촘스키 인터뷰: 바이든과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그놈이 그놈이다 (2021.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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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4-05 09:44 조회2,55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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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인터뷰: 바이든과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그놈이 그놈이다 (민중의 소리 / 2021. 4. 1.)
원문: Noam Chomsky:Biden’s Foreign Policy Is Largely Indistinguishable From Trump’s
조 바이든 대통령의 국내 정책, 특히 경제정책이 꽤 고무적이다. 미국 국민에게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하지만 트루스아웃과의 인터뷰에서 노암 촘스키가 분석하듯, 바이든의 외교정책은 다른 얘기다.
러시아와 중국이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한다는 것은 미국이 만들어낸 허구다
질문: 바이든 정권이 들어선 지 2개월이 되면서 바이든의 외교정책이 틀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미국이 헤게모니 유지에 가장 큰 문제가 되는 지정학적 라이벌, 그러니까 러시아와 중국을 어떻게 대할지를 보여주는 단서들이 있는가?
촘스키: 미국의 헤게모니 유지에 러시아와 특히 중국이 문제라는 얘기는 외교정책을 논할 때 상당 기간 동안 중요한 주제로 회자됐다. 양국이 미국에 굉장히 큰 위협이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단순치 않다. 복잡한 문제에 대해 사람들의 광범위한 동의가 있으면,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게 좋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보면 한 가지는 확실하다. 러시아와 중국은 신경을 많이 쓰는 자국 주변 지역에 미국이 자기 헤게모니를 행사하려 할 때 이를 저지할 때가 있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이 ‘러시아와 중국의 문제’라 할 때 흔히 생각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러시아와 중국은 새로운 헤게모니 세력이 되어 자유주의와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미국을 끌어내려, 그 역할을 차지하려는 게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이 실제로 사람들이 우려하는 방식대로 미국의 헤게모니를 위협하고 있는가? 러시아부터 보자. 러시아는 세계 제2의 국가였던 소련이 남겨준 (잔재이기는 하지만 매우 위험한) 군사력을 빼면 세계무대의 주요 플레어가 아니다. 러시아의 힘은 미국 세력의 범위나 영향력과 비교조차 불가능하다.
중국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다른 모든 분야에서는 미국 근처에도 못 간다. 중국은 여전히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다. 유엔인간개발지수를 보면 중국은 브라질과 에콰도르 사이에서 85위에 머무르고 있다. 미국은 사회복지지표들 때문에 최상위층에는 속하지 못하지만 군사력과 세력의 범위(세계에 배치된 군사기지와 참전 중인 병력 수)에서는 중국과 비교가 안 된다.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전세계 자산의 약 절반을, 그리고 거의 모든 사업 부문에서 1위나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중국은 한참 뒤떨어져 있다. 중국은 생태학적, 인구학적, 정치적으로 심각한 국내 문제도 많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국내 문제나 안보에 있어 미국에 대적할 나라가 없다.
일례로 제재를 살펴보자. 다른 국가에 대한 제재는 이 세상에서 한 나라, 바로 미국이 열심히 활용하는 주요 수단이다. 게다가 미국의 제재는 다국적이다. 미국의 제재에 동참하지 않으면 아웃되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체제에서 배제될 수도 있고, 그보다 더한 일도 당할 수 있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1950년에 작성한 비밀정책 문건 NSC-68을 보면, 지금까지도 강고하게 이어지는 미국의 사고방식을 알 수 있다. NSC-68은 수려한 문장으로 대대적인 군비증강과 위험할 정도로 자유로운 미국 사회를 통제할 규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세계 어디에서나 “자유로부터의 도전을 제거하는 것을 확고한 목표”로 삼는 “노예 국가”로부터 국가를 지켜내고 “전 인류와 전 세계를 완전히 지배할 수 있는 권력과 권위”를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이런 수사가 이런 저런 형태로 중국에게 계속 사용되고 있다. 중국이 미국 세력에 맞서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은 대서양도, 태평양도 아닌 남중국해에서다. 중국이 경제적으로도 미국에게 도전장을 던질 때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은 여러 부문, 특히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에서 가장 발달했고 세계의 공업 생산지가 됐다. (물론 그 수익은 주로 대만의 폭스콘이나 애플 투자자 등 외부로 빠져 나가지만 말이다. 미국은 수익을 보장받기 위해 극히 보호주의적인 ‘자유무역’협정들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지적 재산권이나 특허권에 점점 의존하고 있다.)
