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북, 정면돌파전으로 ‘2기 김정은 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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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4-08 17:00 조회4,171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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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력부강에 나선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 ||||||||||||||||||||||||||||||||||||||||||||||||||||||||||||||||||||||||||||||||||||||
<해설> 북, 정면돌파전으로 ‘2기 김정은 시대’ 개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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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기 김정은 시대 진입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3차 회의가 오는 10일 개최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북한의 정기국회 일정에 해당되는 4월 최고인민회의가 열려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 3월 1일 선출된 제14기 대의원은 687명이었으니 작은 규모가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과 시정연설 여부도 관심거리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주목해야 할 것은 이례적으로 지난해 연말 나흘간(12.28~31) 진행된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은 7시간에 걸친 보고를 통해 북한이 향후 나아갈 전략적 방향을 이미 제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최고인민회의는 12월 당 전원회의 결정을 국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인민회의는 △헌법과 법령의 제정 또는 수정·보충 △대내외 정책 기본원칙 수립 △조약 비준·폐기 △경제발전계획과 예결산 심의·승인 △국무위원회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중앙재판소 등에 관한 인사 등을 주로 다룬다.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협상 시한이 만료된데 따른 북한의 전략적 노선을 천명했고, ‘정면돌파전’을 위한 8개항의 결정서가 채택됐다. 아울러 조선로동당창건 75돌을 성대히 기념할데 대한 별도의 결정도 채택했다. 얼핏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에 협상 시한으로 통보한 연말에 맞춰 자체 전열을 재정비한 것으로 보이지만 주의를 기울여 보면, 조건부(가역적)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유지한 가운데 자력부강·자력번영의 길을 걷겠다는 새로운 시대로의 진입 선언임을 알 수 있다. ‘경제발전과 핵무력발전 병진노선’과 ‘경제발전 총력 집중노선’을 넘어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한 경제발전 노선’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런데 이같은 12월 전원회의 결정과 새로운 전략노선 채택은 2011년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서거로 등장한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1기 과정을 마무리짓고 2기로 진입한 것으로 평간된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 1기의 시작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8년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뒤부터로 잡을 수도 있다. 1)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노선으로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급서로 최고지도자에 오른 김정은 위원장은 2012년 4월 노동당 제1비서이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직책으로 ‘김일성 주석 탄생 100돌 경축 열병식’에서 첫 공개연설에 나섰다. 젊은 지도자는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며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하자는 것이 우리 당의 확고한 결심”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었다. 이어 2013년 3월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발전과 핵무력발전 병진 노선’을 채택하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사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초기에는 고모부 장성택 숙청과 선군정치로 인해 과도하게 힘이 집중된 군부의 힘을 빼는 내부 정리가 중대한 현안이었을 것이다. 이후 2017년까지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시험을 거쳐 2017년 9월 3일 6차 핵시험과 2017년 11월 29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화성-15형’ 시험발사 성공을 계기로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기초해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4월 당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 병진노선의 위대한 승리를 선포함에 대하여’를 채택, ‘경제건설 총력 집중노선’을 천명하고 “주체107(2018)년 4월 21일부터 핵시험과 대륙간탄도로켓(ICBM) 시험발사를 중지할 것”이라고 ‘핵 시험과 미사일 시험발사 모라토리엄’을 천명했다. 