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덕수 사할린한국한인회장, “재외공관은 일처리 공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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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5-10 10:16 조회85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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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환 기자
- 승인 2022.05.04 09:31
(서울=월드코리안신문) 이종환 기자= 얘기 꽃이 필 무렵, 현덕수 회장의 휴대폰 벨이 울렸다. 사할린한국한인회 수석부회장으로부터 걸어온 전화였다.
“방금 출장소장을 만났습니다. 우리 입장을 전했어요. 출장소가 한쪽만 편들지 말고 중립을 지켜달라고요.”
현덕수 회장은 한국 교민들로 이뤄진 사할린한국한인회장을 맡고 있다. 그가 마침 사업 관계로 서울에 와 있을 때 사할린출장소장과 교민회 임원들과의 만남이 이뤄졌다. 블라디보스톡총영사관 소속의 사할린영사출장소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마련된 자리였다.
현덕수 회장을 만난 것은 4월 22일이었다. 하남에 있는 현 회장의 한국사무소에서 만났다. 사무소는 한강이 내려 보이는 팔당댐 상류의 숲속에 위치해 있었다. 풍광 좋은 곳이었다. 이 자리에는 한국을 방문 중인 조지아의 이광복 현 러시아CIS총연 수석부회장도 함께했다.
현 회장은 “그동안 사할린출장소는 우리 교민회를 등한시해 왔다”면서 사정을 설명했다. 2019년 8월, 사할린 추모관 개관 1주년 추모식 행사를 할 때였다. 당시 사할린한국한인회 초청으로 윤상현 외교통상위원장 등 국회에서 여섯 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사할린 영사출장소장으로 인해 곤혹스런 일이 일어났다. 일요일인 그날 아침 10시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토요일 늦게 사할린에 도착한 국회의원들을 사할린 출장소장이 아침 일찍 깨워서 현덕수 회장을 성토하는 장소로 안내해버린 것이다.
“사할린출장소장이 아침에 방문할 데가 있다면서, 일찍 국회의원들을 깨워서 사할린주 한인협회(회장 박순옥) 관계자들을 만나도록 했어요.”
이 일로 당황한 것은 국회의원들이었다. 그들은 추모관 행사에 왔다가 영사출장소장의 주선으로 아침 일찍 사할린주 한인협회 임원들을 만나, “추모관 행사에 가지 말라” 등 추모관 행사를 성토하는 얘기만 듣게 된 것이다.
“사할린 영사출장소가 추모관 행사를 앞두고 왜 그런 일을 했을까요? 우리 행사 전에 국회의원들을 빼돌려 우리를 곤란하게 만든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라고 보기 어려워요.”
사할린 출장소와의 사이는 이 일로 인해 크게 틀어져 버렸다는 설명이다.
“공관과 공무원은 공정하게 일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공(公)이라는 글자를 붙입니다. 사할린에는 일제 강점기에 끌려온 이들의 후손이 대다수이지만, 한-러 수교 후 현지로 가서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 같은 대한민국 국민들도 있습니다. 우리 같은 교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지요.”
현덕수 회장은 “공관이 한국인 교민들에게 더 잘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공평하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현지 출장소와 한국한인회 사이는 멀어져만 갔다. 출장소는 사할린한국한인회와 사할린주 한인협회를 분규단체로 지정했다. 추모관에 대한 입장만 다를 뿐인데도 그랬다. 그리고는 2021년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출장소가 훼방을 놓아서 지난해에도 분규단체라는 구실로 세계한인회장대회에 초청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재외동포재단에서 이를 바로 잡아 뒤늦게야 저에게 초청장을 보내왔습니다.”
현 회장은 추모관 설립경위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사할린에는 일제 강점기 때 탄광노동자로 끌려와 희생된 사람들의 무연고 묘지들이 있다.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에서 추모비를 세웠다. 2015년의 일이다.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유즈노사할린스크시 제1공동 묘역 입구에 일제 강점기 사할린 징용 한인 희생자들을 위한 합동추모비를 세우고, 매년 추념식을 개최했다. 이후 추모관을 짓게 되었는데, 현덕수 회장이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를 맡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추모관 건립을 책임지게 되었다. 현덕수 회장이 12억 원의 건립비용 전부를 기부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일제강점기사할린징용한인희생자추모관’이 건립됐다.
“2017년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동방경제포럼이 열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그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해 7월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시민단체들이 청와대에 건의문을 전달했습니다. 동방경제포럼 행사를 마치고 귀국하는 길에 문재인 대통령이 사할린을 방문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문이었어요.”
현 회장은 일이 이렇게 흐르자 추모관 공사를 서두르게 되었다. 그는 사할린에서 아파트 건설업을 하고 있어서, 추모관 건립 사업을 떠맡았다. 추모관을 짓자면 사할린 주정부에서 건축허가를 받아야 했다. 사할린 주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방문을 할 수도 있다는 소식에 적극 협력했다고 한다.
“원래는 3층 건물을 생각했습니다. 1층은 사할린 한인노인들을 위한 휴식 공간, 2층은 숙소, 3층에는 위패를 모신 추모공간을 계획했어요. 땅을 아래로 4m까지 파서, 기초를 놓았습니다. 부지가 습지여서 3층까지 높이려면 그 정도는 파야 했어요. 그리고 공사를 진척시켰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추모관은 1층으로 지어졌다. 개관식에는 민주평통 김덕룡 상임부의장, 송기인 신부 등 한국에서 약 70명 참석했고 현지 동포들을 비롯하여 총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후 추모관 개관 1주년 기념식을 2019년 8월에 개최했습니다. 그때 국회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들이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할린을 방문했어요.”
사할린에는 사할린주 한인협회와 한인노인회 등 동포단체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러시아 국적으로서 일제강점기 징용 희생자들의 후손들이다.
“당초 추모관 착공식을 할 때에는 사할린주 한인협회 회장(회장 임용군)도 참석해 축사도 하고 같이 기념사진도 찍었어요. 박순옥 씨는 그때 이산가족회 회장이었지요. 그런데 사할린주 한인협회 회장이 박순옥씨로 바뀌면서 추모관에 대한 태도가 완전히 바뀌었어요. 지금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박순옥 사할린주 한인협회장은 유즈노사할린스크시 노인회(회장 안영수)를 해체하라는 소송을 최근 법원에 제기했다는 소식도 들려 왔다. 믿기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당시의 사할린 영사출장소장은 현재 임기를 마치고 귀국해 있다. 하지만 부산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그를 ‘불법사찰’과 직권 남용 등으로 최근 형사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