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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고승우] 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 어떤 남북관계를 물려주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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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9-17 09:36 조회1,85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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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정권에 어떤 남북관계를 물려주려 하는가?

  •  고승우
  •  
  •  승인 2021.09.17 08:20
 

[기고] 고승우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 안 된 이유 밝혀야 남북 불신 해소될 것

전 세계가 한반도를 주시하고 있다. 남북한이 경쟁적으로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면서 한반도의 긴장 상태가 군비경쟁 속에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또한 미중의 한반도 정책이 불꽃을 튀기는 것도 한반도 주시 원인의 하나가 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봉쇄 전략을 강행하면서 한국의 동참을 주문하거나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북한에게 대화로 나오라고 압박하는 방침을 밝히고 있고 중국도 미국의 전략에 대응해 왕이 외교부장이 한국을 방문한 시점이다.

현재의 남북 갈등은 미·중 패권경쟁 속에서 동북아 정세를 더욱 꼬이게 한다는 점에서 바람직스럽지 않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말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심각한 측면이 있다. 내년에 선출될 다음 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갈수록 격화되는 남북한의 대치 상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그 해 남북 두 정상이 두 차례의 정상회담을 하면서 남북 간의 전면적인 교류협력이 가능한 합의를 했다. 하지만 전혀 이행되지 못하고 계속 관계가 악화되다가 급기야 신형 무기로 서로 경쟁하는 모습을 국제사회에 드러낸 꼴이 되었다.

남북관계의 악화는 주변국들이 한반도 분단을 매개로 한 개입과 부당이익을 취할 여지를 넓혀주면서 한반도의 평화통일의 길을 어렵게 만든다는 점에서 극히 경계해야 할 악재다. 특히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강대국 간의 분쟁에 한반도가 종속되거나 분단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문제다.

국내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국민의힘 대권주자 가운데 홍준표, 유승민, 안상수 후보는 전술핵 재배치, 핵 공유를 주장하는 안보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동북아의 갈등 수위를 낮춰 관련국들이 모두 윈윈 하는 방안이 없는지 모색해야 할 것이다.

다음 대통령을 뽑는 20대 대선일이 내년 3월 9일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2020년 5월 초까지니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6개월도 남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잔여 임기 동안 남북관계, 미·중과의 관계 등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남북관계가 악화된 2018년 두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이후 벌어진 상황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방북해서 수십만 명의 평양시민 앞에서 연설까지 할 정도로 남북 정상간 신뢰가 두터웠지만 그 후 남북 정상간 합의가 전혀 이행되지 못했던 것이 남북간 갈등의 시작이 되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남북간 불신과 갈등, 미국의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 저지에서 시작돼

돌이켜 보면, 남북 정상이 2018년 4.27 판문점선언(한반도 비핵화와 종전 선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정상회담, 남북간 경제협력 추진 등 포함)에 이어 9.19 평양공동선언(비핵화와 군사, 경제 부문 협조 및 이산가족 면회 추진 등 포함)을 내놓았을 때 전 세계가 박수갈채를 보냈다.

두 선언 내용이 실천될 경우 남북이 경제공동체에 이어 국가연합 또는 느슨한 연방을 향한 평화통일의 행진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높았다. 남북은 두 정상의 판문점선언에 따라 2018년 9월 개성공단 내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문을 열었고 남북 간 교섭 및 연락, 당국 간 회담 및 협의, 민간교류 지원, 왕래 인원 편의 보장 등의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두 번의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은 후에 한미 협의와 동의 절차를 거치면서 거의 이행되지 않았다. 미국은 또한 남북철도 연결,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에 반대하고 한미군사훈련 지속을 고집하면서 한국군 군사력 증강 등을 압박해 남북 정상간 합의에 역행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남북간에 냉기류가 감돌다가 북한이 2020년 6월 16일 대북전단 살포 등에 대한 남한 당국의 대응을 문제 삼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2018년 두 차례의 남북정상 회담에서 합의된 사항은 과거 유사한 사례의 경우처럼 사전에 어떤 식으로 든 한미 간에 협의 절차를 거쳤다고 추정할 수 있다. 북한에 대한 유엔과 미국 제재가 시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한미 간에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긴밀한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했다.

그런데 미국이 뒤늦게 제동을 걸은 것은 대단히 이례적인 것이었는데 문재인 정부는 그 이유를 지금껏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이 왜 발목을 잡는 주문을 내놓았으며 한국 정부는 거기에 침묵한 채 끌려갔는지 공식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미국이 표변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미국이 중국을 견제, 포위하기 위해 일본, 인도, 호주와 추진 중인 아시아판 나토(NATO)라 불리는 다자안보회의체 성격의 쿼드(QUAD)로 보인다. 남북정상이 다양한 교류협력의 청사진을 내놓은 것을 미국이 중단시킨 시기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를 활성화 할 움직임을 취하는 시기와 겹친다. 이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미국이 쿼드의 군사훈련 재개 등을 추진하기 위해 남북한 간 화해 협력 움직임을 차단한 결과로 추정된다.

물론 이런 추정이 빗나간 것일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왜 2018년 남북 정상간 합의를 좌초시켰는지에 대한 이유를 국민 앞에 밝혀야 했다. 그것은 국민의 머슴인 대통령의 책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그 책무를 이행치 않았고 남북간에 무기개발과 과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미사일 대응을 언급하고 있을 뿐이다.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한미군사동맹 체제에 대해 국내 여론은 긍정과 부정으로 갈려 있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이 심화되면서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을 미국이 저지한 뒤 그 역기능이 대단히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미국은 전방위적인 중국 공세전략을 강행하면서 한국의 동참을 요구하거나 남북관계 개선을 저지하는 선택을 강요하는 양상이다.