당시만 하더라도 병진노선에서 경제건설 총력노선으로의 전환이 김정은 시대 2기로의 진입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곧바로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과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9.19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열려 한반도 정전체제가 요동치는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체험할 수 있었다. 2) 하노이 ‘노딜’과 12월 당 전원회의 ‘정면돌파전’ 결의
그러나 2019년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노딜(No Deal)’로 결렬된 이후 상황은 급반전됐다. 결국 김정은 위원장은 2019년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재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전제하고 “미국이 지금의 계산법을 접고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우리에게 다가서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어쨌든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볼 것”이라고 시한을 못박았다. 지난해 6월 30일 판문점 북미정상회동에 따라 지난해 10월 초 스톡홀름에서 한 차례 북미 실무협상이 열리기도 했지만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오자 북한은 나흘 간 당 전원회의를 개최해 “우리의 전진을 저애하는 모든 난관을 정면돌파전으로 뚫고나가자!”는 투쟁구호를 제출하고 “오늘의 정면돌파전에서 기본전선은 경제전선”, “농업전선은 정면돌파전의 주타격전방”이라고 선언했다. 내각책임제, 내각중심제도 비중있게 다뤘다. 또한 결의는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공세로 정면돌파전의 승리를 담보할것”이라고 명시했고, 김정은 위원장은 “누구도 범접할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나가는것”을 국방건설 목표로 제시하고 “전략무기개발사업도 더 활기차게 밀고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우리의 억제력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립장에 따라 상향조정될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큰틀에서 경제건설 총력노선의 연장선상에서 경제전선을 기본전선으로 하고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 공세는 이를 ‘담보’하는 보조전선으로 삼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9년 12월 당 전원회의 결정은 “미국과의 장기적대립을 예고하는 조성된 현정세는 우리가 앞으로도 적대세력들의 제재속에서 살아가야 한다는것을 기정사실화” 한데 기초해 있다. 단기간 내에 북미협상이 타결되기 어렵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초해 장기전 태세에 돌입한 것이다. 2. 사회주의강국 건설과 핵무기 보유국 지위 12월 당 전원회의 결과를 평면적으로 분석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노딜’에 따른 자구책으로 ‘정면돌파전’을 결의한 것으로 읽힐 뿐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더 깊이 들여다보면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메시지가 담겨있고, 그 이후 지난 3개월간 북한 사회의 맥락을 짚어보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흐름을 엿볼 수 있다. 1) 제2의 고난의 행군이냐 사회주의 강국 건설이냐 12월 당 전원회의의 결론은 8개항의 결정서이지만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은 첫 번째 의정(의제) ‘조성된 대내외형세하에서 우리의 당면한 투쟁방향에 대하여’를 주제로 한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인 보고’이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의 보고는 최종결론으로 결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북측 언론이 그 요지를 전한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모두다 혁명앞에 가로놓인 준엄한 난국을 정면돌파하고 사회주의강국건설의 포부와 리상을 실현하기 위한 오늘의 영광스러운 투쟁에서 선구자, 기수가 되여 승리의 진격로를 힘차게 열어나가자”고 호소했다. 총적 목표는 ‘사회주의강국건설’이고 북미관계가 어렵게 된 현 단계에서는 이의 실현을 위해 정면돌파전으로 헤쳐 나가자는 것이다. 특히 “허리띠를 졸라매더라도 기어이 자력부강, 자력번영하여 나라의 존엄을 지키고 제국주의를 타승하겠다는것이 우리의 억센 혁명신념”이라고 천명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태양절 첫 대중연설에서 “우리 인민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하겠다던 언급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피하고 싶었던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을 맞은 셈이다. 