에 있는 국군포로와 억류 국민들은 남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것.
'자유의지'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는 것이 일반적인 의견이지만 통일부장관 후보자가 취임 후 깊이있게 상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과연 김련희씨를 본인의 자유의사에 따라 북으로 송환하겠다는 생각이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이틀전 취임식에서 '자유'를 35차례 강조한 새 정부의 경찰이 느닷없이 압수수색을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김련희씨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과정부터 따져보자.
12일 오후 만난 김련희씨는 경북 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이날 오전 서울시 은평구 소재 자택 문앞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한 뒤 자신의 휴대폰과 컴퓨터를 압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은평경찰서에서 휴대폰과 컴퓨터 압수에 따른 서류 절차를 치르고 이날 늦은 오후 기자와 만났다.
이날은 김씨가 지난해 8월 간암 시술을 받고 난 후 생계를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출근한 은평구 증산동 소재 봉제공장에서 미싱을 타다가 5개월만에 건강상의 문제로 퇴사하고 직원들과 환송 회식을 하기로 한 날이었다.
화사한 봄날 날씨에 맞춰 검은 원피스 차림에 화장도 하고 멋을 부린 모습이었다.
봉제공장 근무를 마친 김씨는 한달 교육과정에 80만원인 수강료를 내고 바리스타 교육 과정에 접수를 했고, 전날 첫 교육을 받은 뒤라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느닷없이 이날 아침 집으로 찾아온 8명의 건장한 경찰들과 맞닥뜨렸다.
지난 2011년 한국에 입국하자 마자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숱한 곡절을 겪으면서 4번째 당하는 압수수색이었지만 결코 익숙해 지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상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하고 늘 불안하지만 그렇다고 평양의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김씨의 기억에 따르면, 경북 경찰청 보수대는 김씨를 참고인 자격으로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했다. 내용은 끔찍했다.
지난해 1월 경북 포항에서 김씨에게 긴급 구조를 요청해 온 한 탈북여성과 가졌던 짧은 만남이 중국 소재 북한 보위부원과의 영상통화를 주선하고 한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의 월북 귀환을 획책한 일로 둔갑되어 있었다.
김씨와 한때 같이 활동하던 탈북민 홍 모씨를 통해 연락처를 알게 되었다는 이 탈북여성은 남편과 심하게 다툰 후 극도의 불안상태에서 '떳떳하게 살고 싶다. 살려달라'는 요청을 해 왔다.
이에 동병상련을 느낀 김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대구 지역 스님에게 신변을 인도한 후 한 차례 확인차 전화통화를 한 것이 전부라는 것이 김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압수수색영장에는 김씨가 이 여성과 만나 밀항논의를 하고 중국에 있는 북 보위성원들과 화상통화를 주선했다는 혐의가 기록되어 있었다고 한다.
김씨는 △왜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경찰 보수대가 들이닥쳤는지 △그것도 없는 사실을 조작해서 무리한 압수수색을 감행하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는 "내가 함께 활동했던 남쪽 진보세력을 탄합하는 빌미를 삼으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권영세 통일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 청문회 자리에서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김련희씨를 비롯해 북으로 송환을 요구하는 이들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요구했고 이에 권 후보자는 '깊이 있게 상의하겠다'며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김련희법'은 남쪽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자진 월북 희망자들을 그들의 희망대로 모두 보내고 북에 있는 국군포로와 억류 국민을 데리고 오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산의 비극을 해소하고 남북관계 물꼬를 트기 위해 인도주의 차원의 교류를 취지로 내세우지만 좁히기 어려운 이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1년째 한결같이 탈북브로커에 속아 잘못된 선택을 했다며,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겠다는 한 여성의 '자유'의사는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하는 것 아닌가.
'자유', '인도주의'라는 가치는 내버려두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현실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그 정도를 수용하지 못하면 도대체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