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전단 살포단체와 美 북한인권단체는 공생관계(202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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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04-12 10:12 조회2,260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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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군사대로]대북전단 살포단체와 美 북한인권단체는 공생관계
박대로 입력 2020.12.26. 08:30노무현 정부와 등돌리고 박근혜 정부와는 밀착
대북 전단, 정권 따라 정치적 이해 관계와 연결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우리 국회가 대북전단 금지법을 통과시킨 뒤 미국 조야 일각에서 비판이 일고 있다. 대북 문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강경한 입장이 나오는 가운데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등도 이 같은 흐름을 뒤따르고 있다.
이처럼 미국 내 일부 인사들이 대북전단 금지법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간 미국 내 대북인권 단체들과 한국 내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이 긴밀하게 연결돼있었기 때문이다.
신난희 대구가톨릭대 다문화연구원 교수는 '남한사회 탈북단체의 활동과 인정의 정치: 국내외 정치적 맥락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남한사회에서 탈북단체는 그 결성과 활동 성장의 속도가 일반 시민단체와 다르다. 탈북단체는 시민적 기반도 약한데, 단체의 결성과 성장 속도가 대단히 빨랐다"며 "탈북단체는 어떻게 그렇게 짧은 시기에 만들어져 그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신 교수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북한인권문제와 관련한 국회 청문회와 북한인권위원회 활동이 활발해졌다.
미국은 미국 민주주의기금(NED, National Endowment for Democracy)과 미 국무부 민주주의 인권 노동국(Bureau of Democracy, Human Rights, and Labor)을 통해 북한민주화 관련 사업을 지원했다. 이들이 직접 지원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국 사회를 기반으로 북한인권과 민주화 관련 활동을 벌이던 탈북민 단체가 이 기금의 실제 수혜자가 됐다.
미국은 기금 지원 대상 단체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인건비와 단체 운영비까지 지원했다. 탈북민 단체는 기금 지원을 받으면서 생계 유지 어려움과 단체 운영비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한국 내 다수 탈북민 단체가 이 기금을 바탕으로 북한사회 내부를 겨냥한 대북방송, 대북 삐라 사업, 북한 내부 지원 사업을 벌였다고 신 교수는 설명했다.
이승욱 카이스트 인문사회학부 교수도 '접경지역의 도시지정학: 경기도 파주시 대북전단살포 갈등을 사례로' 논문에서 "자유북한운동연합 등의 단체들은 미국인권재단(Human Rights Foundation, HRF)의 재정적 후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살포 또한 함께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또 "HRF와 더불어 미국민주주의기금(NED) 또한 1999년부터 2010년까지 미 의회 기금 670만~1190만 달러를 북한인권 관련 단체들에게 지원했다"고 구체적인 액수를 공개했다.
미국 내 대북인권단체를 이끄는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솔티 대표의 방한 시 발언을 통해 미국과 대북전단 살포 단체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솔티 대표는 2018년 5월5일 파주 오두산 통일전망대 대북전단 살포 행사에 참석해 대북전단 살포 단체들과의 연대를 강조했다. 그는 당시 "자유의 땅(미국)으로부터 북한인권을 위해 싸우는 용감한 이들에게 후원을 전달한다"며 "진리가 그들(북한 사람들)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는 국내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서 활동했던 현직 변호사가 미국 단체들과 한국 대북전단 살포 단체의 관계를 폭로하기도 했다.
굿로이어스 공익제보센터 전수미 변호사는 지난 8월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진술인 자격으로 출석해 "미국이나 단체로부터 받은 돈이 순수하게 쓰이는 것도 있겠지만 일부는 룸살롱 비용 등 유흥비용으로 쓰인다"고 밝혔다.
전 변호사는 대북전단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돈벌이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것을 날리시는 분이 저한테 '돈을 벌 수 있는 사업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며 "그분은 (대북전단의) 원조도 아니었는데 원조라고 이야기하시면서 남한에서 돈을 벌기 위한 하나의 살아남는 수단으로 대북전단을 배워오고 또 미국에서 돈을 받을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전 변호사는 미국 단체가 한국 대북전단 살포 단체의 회계 투명성이 취약하다며 불평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금을 지원하던) 미국 NED가 저한테 전화해서 '어떻게 이렇게 회계 상황이 엉망이고 이렇게 우리가 준 돈으로 룸살롱도 가고 자기 집 경조사에 쓰고 했는데 나한테 왜 그런 것을 얘기 안했냐'고 엄청 혼을 냈다"고 털어놨다.
탈북민단체의 활동은 미국은 물론 국내 정치와도 밀접하게 연결돼있다. 이들 단체는 한국 내 보수진영과도 공생 관계를 맺고 있다.
탈북민 단체는 과거 노무현 정부와 악연이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탈북이주민 지원정책을 기존 보호 중심에서 자립 자활 중심으로 전환했다.
노무현 정부는 그러면서 현금으로 지급하던 정착지원금을 대폭 줄이고 취업과 연동된 인센티브제를 실시했다. 그러자 탈북민 단체는 반발했다.
이 와중에 2006년 북한이 1차 핵실험을 하자 탈북민 단체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통일정책과 대북협력 사업이 김정일 체제의 목숨을 연명해 준 것이라고 비난하며 대정부 비판의 포문을 열었다.
반대로 탈북민 단체는 보수진영과는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승욱 교수는 "그동안 정치적 이해를 위해 안보위협을 강조하고 국가안보를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해온 것이 군사독재시절부터 이어져 온 보수정권의 주요한 행태였다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서는 오히려 상반된 입장을 취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된 박근혜 정부 시기에 이르러 '표현의 자유'에 대한 억압은 오히려 광범위하게 진행됐다"며 "정부 비판 여론 통제를 목적으로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인터넷 명예훼손 심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통신임의규정'을 개정했고 포털 등에서 게시글을 임의로 차단하는 '임시조치'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대북정책을 관장하는 통일부가 정권에 따라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표현의 자유에 대해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는 점 역시 뒷맛이 개운치 않은 대목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대북 전단은 허용을 하고 막고 하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며 "우리 국민들이 헌법에 보장돼있는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저희는 갖고 있다"고 말했다.
뒤를 이은 홍용표 전 장관 역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본적으로 대북전단 살포 자체를 우리가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막을 수는 없다"며 "그것은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것이고 거기에 대해서는 지금 국제적으로 우려가 큰 부분이고 우리 헌법의 가치에 관련된 문제"라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이승욱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 비판 전단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법적 제재를 가하는 반면에 대북전단에 대해서는 표현의 자유이기 때문에 허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중 잣대라는 문제를 넘어 대북전단이 사실상 정부의 정치적 이해와 긴밀히 연결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전직 통일부 장관들의 이 같은 발언은 표현의 자유에 지고의 가치를 부여하는 오늘날 탈북민 단체와 미국 인사들, 보수야당 인사들의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반면 통일부는 말을 바꿨다. 현 문재인 정부의 통일부는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일부 제한할 수 있다며 예전과 정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는 정권에 따라 요동칠 수밖에 없는 대북정책의 근본적인 한계를 시사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