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김정은 친서 교환"..비대면 정상회담 논의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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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7-02 09:26 조회1,657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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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文·김정은 친서 교환"..비대면 정상회담 논의된 듯
입력 2021.07.02. 02:00 수정 2021.07.02. 06:16문 대통령, 바이든과 조율 거친 듯
"김정은 어떤 답 했는지 불명확"
정부 관계자 긍정도 부정도 안 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월 남북 정상회담 재개와 관련한 친서(親書)를 교환했다고 남북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이 1일 말했다.
익명을 원한 외교소식통은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5월 21일 한ㆍ미 정상회담을 전후해 남북 정상이 친서를 교환한 것으로 안다”며 “남북 정상은 친서 교환을 통해 '화상 회담' 등 비대면 방식의 남북 회담을 여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친서 교환은 한 차례 이상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현 정부 외교·안보 정책에 밝은 학계 소식통도 중앙일보에 "5월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문 대통령이 친서를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위원장이 정확하게 어떤 답변을 전달해왔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두 정상간 친서가 오갔다는 건 한국뿐 아니라 워싱턴 외교가에도 일부 알려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상간 '친서 소통'에 대한 중앙일보의 확인 요청에 정부의 고위관계자는 "이런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비대면 정상회담을 처음 언급한 건 지난 1월 11일 신년사에서다.
문 대통령은 당시 “언제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1주일 뒤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며 “북한도 코로나 상황에 대해 상당히 민감해하고 있다. 화상회담을 비롯해서 여러 가지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고 했다.
통일부는 문 대통령의 제안 직후 영상회의실을 만들고, 지난 4월 남북 회담을 가정한 시연까지 마쳤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5월에서야 친서를 통해 회담을 제안한 걸 두고는 "바이든 행정부가 이전 행정부들의 정책 리뷰를 통해 새로운 대북 정책 기조를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을 것", "남북 대화에 대한 한·미 정상간 사전교감이 필요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5월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공동성명에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문구를 넣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관철해 냈다.
문 대통령 친서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반응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외교가에선 "아직까지 성사가 되지 않은 걸로 볼 때 김 위원장의 반응이 긍정적이진 않았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명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히기 보다는 여지를 남겨두면서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담화 내용등을 분석해 보면 미국이나 한국을 매정하게 끊어내지도 그렇다고 끌어안지도 못하는 복잡한 심경이 드러나지 않느냐"며 "여지를 남기는 애매한 답을 문 대통령에게 보낸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 입장에선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취소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데 매몰차게 한국의 대화 제안을 완전히 거부하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8월 훈련은 북한에 맞설 한·미 연합 방위태세를 점검하기 위한 훈련이다.
5월 남북 정상간의 친서 소통 이후 북한이 문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을 줄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국가의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고, 청와대는 “대화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공개된 시사주간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에 대해 “매우 솔직하고, 열정적이고, 강한 결단력을 가진 사람”이라며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안다”고 평가했다. “지속적 대화와 소통으로 상호 신뢰가 형성됐다”는 말도 했다.
정부 관계자는 "아직까지 북·미 관계나 남북관계에 있어 획기적인 진전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정상들간의 친서 소통에도 불구하고 비대면 정상회담 성사가 늦어지고 있다면 북한의 요구 내용이 우리의 수용 범위를 크게 넘어서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