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교회협 이홍정 총무 신년 회견]
한국기독교교회협 이홍정 총무. 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우리나라 7대 종단 대표들이 먼저 북한 개별관광을 신청할 것입니다. 또 각 종단이 북한 개별관광 운동을 벌일 겁니다.”
개신교계 9개교단 연합기구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교회협) 총무 이홍정(64) 목사는 2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새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렇게 밝혔다.
이 총무는 개신교·불교·천주교 등 7대 종단 지도자들의 모임인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차원에서 ‘북한 개별관광 운동’을 논의해 새달 25일 정기총회에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남북교류 활성화 조처의 하나로 북한이 발행한 비자만 있으면 중국 등 제3국을 통한 개별 북한 관광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새달 25일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총회
범종교계 ‘개별관광 운동’ 결정 계획
“지난해 조선종교인평화회의에 전달”
한국전쟁 70돌 ‘미 한반도 평화행동’
전미장로교회총회 ‘북 조그련’ 초청
대전 골령골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 등
“국가폭력 피해 문제 해결 나설 것”
‘가짜뉴스 검증센터’ 설치해 공론화
“북쪽에는 조선종교인평화회의라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 파트너가 있는데 지난해 8월말 독일 린다우에서 열린 세계종교인평화회의에서 강지영 조선종교인평화회의 위원장 등을 만나 1주일간 삼시 세끼를 함께 했어요.” 이 총무는 “그때 우리는 북쪽의 체제 안정(이 우선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고 강조했지만 (북한이) 민간 교류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도 전달했다”며 “교류가 단절되면 남한 시민사회가 이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알렸다”고 전했다.
이 총무는 이어 한국전쟁 70돌을 희년으로 정해 전쟁없이 평화가 공존하는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미국에서 다양한 행사를 펼칠 계획도 밝혔다. 희년은 기독교에서 ’해방된 해’를 의미한다.
이를 위해 교회협은 오는 6월19일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뜻을 기리는 행진에 참여하고, 한미교회협의회를 열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촉구하며, 6월23일엔 워싱턴디시 세인트마가교회에서 노근리평화재단과 화해의 예배를 드리고, 이어 같은 날 오후 미국 상원에서 ‘한반도 평화포럼’을 열어 한반도 평화 중재자 역할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릴 전미 장로교회 총회에 북쪽의 조선그리스도연맹(조그련)을 초청해 놓았다.
이 총무는 “지난 2018년에도 미국 아틀랜타에서 열린 감리교 총회에서 북쪽 조그련을 초청하고자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 명단까지 제출했지만, 미 국무부의 거부로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국무부의 장벽을 넘기 위해 미국 교회와 적극 협력하겠다”며 ‘6·25 주간’ 행사에 참석해달라는 초청 의사를 북쪽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유엔사령부가 냉전을 유지시키기 위한 군대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한 평화유지군이 되어야 한다”며 교회 차원의 노력을 이어갈 뜻을 천명했다.
교회협은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 문제 해결에도 나서기로 했다. 우선 한국전쟁 발발 초기 벌어진 대전 산내 골령골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을 알릴 계획이다. 이 총무는 “지난해부터 관심을 갖고 조사해본 골령골은 좌익과 보도연맹 관련자들이 학살당한 곳으로, ‘세상에서 가장 긴 무덤’으로 불리고 있지만 지금껏 유해 발굴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사회적 화해의 프로세스를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올해 40주년을 맞은 ‘5·18 광주민중항쟁'과 관련해 오는 5월 9일 광주에서 지금까지의 교계 연구작업 성과를 발표하고, 기독교 단체들과 함께 ‘5·18 평화행동'도 펼칠 계획이다.
이 총무는 “교회협 언론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검증센터’를 발족해 4월 총선 등 정치 일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가짜뉴스를 대량 생산하는 이들을 확인해 공론화하는 작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 ‘한국교회협(NCCK)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기념사업의 하나로 20권 분량의 <한국기독교사회운동사>를 펴내는 작업도 진행중이다. 최근 해방 이전 사료들을 담은 제1권이 발간됐다.
지난 2017년 11월 교회협 제12대 총무를 맡은 이 목사는 취임사에서 “교회 안으로는 ‘교회의 일치와 갱신과 변혁,' 밖으로는 '민족공동체의 치유와 화해와 평화'라는 두 개의 십자가를 지겠다”고 다짐했다. 1956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사범대를 나와 입대한 1980년 광주보병학교에서 학군단(ROTC) 장교 교육중에 ‘5·18’을 겪고, 이후 비무장지대(DMZ) 동해안 경비사령부에서 복무했다. 평양신학교·서울신학대학·고베신학교를 나와 장로였던 친조부와 삼천포 성결교회 초기 목사였던 외조부의 영향으로 장로회신학대학원과 영국 유학을 거쳐 목회자의 길을 걸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총회 기획국장, 아시아기독교협의회 국장, 한일장신대 교수, 예장 총회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