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뉴스 기고]이인영의 통일부는 지금 무얼 해야 하나?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12-08 10:07 조회2,886회관련링크
본문
이인영의 통일부는 지금 무얼 해야 하나?
- 김광수
- 승인 2020.12.07 20:42
[기고] 김광수 정치학 박사
김광수: 정치학(북한정치) 박사/‘수령국가’ 저자/평화통일센터 하나 이사장
이 글은 다음과 같은 전제가 있다. 통일부의 본질 및 당위론적인 역할에 근거한 분석 글이 아니다. 작금의 통일부 한계를 명확히 인정하고, 그 토대위에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제언적 성격의 글이다. 이 점 미리 밝혀둔다. / 필자 주
불과 며칠 전 아주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 하나가 날아들었다. 남북관계 경색의 직접적 한 원인으로 작용해 왔던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개정 법률안이 지난 12월 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결, 처리된 것이 그것이다.
분명, 많은 분들이 이를 계기로 남북관계에 약간 숨통이 트이게 되었다,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그렇게 생색내고 싶기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위 인식과 소망은 전형적인 인지부조화에 다름 아니다.
근거 첫째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가 왜 일어났는가를 원인과 결과의 관계로 접근한다면 대한민국 정부가 ‘군사적으로 긴장조성을 하지 않기로’ 한 약속불이행으로 인해 발생된 원인 당사자이다.
즉, 우리-남측정부가 ‘책임져야 할 일을 책임지지 못해 발생한 일을 두고 우리가 이만큼 했으니, 이제는 너희네-북측 차례다’라고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근거 둘째는 북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남측-이 정부와 집권여권에게 보내고자했던 정치·군사적 메시지가 이 정부 들어선 이래로 자신들과 합의한 2개의 합의문대로 남측정부가 제대로 약속이행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경고성 행위인데, 그런 것에 대해서는 내몰라하고 ‘대북전단살포금지’ 법률안 하나 통과시켜 놓고 퉁 치려 한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참고로 문재인 정부가 지켜내지 못한 약속이행의 근본은 첫째, 민족자주와 민족공조 정신을 지켜내지 못하다는 것. 둘째, 또 두 합의문에 서명된 구체적 약속이행을 미국 뒤에 숨어 이를 정면 돌파하려하지 않는 것, 그렇게 둘이다.
그러니 이 정부와 집권 여당, 그리고 이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전문가들이지만, 집권 여당의 떡고물을 받아먹기 위해 영혼마저 판 지식인들의 농간에 이 결과-대북전단살포금지' 법률안 통과를 갖고 북의 입장변화를 강제하는 압박수단으로 절대 사용하려 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그랬다간 그 순간, 곧바로 도루묵 되어져버려서 그렇다.
생각해보면 이는 금방 알 수 있다. 위 박스 안(‘참고로’로 시작되는)에 적시된 두 원인에 대한 책임은 전혀 없이 ‘그냥 우리가 이만큼 했으니 북도 이제 우리의 성의를 좀 봐서 무조건 무시만 하려들지 말고, 100%는 아니라하더라도 우리가 요구하는 대로 좀 유연성 있게 화답해줬으면 하는’ 그런 유혹은 온갖 간난신고 끝에 통과된 ‘대북전단살포금지' 법률안을 제대로 한번 활용도하기 전에 이미 사장시켜버리는 ’잘못된‘ 행위이다.
이와 비례해 남북관계는 한 발짝도 전진하지 못하고, 동토(凍土)된다.
해서 이 정부와 집권 여당은 작금의 그 결과-‘대북전단살포금지' 법률안 국회 외통위 통과가 ‘꽉 막힌 남북관계에 있어 겨우 숨통 틸 정도의 노력을 우리가 해냈다.’ 그 정도 의미 부여를 해야지, 이것 하나로 너무 많은 정치적 생색을 내려 한다면 그 순간 풀어질 남북관계도 풀어지지 않음을 꼭 명심하고, 이를 매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시점에서 이인영의 통일부가 정말 생각해봐야 할 것은 과거에도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안되었던 남북관련 사업아이디어가 아무런 ‘실효성 없는’ 정치적 발언들로 둔갑되어져 자꾸만 2탄·3탄 관성적으로 우려먹는 유혹 덫이다.
왜냐하면 지금의 이 꽉 막힌 남북관계 경색이 사업적 아이디어가 부족해서 생긴 결과가 아니기에, 자꾸만 그 방향에서 문재해결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것은 번지수를 잘 못 짚어도 한 참 잘 못 짚은 것과 같아서 그렇다.