중국의 세계적인 영향력이 투자와 상업, (이스라엘의 주요 항구를 포함한) 기간시설의 운영에서 증가하고 있는 것도 확실하다. 그리고 서양이 기업 특허와 수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재기한 코로나19 백신을 다른 나라에 배분하기를 계속 거부하고 중국이 헐값에 백신을 공급하기 시작하면, 중국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또, 당혹스러운 미국이 방해 공작에 나설 정도로 중국이 첨단 기술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를 미국 헤게모니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것은 좀 이상하다. 미국의 대립적이고 적대적인 행동 때문에 러시아와 중국이 힘을 합쳐 대처함으로써 미국이 문제를 키울 수는 있다. (이런 결과는 트럼프 정권과 바이든 정권의 초창기까지 실제로 나타났다.)
무엇이 필요한지는 명백하다. 의견의 불일치가 있는 곳에는 외교와 협상이 필요하고, 지구온난화와 군비 통제, 미래의 팬데믹과 같이 국경이 의미가 없는 심각한 문제에 대해서는 진정한 협력이 필요하다.
매파로 채워진 바이든의 외교팀이 이런 방향으로 갈 지혜를 지녔을까? 최선의 경우, 그게 불분명하다. 최악의 경우, 두려울 정도로 그럴 가능성이 없다. 대중이 상당한 압력을 가하지 않는 한 전망은 밝지 않다.
헤게모니를 지키기 위해 다른 국가를 해치는 미국
촘스키: 대중의 관심과 대응이 필요한 이슈가 또 있다. 미국이 헤게모니를 지키기 위해 잠재적 라이벌에게 해를 끼치는 정책 말이다. 공개적으로 이 정책을 적용하는 중국만 희생자가 아니다. 미국이 믿기지 않는 방법으로 다른 나라를 해할 때도 많다.
알렉스 아자르 장관이 자랑스럽게 발표한 ‘미국 보건복지부 2020년 연례 보고서’에 그 기막힌 예가 은밀히 파묻혀 있다. ‘미주 지역에 있는 악영향 퇴치하기’라는 소제목 아래 국제문제 담당 부서(OGA)의 활약(?)을 기록한 대목에 말이다.
“...쿠바, 베네수엘라, 러시아를 포함한 국가들이 미주 지역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바, 이는 미국의 안전과 안보에 위협이 된다. 그러므로 그런 노력을 무산시키기 위해... OGA는 미주 지역 국가들이 이런 악의적인 국가들로부터 원조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정부 부처들과 협력해 외교관계를 강화하고 기술적, 인도적 원조를 제안했다. 예를 들어, OGA의 보건 대외연락관을 브라질에 보내 러시아의 코로나19 백신을 거부하라고 설득했고, 파나마에게 쿠바 정부가 파견하는 의사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기술적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를 강타한 팬데믹 와중에 미국은 비참한 피해자들을 돕기 위한 ‘악의적’인 시도들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브라질은 극우파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경악스러운 국정 운영 실패 속에서 코로나19 팬데믹 대처에 실패한 대표적인 국가가 됐다. 브라질이 훌륭한 의료기관을 갖추고 있고, 예방접종과 치료에 능하다는 과거 기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브라질은 현재 백신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도 미국은 미국이 사용 중인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에 비견된다고 서방 당국들도 인정한 러시아의 백신을 브라질이 쓰지 않도록 노력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더 놀라운 것은 40여 개국의 최전방에서 코로나19 팬데믹과 맞서 싸우고 있는 쿠바의 의사들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미국이 파나마를 성공적으로 설득했다는 것이다. 이 재앙으로부터 세상을 구하는데 필수적인 국제주의를 보여준 단 한 나라를 꼽으라면 그건 쿠바다. 그런데도 세계의 헤게몬 미국은 그 국가의 ‘악영향’으로부터 파나마를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다.
