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 북 올해 농사에 ‘직격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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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2-03-21 09:11 조회1,32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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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에너지 가격 폭등, 북 올해 농사에 ‘직격탄’
2022.03.19
북한 시장 물가가 계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의 영향으로 기름값까지 오른 데다 밀 등 국제 곡물 가격 상승 영향도 피하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국제유가의 상승은 농번기를 앞둔 북한의 올해 농업 생산에, 밀 가격의 상승은 북한 내 가공식품 산업에 지장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그동안 대북제재, 코로나 등 외부 요인의 악영향이 누적돼 온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의 파장이 점차 현실화한다면, 김정은 정권에는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원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폭등으로 농업 생산 차질
북한 시장에서 이달 중순 기준으로 올해 초보다 각각 1.5~2배 가까이 폭등한 휘발유과 경유값.
이렇게 갑자기 기름값이 오른 이유는 북한 시장에서 미국 달러화와 중국 위안화의 가치가 30% 정도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북한 원화 가치가 하락한 원인도 있지만, 국제 유가의 급등 영향으로도 풀이됩니다.
북한 물가 동향을 연구하는 최지영 한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3월 17일) RFA에 작년 말부터 북한에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오르는 추세라며 이는 시장의 외화 환율 상승과도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3월부터는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유가의 급등이 더 영향을 미쳤는데, 북한이 원유와 정제유를 전량 수입하기 때문에 그 여파를 피할 수 없다는 것이 최 연구위원의 설명입니다.
기름값이 폭등하면서 물자의 유통과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고, 중국산 수입품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물가 상승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건 3월부터 시작되는 농번기를 맞아 기름 수요가 커지면서 농업 생산에 미칠 악영향입니다. 당장 기름 부족으로 농기계를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일본의 대북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는 (3월 14일) RFA에 기름값 상승으로 북한 내 협동 농장들이 감당해야 할 부담이 커졌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평안남도, 함경남도의 비료공장에서 각지의 협동농장까지 비료 수송을 해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철도를 이용하지만, 철도역에서 농장까지는 각 농장이 차량을 준비해서 운반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차량 사용료 등 운송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데, 이것이 상승하면 협동농장에서 부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농촌 지원 활동이 3월 중순부터 시작해 앞으로 3~4달 이어지는데, 그 비용 부담을 누가 담당하느냐는 문제가 반드시 생길 거라고 봅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천연가스 가격의 폭등이 북한의 농업 생산에 영향을 끼칠 거란 관측도 있습니다.
김영훈 한국 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3월 11일) RFA에 천연가스 가격의 상승이 비료 생산에 중요한 요소 가격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연쇄적으로 북한의 비료 수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훈] 특히 중요한 것이 에너지와 비료인데요. 비료의 주성분인 요소를 생산하는 데 천연가스가 많이 들어갑니다. 천연가스 가격이 폭등하면 요소 가격이 폭등하게 되고, 비료 가격이 같이 오르게 됩니다. 북한이 현재 질소 비료의 50%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국제 가격이 폭등한다면 비료의 수입량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농업 생산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된다면 식량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최근 보고된 북한의 농업정책 동향 역시 앞으로 농업 환경에 대한 국제 정세와 내부 환경이 엄중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북중 국경 봉쇄의 장기화에 이어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국제 에너지와 곡물가의 상승으로 올해 김정은 정권의 최우선 목표인 농업 생산과 식량 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우려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기름값 안정화에 적극적으로 나설지도 의문입니다. 미국 워싱턴 한미경제연구소(KEI)의 트로이 스탠가론 선임연구원은 (3월 11일) RFA에 북한의 현금 수입 급감에 따른 구매 능력의 저하로 이전 만큼 원유를 사들이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트로이 스탠가론] 북한이 직면한 도전 중 하나는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현금을 보유했느냐, 국제 유가의 상승 속에 원유 구매 능력이 충분한가입니다. 예전만큼 원유를 사들일 여유가 없는 겁니다. 북중 간에 화물 열차 운행이 재개됐지만, 지금도 국경지역에서 코로나 감염 사례가 발생하면서 여전히 현금 수입을 어렵게 만드는데,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그만큼 원유 구매가 더 어려워질 겁니다.
국제 밀 가격 폭등도 북 식품 산업에 부정적 영향
러시아가 최대 밀 생산국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 밀 가격도 급등했습니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제 밀 가격은 전년도에 비해 84%나 폭등했으며, 옥수수 가격도 30% 이상 올랐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밀 생산과 수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해 온 만큼 이번 러시아의 침공으로 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북한 물가 통계에 따르면 2018년 북한 시장에서 톤당 400달러 수준이던 밀가루 가격이 2021년에는 2천 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이미 예년보다 4~5배가량 오른 가운데 국제 밀 가격의 상승이 북한 시장에 몰고 올 파장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의 음식 장사에서 밀가루가 주원료인 데다 북한 경공업의 대표적인 식품 가공 산업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입니다.
최장호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통일국제협력팀장은 (2월 12일) RFA에 국제 밀 가격 상승 영향을 북한 역시 피해가기 어렵다고 예상했습니다.
[최장호] 당장은 국제시장의 밀 가격이 상승하면서 북한의 밀가루 수입에 조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북한이 코로나 때문에 밀 수입을 거의 하지 않고 있어서,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도 밀 가격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물론 북한의 식량 소비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에 국제 밀 가격의 상승이 당장 북한의 식량 사정 악화로 이어지진 않을 전망입니다.
다만, 북한 내에서 밀가루를 이용한 식품 가공산업은 당장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김영훈 명예선임연구위원은 지적했습니다.
[김영훈] 지금 당장은 수입이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밀가루를 생산하는 기업이라든지, 밀가루를 가공해서 국수나 과자 빵을 만드는 산업들은 일시적으로 위축될 겁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북한이 밀 생산을 늘리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거든요. 해외에서 수입하는 밀을 완전히 국내 생산으로 대체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올해 말부터는 국내 밀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밀가루를 이용한 가공산업 위축이 그렇게 오래 지속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북한은 체제 특성상 국제 시장의 변동성에 즉각적인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무역 대부분을 중국에 의존했고, 자력갱생을 강조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수년째 이어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코로나 대유행, 북중 국경 봉쇄 등 외부 요인의 악영향이 북한 경제와 사회에 계속 누적돼 온 상황입니다.
특히 에너지와 식량 등은 북한에서도 외부 충격에 의한 가격 변동성이 가장 큰 품목이어서 최근 나타난 국제 유가와 곡물가의 폭등이 북한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는 건 시간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곡물 가격의 폭등이 낳은 파장이 북한에도 미치면서 농업 생산 증대와 경제 발전을 내세운 김정은 정권에 또 하나의 걸림돌이 될 전망입니다.
기자 노정민, 에디터 박정우,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