이제 제2의 고난의 행군 시기로 굴러 떨어지느냐 자력부강, 자력번영에 성공해 사회주의강국으로 우뚝 서느냐의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이 정권을 승계했을 당시와 지금은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핵무기를 보유한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굳혔고, 비록 결렬됐지만 북미정상회담으로 상징되는 북핵협상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공식적인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의 승인을 받지는 못했지만 ‘사실상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잠정적으로나마 확보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 토대와 역사적 경험을 갖게 됐고, 국제정세 역시 미-중 간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동북아에서의 미국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에 비례해 북중러 3각 협력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여지가 늘어나고 있다. 남북관계 역시 고난의 행군 시기와는 질적으로 다르다. 2) 2기 김정은 시대의 특징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연설 중 “미국의 본심을 파헤쳐본 지금에 와서까지 미국에 제재해제따위에 목이 매여 그 어떤 기대같은것을 가지고 주저할 필요가 하나도 없으며 미국이 대조선적대시정책을 끝까지 추구한다면 조선반도비핵화는 영원히 없을것”이며 “미국의 대조선적대시가 철회되고 조선반도에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가 구축될 때까지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이고 선결적인 전략무기개발을 중단없이 계속 줄기차게 진행해나갈것”을 ‘단호히 선언’한 대목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메시지로 꼽을 수 있다. 이같은 결정은 자연스럽게 북한이 기존 핵무력을 폐기하지 않고 경제적 자력부강의 길을 걷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즉 ‘핵무기 보유국 북한’의 지위를 유지한 채 경제건설에 매진하겠다는 선언이다. 또한 “우리의 억제력강화의 폭과 심도는 미국의 금후 대조선립장에 따라 상향조정될것”이라고 미리 못박았다. 핵무력 강화 여부는 미국의 행동에 달렸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미국이 달라진 셈법으로 전격적인 협상안을 내놓지 않는 한 지금과 같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한 것이고 이는 다른 표현으로 ‘조건부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조건부를 다르게 표현하면, ‘미국이 진정한 협상의지를 갖고 북측도 수용할 만한 합당한 셈법을 내놓는다면 북미협상이 재개될 수 있고, 한반도 비핵화 용의도 있다’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적으로 ‘미국의 협상의지와 행동’에 따라 ‘되돌릴 수 있는’, 즉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임을 선포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는 앞선 시기 북한은 6자회담 등 북미협상 과정에서 ‘가역적 핵무기 포기국’을 지향했다고 평가했던 것과 비교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보기] 가역적 핵무기 포기국 개념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북한의 체제안전을 보장하고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되, 미국이 합의를 깨고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되돌아갈 경우, 북한은 핵무기 보유국으로 되돌아가는 ‘가역성(可逆性)’을 보장한다는 발상이다. 구체적으로 국제적 감시하에 북한의 ‘평화적 핵이용권’과 ‘우주개발권’을 인정하는 것이다.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의 감시하에 핵연료주기를 완성한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인공위성 개발을 진행하다가 미국이 변심하면 북한도 국제적 감시체제를 벗어나 짧은 시간 내에 핵무장 국가로 되돌아가는 방식이다. 북미 모두 공평하게 가역성을 부여함으로써 안심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방식이다. 6자회담 당시 평화적 핵이용권을 상징하는 ‘경수로’를 고집하며 ‘가역적 핵무기 포기국’ 지위 확보를 목표로 협상에 임했던 북한이 이제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이라는 질적으로 다른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표1>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가역적 핵무기포기국)
* 이스라엘은 ‘사실상 핵무기보유국’ 중에서도 핵실험을 거치지 않았고, 보유 선언을 하지 않은 ‘Undeclared nuclea weapon state’로 분류된다. <표2> 핵무기 보유 여부에 따른 국가군 분류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이란은 2015년 7월 미국등 6개국과 핵개발 중단에 합의한 핵협정을 맺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8년 5월 협정 탈퇴를 선언해 협정을 무효화하고 경제제재를 재개했다. 이에 맞서 이란도 핵협정을 더이상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집권시기로부터 요약보면, 2013년 3월 경제발전과 핵무력발전 병진 노선을 채택한 뒤 2017년 11월 29일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그리고 2018년 4월 경제건설 총력 노선으로의 전환,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반도 비핵화 추구, 하노이 노딜과 12월 당 전원회의 정면돌파전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마침내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한 가운데 자력부강·자력번영의 길을 걷는 것으로 귀결된 것이다. 