쿠바가 독립을 쟁취한 1959년부터 미국은 히스테리적으로 쿠바의 압살에 집착했다. 이것이 현대사에서 가장 비상식적인 현상 중 하나라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래도 미국이 보여주는 옹졸한 가학성의 수준은 늘 놀랍다.
질문: 미국의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사람들을 실망시켰다. 바이든 정권이 사우디 출신의 반체제 언론인이었던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사우디의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를 지목하고도 그를 제재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권이 사우디와 빈살만 왕세자에게 이렇게 약한 태도를 취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촘스키: 그 이유는 뻔하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때 국무부가 “엄청난 전략적 힘의 원천이자 세계 역사상 가장 큰 물질적 상 중 하나이며... 해외투자 측면에서 아마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경제적 상”이라고 묘사했던 가까운 동맹국이자 중동지역 강국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어 하겠는가? 세상은 그동안 여러 면에서 많이 변했다. 하지만 사우디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관점은 여전하다.
질문: 바이든은 당선되면 트럼프의 핵무기 지출을 축소하고 미국이 핵무기에 의존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정권이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이 훨씬 낮춰서 미국의 핵전략을 획기적으로 바꿀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촘스키: 미국에 절실하게 필요한 국내정책들이 시행되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비용 하나만을 생각해도 핵무기 지출의 축소를 매우 중요한 의제로 봐야 한다. 하지만 비용이 아니더라도 핵무기 지출을 축소할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미국의 현 핵전략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와의 전쟁, 그러니까 최후의 핵전쟁을 준비해야 한다.
미국 핵전략은 전략사령부(STRATCOM)의 중요한 1995년 보고서 ‘냉전 이후 억제의 핵심’에 나타나 있다. 이 보고서의 결론은 이렇다. “핵무기는 비할 데 없는 파괴력 때문 반드시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핵무기는 모든 위기나 갈등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상대를 주눅 들게 해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보고서는 이어 핵무기의 ‘선제공격’을 허용하고 관련자들에게 조언을 한다. “우리가 지나치게 이성적이고 냉철하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 미국이 내비쳐야 할 페르소나는 ‘핵심적인 이익’이 공격받으면 미국은 비이성적이고 보복적으로 변할 수 있으며, 미국에는 ‘통제 불가능할 수도 있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는 모습이다.” 그러니까, 이 보고서는 핵전략을 수립하는 사람들에게 협상 상대자에게 자신을 미치광이로 인식시킴으로써 이를 무기 삼아 협상을 유리하게 하는 전략인 ‘광인 이론’을 적용하라고 얘기하고 있다.
두 달 전에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이 발효됐다. 핵보유국들은 서명을 거부했고, 여전히 핵무기 폐기를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시행하지 않아 핵확산방지조약(NPT)에 명시된 법적 의무를 불이행하고 있다. 이런 입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대중적 저항이 있으면 바뀔 수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그런 변화가 꼭 필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대국들의 문명 수준이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다. 강대국들은 지구상에서 조직화된 인류의 삶을 종식시킬 수 있는 수단을 업그레이드하고 강화하며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위태롭게 달려가고 있다. 심지지 최강대국이 아닌 주니어 파트너들도 파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불과 며칠 전에 보리스 존슨 총리가 영국의 핵탄두 비축량이 4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변화하는 안보 환경’을 언급하고 러시아가 영국의 ‘주된 위협세력’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