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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분담금 불용액 2800억원 몽땅 미 재무부로 송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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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8-20 13:14 조회1,59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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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단독] 방위비 분담금 불용액 2800억원 몽땅 미 재무부로 송금

서영지 입력 2021.08.19. 16:46 수정 2021.08.19. 17:06
즉시 소진 또는 환수 요구 높았던 미집행된 분담금
2019년 2월 전액 달러로 바뀌어 미국 정부로 송금
주한미군 위한 용도로 쓰이는지 확인할 방법 없어
정의용 외교부 장관(뒷줄 오른쪽 둘째)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뒷줄 왼쪽 둘째)이 지난 3월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가서명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미국이 지난 2019년 3월 한국의 은행에 예치돼 있던 방위비 분담금의 미집행 현금 2800여억원을 전액 달러로 환전한 뒤 미 재무부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지난 2014년 제9차 한미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당시 ‘이면 합의’에 따른 것인데, 한국 국방부는 7개월이 지나서야 최종 송금을 확인했다. 특히 방위비 분담금은 올해 13.9%를 인상하는 등 2025년까지 큰 폭으로 증액되기 때문에 한국 정부의 감시를 전혀 받지 않고 미국 정부의 쌈짓돈처럼 쓰이는 미집행 분담금도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한국 은행에 남아 있는 미집행 현금을 미 재무부 계좌로 송금하겠다고 공식 서한을 보낸 것은 2019년 2월로, 미국은 그 다음달 전액을 달러로 바꿔 미 재무부 계좌로 보냈다. 미국은 당시 서한에서 2800억원 송금 목적으로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KAOC)와 정보운영실(BLACK HAT) 노후건물 신축사업’이라고 알렸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국항공우주작전본부는 한-미 연합 공군작전 지휘부로 지난 2016년부터 재설계 등 최신화 작업에 들어갔다. 국방부 관계자는 “최근 미국에서 자신들의 재무부 계좌에 돈이 있지 않으면 자금 운용을 할 수 없도록 절차가 바뀌어서 넘겨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방위비 분담금의 미집행 현금을 미 재무부 계좌로 넘겨달라는 것은 미국의 오랜 주장이었다. 애초 미국은 현금지급을 선호했지만, 미국이 미집행 예산으로 연간 300억원 이상의 이자 수익을 벌어들인다는 문제 제기가 잇따르자 지급 방식을 바꾸도록 했다. 지난 2009년 제8차 방위비분담협정 때부터 기존 100% 현금지원에서 설계·감리비용(12%)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현물 지급하도록 원칙을 세웠다. 그럼에도 ‘현금으로 달라’는 미국 요구는 계속 이어졌다.

이에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제9차 방위비분담 협상 때 ‘예외’ 사유가 있으면 현금지원을 늘려주겠다는 ‘이면 합의’가 있었음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국방부는 이번에 미 재무부로 넘어간 돈은 “제8차 방위비 분담금 협정 전에 이미 미국에 지급한 돈”이기 때문에 협정 위반소지는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돈이 ‘주한미군’을 위해 쓰인다는 점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방위비 분담금이니 마땅히 주한미군을 위해 쓰여야 할 돈이다. 하지만 미국이 한국 정부에 알리지 않고 현금을 다른 용도로 쓰더라도 감시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

국방부는 미국으로부터 분담금의 미집행 현금 전액을 미 재무부로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고도 국회 보고 등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 2019년 2월은 제10차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한창 이뤄지던 때로, 같은 해 3월 국회에 제10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 국회 비준안이 제출돼 4월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당시 국회를 통과한 비준안의 ‘부대 의견’엔 “정부는 2884억원 상당인 미집행현금이 조속히 소진될 수 있도록 하고 그 집행현황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미집행된 방위비 분담금은 소진하거나 환수해야 한다는 문제 제기는 몇십년 동안 이어졌는데도 그대로 미 재무부에 전액 현금을 넘긴 것은 이면 합의를 한 전임 정부와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현재 미 계좌에 넘어간 돈은 그대로 남아 있고, 아직 노후건물 신축 사업은 설계단계라고 한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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