시기구분으로 보자면 2017년까지를 김정은 시대 1기로, 2018이후 2019년 연말 당전원회의까지를 2기로, ‘정면돌파전’에 나선 올해부터를 3기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핵보유국 지위와 경제발전 전략에서의 차별성을 기준으로 보면 2019년까지를 김정은 시대 1기로, 2020년부터를 김정은 시대 2기로 나누는 것이 더 본질적인 시기 구분이라고 판단된다. 2018-2019년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외적 경제제재 완화 내지는 해제를 추구한 시기로 지금과는 맥락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면돌파전의 기치 아래 자력부강·자력번영을 추구하는 한편, ‘강력한 정치외교적, 군사적공세’로 이를 담보하겠다는, 즉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지위 유지하면서 경제건설에 전력투구하는 전략노선이 향후 김정은 시대의 기본축이 될 것이다. 남북·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현실화 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일 때인 2018년 3월 초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며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열렸던 2018년을 기점으로 북미협상이 한창일 때 한반도비핵화는 가시권에 들어오는 듯 했다. 그러나 ‘하노이 노딜’ 직후 최선희 “앞으로 이런 기회 다시, 미국측에 차려 지겠는지, 여기 대해선 장담 힘들다”고 말했고, 이후 외신기자회견에서 “이번에 미국이 황금 같은 기회를 던져버렸”다고 말했다. 다시 황금 같은 기회가 올 수 있을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3)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북한과 우리국가 제일주의
국제사회는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를 전제로 국가별 핵무기 보유 문제를 불평등하게 다루고 있다. 즉 미·중·러·영·프 5개국은 ‘공인된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누리고 있고 다른 국가들은 핵무기를 보유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인도, 파키스탄 등은 미국 등의 암묵적 동의 하에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리비아나 이란 등도 핵무기 보유국을 추구하다 미국 등과의 협상을 통해 ‘자발적 핵무기 포기국’이 됐고, 미국의 합의 불이행으로 인해 이란은 다시 핵무기 보유국을 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인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 결렬 과정을 거치며, 협상 여지를 남겨 둔 채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이를 ‘조건부’ 내지는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으로 규정한 것이다. 통상 국제사회의 주권국가는 평화적 핵 이용권과 우주 개발권을 인정받고 있으며, 이는 원자력(핵연료) 발전과 인공위성 운용 권한으로 상징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NPT 탈퇴국이자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적용받고 있는 북한에 대해 핵연료주기를 완성한 원자력 발전과 탄도미사일 발사 기술을 이용한 인공위성 발사 권한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기 김정은 시대의 전략 목표는 경제강국 건설과 더불어 ‘사실상 핵무기 보유국’을 인정받으면서 보통국가의 고유권한인 평화적 핵이용권과 우주개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즉 핵연료주기를 완성한 원자력 발전과 인공위성 발사와 운용을 추진하는 것이다. 북한이 기존의 ‘우리 민족 제일주의’에서 최근 ‘우리 국가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국기, 국장,국가를 비롯한 국가적 상징들을 강조하고 나선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최근에는 기존의 국화, 국수는 물론 국견, 국주 등 세세한 분야까지 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추세다. 역사적 맥락이나 추구하는 바는 다르지만 일본이 ‘보통 국가’를 내세우며 헌법 수정을 추구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미 원자력 발전을 통해 ‘잠재적 핵무기 보유국’인데다 인공위성 ‘천궁’을 쏘아올려 자체적인 GPS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는 일본이 군대를 보유할 수 있고 ‘전쟁할 수 있는 국가’인 보통국가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이제 세상은 곧 멀지 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보유하게 될 새로운 전략무기를 목격하게 될것”이라고 확언한 것을 두고 신형 잠수함에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인 가운데 한 단계 진화된 인공위성을 발사할 것이라는 관측도 이같은 배경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3. 