한국이 유엔헌장이 보장하고 있는 자주국인데도 그 위상이 훼손되고 있는 이런 사태는 미국이 슈퍼 갑인 한미동맹 관계를 앞세울 경우 심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그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책무가 있다. 한미동맹의 현주소나 그 문제점에 대해 낱낱이 밝혀야 그것이 가능할 것이다. 문 대통령의 잔여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직접 실행 가능성이 적다해도 향후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와 안정, 평화통일 추진을 위해 한미동맹의 어떤 점이 문제이고 그 해결의 방법이 무엇인지 제시해야 한다.

군사·경제적 강국 한국, 군사적 자주권 확보 시급

한국은 오늘날 경제력 세계 10위 권, 군사력 6위이고 2025년 국방비가 일본의 1.5배가 된다고 추정되고 이미 러시아도 추월했다고 알려져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이 군사적으로 자주권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고 당연하다. 이는 정치권이 납세자인 국민을 위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인 것이다.

강대국에 속하는 한국이 미국에 군사적 주권이 넘겨져 있는 상태이고 한반도 관련국인 미중러일, 북한 가운데 자주력이 가장 허약하다는 점은 국치에 그치지 않고 동북아의 정세 안정과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한반도 관련 국가를 두루 살필 때 현재의 한미군사동맹관계가 불합리한 만큼 개선했을 때 그로 인한 효과도 역시 확실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미군사동맹은 필리핀, 일본이 미국과 맺은 군사동맹관계에 비춰 그 불평등이 심각해서 21세기의 국가 간 관계로 존속한다는 것이 매우 불합리해 그 정상화가 시급하다. 한미군사동맹의 역기능은 미·중 패권경쟁이 확대되면서 전방위로 심각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종속된 한국 정부가 뭔가 결단을 하지 않을 경우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한반도 관련 정책은 한국을 미국의 군사동맹으로 더 강하게 포함시키고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권을 유지·보강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주요한 것은 아래와 같다.

- 미 국무부는 테러지원국으로 재 지정된 북한이 여전히 테러지원국 해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북한이 과거의 테러 지원 문제를 해소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 4년 동안 테러지원국으로 분류해 온 북한을 명단에서 삭제할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미국의 소리방송 2021년 9월 3일>. 테러지원국 지정은 미국의 선제타격 대상 국가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의 스콧 베리어 국장은 지금 미국 정보기관들이 상대하는 최우선 위협은 중국이라고 말하고 북한을 비롯해 러시아, 이란, 폭력적인 극단주의 단체가 중국 다음으로 미국이 다루는 위협이라고 꼽았다<자유아시아방송 2021년 9월 14일>.

- 한 미 군사전문가는 “중국에 맞서기 위해선 중국 주변에 미군을 배치해야하고 가장 이상적인 장소 중 하나가 한국이다. 해외주둔미군 재편은 증강하는 중국의 군사력에 맞서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주한미군 유지가 필수적이다”라고 말했다<자유아시아방송 2021년 9월 10일>.

- 미국 하원 군사위는 최근 미국의 기밀정보 공유 대상 국가를 기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서 한국, 일본 등으로 확대할 필요성을 담은 법안을 처리했다. ‘파이브 아이즈’는 미국·캐나다·뉴질랜드·호주·영국 등 영어권 5개국의 기밀정보 공유동맹으로 1946년 미국과 영국이 소련 등 공산권과 냉전에 대응하기 위해 협정을 맺은 것이 시초다<연합뉴스 2021년 9월3일>.

위에 열거한 것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지속된 미국의 한미동맹 강화나 대북정책 등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 간 한미동맹으로 미국에 군사적으로 복속된 상태에서 주권국가의 자주성이 다각도로 훼손되는데도 정치권은 진실을 국민에게 밝히지 않는 태도를 반복하고 있다. 대통령도 장관도 이 조약의 불평등에 대해 언급한 일이 거의 없으며 외교안보 분야를 담당했던 전직 고위 관리도 그렇고 학자도 마찬가지다.

문 대통령, 한미동맹의 어떤 부분 문제인지 밝혀야

한·미 간에 사활적인 차별관계가 존재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가 시급하다.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으나 정치권에서 한미동맹의 정상화를 통한 한반도 안정과 평화통일에 대한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이전에 뭔가 돌파구를 마련할 계기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북아에 포진한 여러 국가들을 살필 때 만약 한국이 한미동맹 정상화를 통해 군사적 자주권을 회복해서 유엔회원국의 위상으로 협상력을 발휘할 경우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될 잠재력이 크다. 한국이 제대로만 역할을 할 경우 동북아 냉전을 방지하고 한반도 평화교류 협력의 기틀을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미국이나 중국에도 이익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점에 착안해서 잔여 임기 동안 차기 정부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와 안정 그리고 남북한 평화통일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 2018년 남북정상회담 합의사항 이행이 불가능했던 이유, 그것이 한미동맹의 어떤 부분에서 연유했는지 밝혀야 한다.

 

고승우(언론사회학 박사)

6.15언론본부 정책위원장

전 민언련 이사장
전 한겨레신문 부국장
전 한성대 겸임교수

제2회 조용수언론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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