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소식

홈 > 소식 > 새소식
새소식

<세계의창-진징이 교수> 코로나19 사태와 북한의 자력갱생 (2020. 3. 23.)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3-24 09:18 조회4,244회

본문

[세계의 창] 코로나19 사태와 북한의 자력갱생 / 진징이
2020. 3. 23. 

 

 

진징이 ㅣ 베이징대 교수

 

 

글로벌화 시대, 지역경제 블록화 시대에 느닷없이 ‘코로나19 세계화’가 들이닥쳐 지구촌을 다시 갈가리 쪼개고 있는 형국이다. 어찌 보면 글로벌화에 따른 인구와 물류 유동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빠르게 전파한 지름길이 됐다. 그렇기에 코로나19와의 싸움은 모두가 스스로를 봉쇄하며 글로벌화에 역행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최대 재앙이라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확진자가 단 한명도 없다는 청정지역이 있다. 바로 글로벌화와 떨어져 있는 북한이다. 북한은 중국 우한에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자 즉각 “국가 비상 방역체계”로 들어갔고, 중앙과 지방정부에 “비상 방역 지휘부”를 설치했다. 코로나19 방지를 국가 존망이 걸린 문제로 보고 사활을 걸었다. 국제사회 초유의 제재로 사실상 나라 전체가 거의 봉쇄 상태에 놓인 북한이 그나마 열려 있던 문도 육해공 삼면에서 자발적으로 봉쇄해버렸다. 이달 초 단둥-신의주 해관이 어렵사리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19 방지 물자와 농업용 비닐 박막, 요소비료 외의 모든 물자는 차단돼 북한에 못 들어간다. 물자에 묻어 들어갈 수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원천봉쇄하기 위해서다.

 

북한에 들어간 농업용 물자도 열흘이 지나 코로나19 위험이 없을 때에야 화물차에서 부릴 정도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전 국민이 동원되어 일사불란하게 철저히 대응한 나라는 북한이 유일하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일까? 수많은 나라가 코로나19 충격으로 정상적 국가 기능까지 잃어가고 있을 때 유독 북한만이 예의 방식으로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평양 초유의 종합병원 건설이 첫 삽을 떴다. 새달 10일에는 최고인민회의가 소집된다. 경제건설 관련 보도가 매체를 도배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북한은 노동당 제7기 중앙위원회 5차 전원회의(7기5중전회)에서 자력갱생을 통한 정면돌파를 새로운 길로 선택했다. 사상 초유의 제재와 봉쇄 국면을 자력갱생으로 정면돌파하겠다는 것이었다. 마치 그 의지를 시험하듯 금방 코로나19 사태가 들이닥쳐 북한을 자의 반 타의 반 가장 완벽한 봉쇄 국면에 가두어놓았다. 일각에서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북제재 효과가 무한 증폭되어 북한을 ‘제2의 고난의 행군’으로 몰아간다고 한다. 북한 경제가 벼랑 끝에 몰려 붕괴된다고도 한다. 정면돌파설이 좌절될 수 있다고 한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말대로 “일찍이 있어본 적 없는 극악한 대내외적 환경”에 처해 있다. 과연 북한은 자력갱생으로 이 국면을 정면돌파할 수 있을까?

 

북한은 자력갱생의 핵심은 가능한 생산 잠재력을 총동원하는 것이라고 한다. 핵심은 바로 생산자들의 적극성을 최대한 발굴하고 동원하는 것이다. 외부 세계와의 물류가 끊기고 새로운 에너지가 주입될 수 없는 상황에서 내부의 물적자원을 동원하자면, 무엇보다 먼저 인적자원을 최대한 동원해야 할 것이다. 사실 북한이 그동안 사상 초유의 제재 국면에서도 경제가 어느 정도 상승세를 탄 것도 인적자원 발굴에 힘입은 바가 크다. 2002년의 ‘7·1 경제관리 개선조치’부터 김정은 시대의 ‘우리식 경제관리방법’의 여러 개혁조치가 바로 이런 인적자원 동원인 것이다.

 

중국이 문화대혁명으로 붕괴 직전의 경제를 불과 2년 만에 활성화시킨 것은 바로 농민들의 적극성을 동원한 ‘가정 도급제’라는 개혁조치였다. 이런 취지에서 자력갱생의 동력을 이야기할 때 북한은 아직 생산 잠재력을 최대한 동원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 공간에는 사람들에게 희망과 기회를 주는 많은 개혁조치도 있을 수 있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 북한은 일련의 개혁조치를 내놓으며 농촌과 공장, 기업소, 생산자들의 적극성을 불러일으켜왔다. 그렇지만 이런 강도의 개혁조치로 오늘의 난국을 타개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분위기를 일신할 수 있는 새로운 개혁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끊임없는 개혁이야말로 자력갱생으로 오늘의 국면을 정면돌파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브라우저 최상단으로 이동합니다 브라우저 최하단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