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희 교수] 남북정상선언 이행 위해 한미관계 정공법 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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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3-29 09:52 조회1,91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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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정상선언 이행 위해 한미관계 정공법 써야
- 이장희
- 승인 2021.03.26 21:37
[칼럼] 이장희 한국외대 명예교수
지난 2021년 3월에 미국 바이든 행정부 출범이래 처음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2+2)회의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백해무익한 회담이었다. 한국인의 혈세인 부당한 주한미군주둔비 13.9% 인상 및 향후 4년(2022-2025) 한국국방비 증액 연동 합의는 논외로 하고, 미국이 의도한 태평양 및 동북아 패권적 이해를 단지 공식화하는 수순을 밟았고, 나아가 한미가 북한의 비핵화 및 인권개선에 대한 압박정책을 재다짐한 것이다. 북한이 절박하게 원하는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및 생존권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바로 미국의 일방적인 동북아 패권전략과 북한 비핵화라는 대북 압박정책에 한국 정부가 이번에 재합의한 셈이다. 이번 한·미 2+2회의 결과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국 정부는 이번 2+2회의를 통해서 이미 2020년 10월 제52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조건부 전시작전권 환수,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에 합의한 대로 미국의 일방적 요구들을 재확인하는 요식절차에 공모한 데 불과하다.
이처럼 한국 정부가 한미동맹에만 매달리고 남북합의의 자주적 이행을 위한 강력한 의지나 결연한 행동을 미국에 요구하지 않고서 어떻게 남북관계 개선을 바랄 수 있겠는가. 또 한국정부가 남북대화의 직접 파트너인 북한의 사회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국제적 고립 상황에 대한 진지한 배려를 미국에 전혀 요구하지 않고, 미국 국익 기준의 동아시아에서의 패권주의 및 선진국의 인권기준에만 동의해준 것이다. 이것은 북한을 남북대화 및 북미대화에 복귀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분노하게 만든다고 본다.
물론 필자도 북한의 현재의 심각한 인권 침해 및 핵무기 개발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복원을 위해서는 가장 시급한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북한 비핵화와 북한 체제와 직접 관련된 북한 인권개선 문제를 당장 북한에 요구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 대신에, 남북한 간에 신뢰구축과 실질적 대화복귀 조치라는 전략적 조치가 우선이라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다시 말해 어떠한 상황이 있더라도 한반도에서 더 큰 파국을 막기 위해서 남북한 간에 접촉유지를 강화하여 장기적 변화 유도를 하자는 것이다. 접촉을 통한 변화에 기초한 전략적 접근은 같은 민족이자 분단의 고통을 겪고 있는 남측 정부만이 북한과 미국에 대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북한인권 문제가 시급하지만 당장 이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면 북한이 현실적으로 수용이 불가능하고, 나아가 모든 남북대화와 접촉은 두절된다는 것을 명백히 알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2019년 이래 UN 인권위원회에서 북한 인권문제 공동제안국에서 참여하지 않는 이유라고 본다. 현명한 처사이다. 이러한 맥락의 후속적 조치로 북한문제에 대해서 전략적 접근을 주장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같은 민족인 남측 정부이기 때문이다.
한미 2+2회의에 대한 북한의 반응은 예상한 대로였다.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 없는 한 북미 대화는 없다고 북측의 즉각적인 반응이 왔다. 게다가 한국의 평화시민사회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대했던 한·미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북측 김여정은 “3년 전 봄날(판문점선언 합의)은 다시 오기 어려울것“이라고 반응했다. 또 지난 3월 25일 바로 북한은 동해상에 단거리 탄도 미사일(ICM) 발사체 두발을 쏘았다. 북한의 현 상황을 조금만 이해하는 사람이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사건들이다.
여기서 향후 북한의 반응에 국제사회의 압박정책이 반복될 것이 충분히 예상된다. 이러한 미국의 압박정책-북한의 미사일발사 응수라는 반복적 실수 프레임을 단절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우선적으로 철회시켜야 한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를 강하게 요구할 수 있는 나라는 남한 정부밖에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한 번도 그러한 요구를 공개적으로 못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남북 간에 남측의 민족문제에서 자주적 역량 확보는 미국의 시혜성의 산물을 절대 기대해서는 안된다. 우리 스스로 정당한 노력으로 미국과의 날카로운 외교전에서 승리하여 얻어내야 한다. 아니면 독자적 균형외교 노선으로 나감을 일방적으로 선언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압박정책 및 과거 이명박 및 박근혜 대북 압박정책이 남북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증명되었다.