김정일 2기의 사상·이론·방법 <노동신문>은 3월 31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논문 <주체사상에 대하여> 발표 38돌을 맞아 이를 재조명하는 논설들을 통해 이 논문이 “김일성동지의 혁명사상이 주체의 사상, 리론,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라는것을 전면적으로 완벽하게 론증”했다고 평가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보자면, 향후 김정은 위원장이 <김일성-김정일주의에 대하여>를 내놓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주체의 사상, 이론, 방법’이 ‘사람이 모든것의 주인이며 모든것을 결정한다’는 철학적 원리의 명제처럼 곧바로 현실문제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정에 맞게’, 복잡한 현실세계에 주체사상을 적용시키는 것은 그야말로 ‘창의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의 북한 실정 역시 마찬가지다. 1) 백두의 혁명정신과 백두 혈통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정면돌파전을 결의한 이후 각 지역과 부문별 궐기대회와 대표자 확대회의들이 잇따라 개최됐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근로자단체인 청년동맹, 여성동맹, 직업총동맹, 농업근로자동맹이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개최하면서 첫 번째 의제인 정면돌파전 관철에 이어 두 번째 의제로 “김정은동지께서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보시면서 제시하신 강령적과업을 철저히 관철할데 대하여”를 토의하고 결정서를 채택한 점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백마를 타고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들을 돌아본 뒤 백두의 혁명전통 교양을 강화할 것을 제기한 바 있고, 이후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단이 줄을 있고 있다. 이들은 한겨울 추위에 맞서며 ‘백두의 혁명정신’을 되새기며 정면돌파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정면돌파전의 사상적 근거를 ‘백두의 혁명정신’에서 찾은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3월 27일 “전국당선전일군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답사행군대가 지난해 12월 10일에 답사를 시작한 때로부터 3월 25일까지 중앙과 지방의 당,정권기관,근로단체,성,중앙기관,무력기관 일군들,각지 기관,공장,기업소,농장,학교 등의 일군들과 근로자들,청소년학생들과 인민군장병들로 무어진 830여개의 답사행군대가 백두대지의 눈보라를 헤치며 혁명의 성산 백두산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웬만한 주요단위들이 이른바 ‘백두산대학’을 거쳐갔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지난해 연말 두 차례 백두산 답사길에 김 위원장과 동행했고, 12월 당 전원회의에서 제1부부장에 임명된데 이어, 최근 청와대와 백악관을 향해 개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는 등 ‘백두혈통’으로서 특별한 지위를 확고히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에서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이동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여기에 더해 지난 1월 25일 설명절 기념공연에는 김정은, 리설주 부부는 물론 김여정과 나란히 김 위원장의 고모 김경희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백두의 혁명정신이 강조되면서 백두혈통이 자연스럽게 부각되는 모양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 누나 김설송 역시 노동당 서기실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전언도 있다. 2) 정면돌파전과 자력갱생, 그리고 강원도 정신
현 시기 북한의 기치는 ‘정면돌파전’이다 북미협상에 대한 기대를 접고 자력갱생 정신으로 사회주의강국 건설의 위업을 이루자는 것이다. 짧게는 온갖 제재에도 불구하고 보란듯이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돌을 승리로 맞이하자는 것이며, 올해가 마지막 연도인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을 성과적으로 결속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 보았듯이 그 내면에는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경제강국 건설을 이룩하자’는 목표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가역적 핵무기 보유국이자 경제강국’인 ‘사회주의 강국’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이는 사상에서의 주체,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라는 주체사상의 지침을 완성하는 것을 뜻한다. 특히 혹독한 경제제재 하에 놓인 상태에서 핵무력을 통한 체제안전을 담보로 경제강국을 건설하는 것이 현시기 전략노선이라는 결론이다. 이를 실현하기 방법론은 역시 자력갱생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른바 자력부강·자력번영이다. 이는 국제적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현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12월 당전원회의 보고에서 “세기를 이어온 조미대결은 오늘에 와서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여 명백한 대결그림을 그리고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12월 당 전원회의 이후 올해 <노동신문>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면돌파전’의 현장을 상세히 전하고 있으며, 어떻게 자력갱생이 가능한지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수입병’에 대한 경계와 ‘과학기술’의 중요성에 대한 강조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자력갱생의 살아있는 모범은 ‘강원도 정신’으로 제시되고 있다. <노동신문>은 1월 29일자 정론에서 “강원도정신은 자력갱생의 위력으로 력사의 기적을 창조해가는 우리 시대의 본보기정신이다. 