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총격…도발일까, ‘오발’일까?
보수야당의 도발론 근거는
잠적 끝낸 김정은 보도 다음날 이유
확인 안된 ‘장성택 처형 무기’ 주장
군 ‘도발 아닌 오발’ 판단 근거는
유효사거리 밖…대응사격에 ‘무반응’
“유엔사, 한국 과잉대응 따질 수도”
북은 왜 해명 안할까
북, 항의성 전통문에도 묵묵부답
정치·외교적 이유 없인 응답 드물어
보수야당의 도발론 근거는
잠적 끝낸 김정은 보도 다음날 이유
확인 안된 ‘장성택 처형 무기’ 주장
군 ‘도발 아닌 오발’ 판단 근거는
유효사거리 밖…대응사격에 ‘무반응’
“유엔사, 한국 과잉대응 따질 수도”
북은 왜 해명 안할까
북, 항의성 전통문에도 묵묵부답
정치·외교적 이유 없인 응답 드물어
최전방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 푸른색의 유엔기와 태극기가 걸려 있다. 육군본부 누리집
지난 3일 남쪽 지피(GP·경계초소)에 북한군의 총알 4발이 날아와 지피 바깥벽을 맞힌 일을 두고, 보수 야당과 언론 등을 중심으로 ‘북한이 도발을 하고도 사과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군당국은 총격 직후부터 지금껏 일관된 태도를 보인다. 의도적 ‘도발’이 아닌 ‘오발’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0일 만의 공개 활동이 <노동신문>에 보도된 다음날 총격이 있었고, 총격에 쓰인 ‘14.5㎜ 고사총’이 ‘장성택 처형 때 쓰인 무기’라며 ‘도발’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14.5㎜ 고사총이 김 위원장의 고모부인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처형에 쓰였다는 주장은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다.
3일 아침 7시41분, 지피 현장에 근무하고 있던 한국군이 총소리를 듣고 곧바로 지피 주변을 살폈다. 바깥벽에서 4발의 탄흔을 확인했다. 이후 남쪽 군은 10여발씩 두차례에 걸려 1·2차 경고·대응 사격, 경고방송을 했다. 경고 사격은 허공이나 목표물과 다소 떨어진 땅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군은 일부 대응 사격을 하면서 북쪽이 남쪽 지피 외벽에 총을 쏜 것처럼 북쪽 지피를 향해서도 총을 쐈다고 전해진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번 일을 ‘도발’ 또는 ‘오발’로 공식 규정하지 않고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오발’로 판단하는 데에는 여러 정황이 근거로 거론된다. 우선 총격이 이뤄졌으리라 추정되는 북쪽 지피 몇곳과 탄흔이 발견된 남쪽 지피의 거리(1.5~1.9㎞)가 14.5㎜ 고사총의 유효 사거리(1.4㎞)를 벗어난다는 사실이다. 군당국자는 사격할 때 목표물의 거리가 멀수록 정확도가 떨어질 텐데 굳이 유효 사거리보다 먼 거리에 있는 지피를 도발 목표로 삼을 이유가 있겠느냐고 짚었다.
북쪽 지피가 남쪽 지피보다 고도가 낮은 점, 북한이 애초 도발을 의도했다면 남쪽 경고·대응 사격에 대응을 했을 텐데 일체의 반응이 없었다는 점도 ‘오발’ 판단의 유력한 근거로 꼽힌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계획적으로 그랬다면 우리 쪽 사격에 대응하거나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당시 현장엔 안개가 짙게 끼어 시계가 1㎞ 안팎으로 상당히 좋지 않았고 △북쪽 지피 인원이 근무교대 뒤 화기 장비를 점검하는 시간대와 겹치는 점 △상황 발생 앞뒤로 북쪽 영농 지역에선 일상적인 영농 활동이 이뤄지고 있었던 점 등도 군당국이 오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정황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3일(현지시각) 북한군의 총격에 대해 “우발적인 일”이라고 했다. 한·미 군당국의 판단이 다르지 않다.
유엔군사령부는 4일부터 이 사건 관련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군 안팎에선 유엔사가 되레 한국군의 대응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군은 자체 교전규칙에 따라 대응 사격 때 ‘비례의 원칙’에 따르도록 돼 있는데 남쪽 군이 발사한 경고 사격이 30발에 가까워 북한이 발사한 4발보다 5~7배 많다. 군 관계자는 5일 “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유엔사가 한국군이 과하게 조치했다고 결론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의도하지 않은 ‘오발’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북한 쪽이 왜 이를 해명하지 않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한국군은 남북 장성급 회담 남쪽 수석대표 명의의 전화통지문을 3일 보내 북쪽의 설명을 요구했지만 아직 반응이 없다.
지금껏 남쪽 군당국의 항의성 전통문에 북쪽이 즉각적으로 응답을 해온 전례는 찾기 어렵다. 북쪽이 공개적으로 잘못을 시인하거나 해명한 사례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그마저도 2015년 8월 비무장지대 목함지뢰 폭발 사건 직후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유감을 표명”한 사례처럼, 남북관계나 정치·외교적인 이유로 해명이나 사과가 불가피할 때가 대부분이었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 당국 관계가 장기 교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북쪽이 적극적으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는 배경의 하나로 꼽힌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