과거 역대 정부의 압박정책의 실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위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큰 방향은 맞지만, 이를 추진할 인적 구성원들의 확고한 의지와 경협부족으로 파생된 아마추어리즘과 대미추종자들로 채워진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2018년 평창올림픽 평화의 봄바람으로 성사된 남북한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 이어 6.12싱가폴 북미 정상회담은 문재인 정부의 큰 성과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권의 뒷심 부족으로 이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의 출발을 위해서 4.27판문점선언과 9.19평양공동선언의 평화와 자주의 불씨를 반드시 살리어 그 이행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제부터 한미관계는 냉전시대의 맹목적인 한미동맹보다는 자주와 평등에 기초해 상호 도움이 되고 지속가능한 건강한 관계로 발전해 가야 한다. 역사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운 1950년대 샌프란시스코 체제에 기초한 냉전시대를 별개로 하고, 1990년대 탈냉전시대에 접어들어 와서도 한미동맹이라는 미명하에 불평등하게 한국의 주권을 제약한 한·미 합의들을 서서히 정비해야 한다.
한 예로, 1954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70년이나 강행 운영하고, 그 하위체제로서 불평등한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 불평등한 방위비특별협정(SMA), 한·미 미사일 각서, 전시작전권 미환수, 한·미 워킹그룹, 전략적 유연성 합의 등 불평등한 한미 합의가 아직도 한미관계를 강하게 옥죄고 있다.
미국은 이 불평등한 한미 합의문서로써 이미 수명이 다한 낡은 냉전시대 질서를 적절히 이용하여 신 냉전구조를 만들어 자국 국익을 도모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미국은 강대국으로서 자국의 국익에 따라 보편적 국제규범 준수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이제 우리는 미국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미국의 잘한 점은 인정하되, 잘못된 점에 대해서는 “NO!”라고 할 수 있는 균형 외교. 다자외교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촛불시민이 만들어준 180석의 문재인 정부와 국회의 역사적 과업이다.
이런 차원에서 촛불시민은 문재인 정부에게 한반도 평화통일시대를 열기위하여 판문점선언, 평양공동선언을 즉각적이고 전면적이며 자주적인 이행을 하는 데 온힘을 기울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 첫 단추가 한미관계에서 정공법으로 나가야 한다. 1954년 상호방위조약 개정, 미국, 인도, 일본, 호주가 참여하는 쿼드(Quad) 참가 거부, 한일동맹 구축 거부, 위기관리합의각서 개정 요구, 전작권 환수,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미국 정부에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정치적 용단을 내려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은 70년 장기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통일에 실질적 협력보다는 자국의 군산복합체 이해에 우선적으로 몰입하는 행태를 취했다. 이제 한국외교가 더 이상 한미동맹이라는 이름에 맹목적 수직관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제 한국 정부는 과감하게 균형외교 및 다자외교에 나서야 한다. 남북한이 평화통일시대를 열기 위해서 한미동맹이라는 이름하에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를 공정하게 관리하는 치밀한 외교정책과 강력한 실천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고사 직전에 있는 임기말 문재인 정부만 쳐다보지 말고 한반도 평화를 사랑하는 한국 촛불시민과 한반도 분단과정을 이해하는 국제사회 동지들이 이를 함께 지켜나가야 한다. 이제부터 판문점선언 및 평양공동선언의 이행을 위해서 현금의 한미관계를 냉정하게 재평가하고, 한국외교 및 국방 정책의 혁명적 개혁과 더불어 민족의 자주적 역량을 높이는 바른 길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그 해답은 자명하다. 4.27판문점선언 및 9.19평양공동선언 이행을 위해서, 한미관계를 정공법으로 풀어 나가는 것이 정답이다. 그렇게 한다면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촛불시민 민심은 문재인 정부에 강한 힘을 다시 모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