강원도정신을 따라배울 때 능히 기적을 창조할수 있다!”면서 “강원도정신의 진수, 본태는 자력갱생, 자급자족”이라고 밝혔다. 특히 “시대마다 본보기가 있다. 강선로동계급이 추켜든 생산적앙양의 불길이 천리마대고조의 불길로 타올랐고 강계정신으로 고난의 눈보라를 뚫고헤쳤으며 성강의 봉화, 락원과 라남의 봉화로 대고조의 불길을 지피였다”며 “자주강국의 존엄이 누리를 진감하고 주체조선의 위용이 만방에 빛을 뿌리는 오늘, 적대세력들의 최후발악을 과감히 짓부시고 사회주의강국의 위대한 승리를 성취하여야 할 격동의 이 시기에 우리 당은 강원도를 본보기, 기수로 내세웠다”고 역사적 맥락을 위치지웠다. 나아가 “강원도정신이 창조된 때로부터 3년이 지났다”며 “당창건 75돐이 되는 올해의 10월은 강원도에서의 승전포성으로 온 나라가 들썩일것이다”라고 예고했다. 특히 강원도에 속하는 원산은 김정은 시대 들어 ‘불야성’을 이루는 도시로 변모됐고 현재는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가 대규모로 건설 중이다. 원살갈마 해안관광지구 완공식이 당초 예정됐던 지난 연말을 넘겨 오는 4월 15일 태양절에 열릴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으며, 만약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완공식이 다시 한 차례 더 연기된다면 오는 10월 10일 당창건 기념일에 성대하게 열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강원도정신창조 3돌을 맞으며 완공된 ‘강원도자력갱생전시관’에는 강원도 안의 90여개의 단위에서 출품한 700여 종의 4,000여 점에 달하는 자력갱생 창조물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소개되기도 했다. ‘자력갱생 모범답안’이 이미 마련돼 공개된 셈이다. 3) 사상투쟁과 일심단결
<노동신문>은 지난 2월 29일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가 개최돼 리만건, 박태덕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해임하고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례적으로 “최근 당중앙위원회 일부 간부들속에서 우리 당이 일관하게 강조하는 혁명적사업태도와 작풍과는 인연이 없는 극도로 관료화된 현상과 행세식행동들이 발로되고 우리 당 골간육성의 중임을 맡은 당간부양성기지에서 엄중한 부정부패현상이 발생하였다”고 당 내부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신문은 “당중앙위원회 간부들과 당간부양성기관의 일군들속에서 발로된 비당적행위와 특세,특권,관료주의,부정부패행위들이 집중비판되고 그 엄중성과 후과가 신랄히 분석되였다”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는 부정부패현상을 발로시킨 당간부양성기지의 당위원회를 해산하고 해당한 처벌을 적용할데 대한 결정을 채택하였다”고 전했다. 리만건, 박태덕은 당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최고위직일 뿐만 아니라 리만건은 당의 정치국 위원이자 핵심 실세부서인 조직지도부 부장을 맡고 있고 박태덕 역시 정치국 위원이자 농업부 부장으로 ‘정면돌파전’의 ‘주타격 전방’을 담당해 왔으니 한 마디로 충격이다. 지난해 4월 11일 개최된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차회의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물러나고 최룡해가 이어받아 북한 지도부의 세대교체는 일단락 된 것으로 평가된 바 있고 박봉주 총리도 국무회의 부위원장으로 영전하고 김재룡이 내각 총리 체제가 구축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관료주의나 부정부패, 외부적으로는 자본주의 사상침투에 대한 끊임없는 경보음이 울려나오고 있다. 김정은 시대 2기에도 사상투쟁, 사상전은 일상적으로 계속되고 있고 당 핵심 간부들조차 예외일 수 없다는 사실도 확인된 것이다. 최근 코로나19 방역대책으로 격리조치를 거론하면서도 어떠한 ‘특권’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 귀국한 간부들의 경우도 예외없이 30일 격리조치를 받아 중국 현지 복귀가 늦춰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보다 더 강력한 무기는 ‘일심단결’이라고 공식화하고 있는 사회다. 코로나19로 인해 변경됐을 지도 모르지만, 노동당 창건 75돌을 맞아 올해도 일심단결의 상징으로 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 예정돼 있기도 하다. 혹독한 조건에서 진행하고 있는 정면돌파전의 성패 역시 일심단결에 달려있음을 북한 지도부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3월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해 첫 삽을 뜨고 올해 당창건 75돌 기념일인 10월 10일을 완공 목표시점을 제시했다. 200일 정도의 기간 내에 대규모 건축물을 완공하자는 다소 무리스러운 목표를 제시한 것은 평양 중심부에 정면돌파전으로 이루어내지 못할 것이 없다는 일심단결의 상징물을 세우자는 뜻일 것이다.
일심단결을 토대로 정면돌파전에 나선 북한이 혹독한 경제제재를 뚫고 가역적 핵무기보유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자력갱생을 통해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며, 북미협상 재개는 물론 남북관계와 북중관계의 진전 여부도 그 속도와 성패를 결정짓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