아프겠지만, 그건 문재인 정부가 남북 간 합의사항 약속을 지켜내지 못해서 일어난 사달이다.
다시 말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에 걸 맞는 남북 간 합의사항을 해 놓고도 이를 지켜내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번지수를 잘 못 짚어 지금의 이 경색국면을 풀려고 하면 그 경색국면이 풀리겠는가?
해법을 잘 못 찾고 있다.
어렵지만 직접적이고도 본질적인 원인제거를 해야만 가능한데, 그걸 해내기 위한 정면 돌파전도, 그걸 해내기위한 민족공조도 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문제가 전혀 풀려지지 않는 것이다. 명명백백하게 이 정부는 그럴 의사가 없다.
그러니 이인영의 통일부도 이를 인정하고(본인이 그 본질적 원인제거를 해낼 용기와 자신감이 없다면 더더욱), 즉 미국의 벽을 용인하고, 그 벽을 돌파할 생각대신 미국에게 용인된 범위 안에서 남북관계를 진전시켜 나가겠다는 것이 이 정부의 정책운용이라면 미련하게 이 정부의 한계를 계속 감추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하는, 그런 정치적 액션 광대놀음은 당장 집어치워야 한다.
조연 역할도 아니고, 오히려 무능한 이인영의 통일부임을 고백하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으니 더더욱 멈춰야 한다.
반대로 할 수 있는 만큼 해내는 것이 훨씬 이인영의 통일부답고, 자신의 역할이다.
가능하지도 않는 것에 집착해 정말 귀한 시간을 소비하는 그런 어리석음보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이후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 그때를 대비해 그 토대를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더 폼이 나는 일이다.
이인영에게 지금 시점은 분명 그런 시점이다.
해서 이인영 통일부는 지금 작동될 수 없는 ‘정치적’ 운신보다는 작동할 수 있는 ‘정책적’ 보폭을 넓혀 통일부가 갖고 있는 그 위상과, 그 위상에 따른 직무범위를 최대한 활용해 ‘통일부답게’ 제 역할을 다해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위에서도 잠시 언급하였듯이 경색된 남북관계가 풀어졌을 때를 대비해 북에 대한 인식적 편견을 없앴을 수 있는 ‘북 바로알기’를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진행시켜 나가는 것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란 말도 있듯이.
이를 위해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다음과 같은 유혹은 반드시 이겨내어야 한다.
첫째, 미국의 벽과, 남북 간 정상선언 이행을 위한 ‘용기 있는’ 행위가 불가능하다면 이를 과감하게 인정해야 한다.
둘째, ‘첫째’의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의 남북관계 경색이 수많은 아이디어의 부족에 따른 결과가 아님으로 과거와 똑같이 뭔가 시늉이라도 내뱉는 그런 ‘영혼 없는’ 정치적 발언들을 2탄·3탄 되풀이하는 언론플레이 관성을 떨쳐버려야 한다.
대신, 시간을 정말 아껴 ‘평화와 번영, 통일’의 시대에 걸맞게 북에 대한 인식을 70년대의 인식적 틀, 그 편견과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북 바로알기’를 위한 정책에 통일부가 중심 잡아내야 한다.
첫째는, ‘북 바로알기’를 시민통일교육 차원에서 지속시켜 나가는데 필요한 제도적 정비를 확실하게 해 놓아야 한다.(예, 시민통일교육과 관련한 법률 및 지원관련 법률 입안 및 보완 등)
둘째는 ‘체제경쟁식’ 북 안내서가 아닌, ‘남북합의서’에 기초된 대중적 북 안내서가 만들어져 이를 대중적으로 공급해내어야 한다.
셋째는, 당장 정규수업으로 ‘(가칭) 북 사회에 대한 이해’ 과목이 편성될 수 없다면, 예를 들어 ‘방과 후 수업’ 형태라도 제도화하여 ‘북 바로알기’를 진행시켜 나가야 한다.
넷째는, 탈북자 중심의 ‘북한’교육을 지양하고, 민간통일운동가들을 중심으로 하는 시민적 강사단 조직에 통일부가 적극 나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 토대위에서 탈북자들이 융합된 편견 없는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 바로알기가 이뤄져야 한다.
이인영의 통일부는 위 4가지만이라도 해내자. 그러면 존재하는 미국의 벽과, 두 남북합의문 미이행에도 통일부가 그 안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의 일을 한 통일부가 분명 될 것이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정치’의 영역에 있는 국가보안법 철폐에 통일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부정할 수 없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