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가 2일(현지시간) 스위스 이그나지오 카시스 외교장관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른/EPA연합뉴스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북한, 이란 등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첼 바첼레트 대표는 24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전 세계 공중보건, 그리고 제재를 받는 나라 주민들의 인권과 삶을 위해서 산업분야별 제재를 완화하거나 중지해야 한다(sectoral sactions should be eased or suspended)”고 밝혔다. 그는 “어떤 나라에서든지 의료 체제 붕괴를 막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팬데믹 국면에서 특정 국가의 방역 노력이 (제재로 인해) 저해된다면 우리 모두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성명은 유엔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바첼레트 대표는 “필수 의료 장비나 물품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허가하는 것과 같은 인도주의적 제재 면제 조치로 폭넓고 실질적인 효과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로 인해 인도적 위기가 초래되거나 악화되서는 안 된다는 유엔의 기본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인 이란에서 미국의 제재로 의약품이나 의료진 보호장구가 제 때 전달되지 못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바첼레트 대표는 최소 1800명이 숨진 이란의 상황을 예로 든 뒤, “여러 다양한 제재는 쿠바, 북한, 베네수엘라, 짐바브웨 등지에서의 의료적 노력도 저해할 수 있다”며 북한을 언급했다. 이어 “이들 나라 대다수는 의료 체계가 취약하다”며 “금융기관들의 과도한 제재 이행을 포함해 필수 의료 장비 수입을 가로막는 것이 취약 계층에 항구적인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재 하에 있는 국가들에도 투명한 정보를 제공하고, 필수적인 인도적 지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G20(주요 20개국) 정상들에 보낸 서한에서 일부 국가들에 대한 제재를 유예(waive)함으로써 식품이나 보건·의료 물품, 코로나19 위기 지원이 전달될 수 있도록 하자고 촉구했다. 구테헤스 사무총장은 “지금은 배제가 아니라 연대가 필요한 시간”이라며 G20 정상들에 수조 달러 규모의 ‘전시 계획’을 세워달라고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