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창건 75돌 열병식에 행진
11축22륜 TEL에 실려, 화성-15형보다 더 커
2~3.5톤 탄두로 미국타격 가능할 듯
‘북극성-4A’ 사거리 늘린 듯
11축22륜 TEL에 실려, 화성-15형보다 더 커
2~3.5톤 탄두로 미국타격 가능할 듯
‘북극성-4A’ 사거리 늘린 듯
북한은 10일 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보이는 두 종류의 새로운 전략무기를 선보였다. 북한이 열병식에서 전략무기를 선보인 것은 2018년 2월 건군절 70돌 기념 열병식에서 ‘화성-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화성-14형’,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전략무기 3종 세트’를 선보인 이후 2년8개월 만이다. 북한은 또 이날 처음으로 600㎜ 초대형 방사포와 대구경 조종 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탄도미사일의 실물을 공개했다.
북한이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신형 ICBM은 화성-15형보다 미사일 길이가 길어지고 직경도 굵어졌다. 바퀴 22개가 달린 이동식발사대(TEL)가 신형 ICBM을 싣고 등장했다. 노동신문 누리집 갈무리. 연합뉴스
■ 화성-15형보다 더 큰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 선보여
이날 공개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바뀌가 11축 22륜(바퀴 11쌍)인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려 이동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가장 큰 대륙간탄도미사일은 ‘화성-15형’으로 이동식발사차량의 바퀴가 9축 18륜이었다. 바퀴가 2쌍 더 늘어났고 크기도 더 커진 것이다. 그 만큼 미사일도 더 길어지고 무거워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날 새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이름이나 성능 특징 등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화성-15형에서 진화한 ‘화성-16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사일전문가 밴 디펀과 마이클 엘러먼은 북한 전문사이트 ‘38 노스’에 이 미사일에 대해 “대략 길이 25~26m, 지름 2.5~2.9m로, 기존의 화성-15형보다 길이는 4~4.5m, 지름은 0.5m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신형 미사일의 1단 로켓으로는 액체연료를 사용하는 소련제 ‘RD-250’ 계열의 엔진 4기가 쓰인 것으로 분석됐다. 화성-15형이 1단 로켓에 RD-250 계열의 엔진 2기를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엔진이 두 배 정도 더 커진 셈이다. 2단 로켓에 어떤 형태의 엔진이 사용됐는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1단 로켓의 특성에 기초해 분석할 경우, 신형 미사일은 화성-15형(탄두 무게 1t)보다 훨씬 무거운 2~3.5t 무게의 탄두를 미국 대륙 전역에 날려보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신형 미사일은 한번도 시험 발사된 적이 없어 당장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 신형 미사일은 이동형 탄도미사일로는 세계 최대규모이다. 중국의 둥펑(DF)-41이나 옛 소련의 SS-24보다 더 크다. 이는 이동형 미사일의 기동성을 살리기 위해 가능한 작게 만들려는 추세와 배치된 것이어서 주목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실제 군사적 효용보다는 대내·외적으로 과시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군사적으로 미국의 미사일방어망을 회피하기 위한 다탄두(MIRVs) 미사일을 개발할 목적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다탄두미사일 개발을 위해서는 탄두에 여러 재돌입체를 넣을 충분한 공간이 필요해 미사일 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10일 열린 당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북극성-4’ 신형 SLBM 동체를 공개했다. 북극성-1형이나 작년 발사한 북극성-3형보다 직경이 약간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 새로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4A’
이날 북한의 열병식에는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소개됐다. 신형 SLBM 동체에는 ‘북극성-4A’란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북한이 고체연료 엔진을 장착한 ‘북극성’ 계열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왔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애초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로 ‘북극성’을 개발한 데 이어 이를 지상발사용으로 변형한 ‘북극성-2형’을 선보였고, 지난해 10월엔 잠수함발사용으로 보이는 ‘북극성 3형’을 시험 발사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북한이 북극성-4형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은 그동안 알려진 바 없었다.
미사일전문가 밴 디펀 등은 ‘38 노스’에서 북극성-4A에 대해 북한이 공개한 이미지만으로는 유용한 제원을 알아내기 어렵다며 평가를 유보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북극성-1형보다 직경이 2~3배 커지고 북극성-3형보다도 직경이 굵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잠수함 전문 웹사이트 ‘커버스 쇼어’(Covert Shore)를 운영하는 H I 수턴은 북극성-4A가 북극성-3 형(KN-26)과 비슷한 크기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북극성-4A는은 북극성-3형보다 사거리를 더 늘릴 목적으로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3형은 지난해 10월 시험 발사에서 정점고도 910㎞, 비행거리 450㎞를 기록해, 정상 각도로 발사하면 사거리가 1900㎞ 이상 될 것으로 추정된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사거리가 늘어나면 북한은 더 안전한 해안 근처에서 더 멀리 떨어진 군사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공개된 북극성-4A는 북한이 신포항 인근에서 건조 중인 3천t 급 신형 잠수함이나 이보다 더 큰 4천~5천t급 잠수함 탑재용으로 개발된 것일 가능성도 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미사일은 바다 밑에서 은밀히 기동하는 잠수함에서 발사돼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에 커다란 군사적 위협으로 간주된다.
북한은 이번에 600㎜ 초대형방사포와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 등도 첫 선을 보였다. 북한은 지난해 이들 신형 단거리 탄도탄을 여러차례 발사했으나 이날 처음으로 실물을 공개했다. 신무기 과시는 이날 “전쟁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고 밝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뒷받침하는 행동으로 보인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