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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동무야, 그림이라도 어깨동무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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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2-10 10:04 조회3,288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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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동무야, 그림이라도 어깨동무 해보자

등록 :2020-02-10 10:02

 

 

남북·재일 조선학교 등 동아시아 어린이
20년간 교류한 사진·그림 등 만남 기록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사진집 나와
작고한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은 북녘 어린이한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북녘 동무들아! 어떻게 우리끼리 앞으로 소식이라도 서로 전하면서 살 수는 없을까? 어른들은 모두 고집쟁이여서 여태껏 서로 미워했지만 앞으로 너희들은 절대 그러지 말아라.”

 

 

분단 이후 어른들의 이념 논리 때문에 남북 어린이들도 서로 무시하거나 적대시하고 있다. 1999년 사단법인 어린이어깨동무는 이런 현실을 극복하려고 남북 어린이들의 평화로운 만남을 준비했다. 하지만 예전이나 지금이나 남과 북의 어린이들이 직접 만나기는 어렵다.

 

 

어린이어깨동무는 그림에 주목했다. 2001년 남과 북, 재일 조선학교, 일본 어린이들의 그림을 모아 서울과 일본 도쿄에서 그림전을 열었다. 직접 만나기 어려운 남북 어린이들을 그림을 통해서나마 만났다.

 

 

전시는 △내 얼굴 그림 △평화를 바라는 그림 △멀리 있는 친구에게 자기를 소개하는 그림 등으로 짜였다. 남북 등의 어린이들은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들에게 자기와 가족을 소개하고 공부하는 학교와 사는 마을을 그렸다. 북녘 어린이들의 그림 속에는 자신의 별명과 꿈, 다시 만나자는 약속이 적혀 있었다.

 

 

북녘 어린이가 ‘남녘 동무’에게 보낸 그림.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북녘 어린이가 ‘남녘 동무’에게 보낸 그림.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북쪽 어린이가 자신과 가족을 소개한 그림.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북쪽 어린이가 자신과 가족을 소개한 그림.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북녘 어린이가 남쪽 친구에게 보낸 그림.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북녘 어린이가 남쪽 친구에게 보낸 그림. 어린이어깨동무 제공
어린이들이 사는 곳이 달라 그림이 달랐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려는 생각이나 장면이 비슷했다. 남북 어린이의 그림은 서로 같기도 다르기도 했다. 전시회는 해마다 열렸다. 서울, 도쿄뿐만 아니라 평양에서도 그림전이 열렸다. 남과 북, 재일 조선학교 어린이들은 그림을 통해 서로의 일상과 꿈을 알아갔다. 재일 조선학교는 해방 이후 일본에 살고 있던 재일조선인들이 스스로 세운 학교로, 모든 수업을 우리말과 글로 진행한다.

 

 

어린이들은 그림을 통해 서로 만나거나 직접 사는 곳을 방문했다. 일본과 재일 조선학교 어린이들은 서울, 평양을 방문했고, 한국 어린이들은 재일 조선학교를 방문해 친구들을 만났다. 어린이들은 한데 어울려서 뛰놀고 나들이를 갔다. 이들은 평화로운 동아시아 공동체를 함께 만들어가는 연습을 했다.

 

 

한국 어린이들은 북쪽을 찾아가 친구도 만나고 싶었지만, 어른들이 만든 정치 상황 때문에 마음대로 갈 수 없었다. 남북관계가 악화돼, 남쪽 어린이의 재일 조선학교 방문도 2015년부터 중단됐다. 한국 정부는 총련계 재일동포와의 민간교류에 대북주민접촉 신고를 강화해 교류가 어려워졌고, 2015년부터는 어린이들 간 만남도 불가능해졌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표지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 표지
어린이어깨동무가 최근 펴낸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동아시아 어린이 평화교류 사진집>은 지난 20년 동안 남과 북, 재일 조선학교 어린이들이 교류했던 사진과 그림, 그 과정의 기록을 담고 있다. 어린이들이 서로에게 보냈던 반가운 인사와 눈물겨운 환대를 이 책의 사진 등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책을 내면서 이기범 어린이어깨동무 이사장은 “어른들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어린이들이 만나지 못할 때도 있었지만, 남과 북, 동아시아의 어린이들이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며 펼쳐온 그림 교류와 만남의 이야기를 통해 미래 세대의 평화와 희망을 함께 공유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금도 남과 북, 재일 조선학교의 어린이들과 선생님들은 한자리에서 만나는 날을 꿈꾸고 있다.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평화를 찾는 길이다. 권혁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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