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정세현 수석부의장] 김정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 이례적인 비난 속 북한의 숨은 속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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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10-24 09:34 조회6,16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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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2019. 10. 24.
김정은, '금강산 남측 시설 철거' 지시, 이례적인 비난 속 북한의 숨은 속뜻은?
- 정세현 수석부의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김어준 : 남북 관계가 또 심상치가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어떤 분수령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한반도의 현인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부터 만나고 나머지 순서 이어 가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정세현 : 예, 안녕하십니까.
김어준 : 뉴스로 계속 나왔는데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직접 와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가 관영매체를 통해서 자세히 보도됐지 않습니까? 그리고 거기서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 여기서 선임자라고 하면 부친이 빠질 수가 없는데 말이죠. 부친 때 이게,
정세현 : 아버지 김정일이죠.
김어준 : 김정은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위원장 당시 추진됐던 거라, 이런 이야기도 있고. 그러면서도 이걸 남측과 합의하라.
정세현 : 협의하라고 했죠.
김어준 : 그리고 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 환영할 것이다.” 이런 메시지도 중간중간에 껴 있긴 합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금강산 관광 사업은 그냥 북한이 알아서 할게’ 라고 읽힐 정도의 메시지인데. 그렇게 보도들을 하고 있어요, 국내 매체들은. 아, 현인이 오셔야 되겠다 싶어서 아침에 일찍 모셨습니다. 전체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좀 해설 좀 해 주십시오.
정세현 : 제가 지난 20일 날 귀국을 해서 아직 시차 적응도 못 했지만,
김어준 : 그렇죠. 또 전 세계를 돌고 계시느라.
정세현 : 그런데 우리 국민들이 아마 어저께 매우 놀라셨을 거예요.
김어준 : 놀랄 만한 뉴스입니다. 더군다나 매체들이 제목을 진짜 과격하게 뽑았거든요.
정세현 : 국내 언론들, 보수 언론도 요란하게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또는 통일외교안보 전반이 이걸로써 좌초된 것처럼 과장하고 그러는데,
김어준 : 남북 관계 끝났다, 그런 뉘앙스.
정세현 : 그건 아니라는 걸 설명을 드리기 위해서 아침에 왔습니다. 그런데 일단 백두산에 백마를 타고 올라가서는 미국한테 압박할 테면 압박해 봐라, 우리 인민들의 고통이, 압박과 제재로 인한 고통이 이미 분노로 바뀌었기 때문에 분노의 힘으로 결사항전하겠다, 제2의 고난의 행군도 각오하겠다는 그런 메시지였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셈법을 바꾸지 않으면,
김어준 :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정세현 : 미사일 또 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 메시지를 보냈고, 그다음에 그날로부터 계산하면 한 일주일도 채 안 되는 날 금강산까지 내려와서 그런 아주 직접 지시를 했다는 거죠.
김어준 : 백두산 올라가고 이번에 금강산 올라가고.
정세현 : 백두산에서 금강산까지 와서. 그런데 금강산에 오는데 특이한 것은 대미협상의 실질적인 지위탑인, 사령탑인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대동하고 왔다는 사실입니다. 그건 의미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작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 9.19 평양 공동선언, 여기 다 개성공단, 금강산, 철도·도로 연결, 이거 곧 하기로 약속을 합의를 했어요. 특히 9월달에는 ‘조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이런 건 곧 한국 정부가 재개하는 걸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표현들입니다. 그런데 합의하고 난 뒤에 미국이 계속 견제를 하는 바람에 실천이 되지를 못했죠.
김어준 : 남한 정부는 하고 싶은데 미국이 못 하게 하고 있으니까.
정세현 : 그렇죠. 그러니까 9.19 합의서에서는, 공동선언에서는 ‘조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그건 미국이 말하자면 허락을 한다면, 그런 뜻이 되죠. 기분 나쁜 표현이지만. 그걸 믿고 한국이 해결해 줄 줄 알고 금년 신년사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조건 없이, 대가 없이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은 바로 시작하겠다는 이야기를 했어요. 신년사에서 최고지도자가 그렇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북한 주민들한테 대단한 약속이고 이것이 실현되지 않으면 최고지도자의 그야말로 권위와 존엄에 관한 문제입니다.
김어준 : 그런데 그게 이제 두 달밖에 안 남았으니까.
정세현 : 그렇죠. 굉장히 다급해졌어요. 말하자면 북한 주민들한테 설명을 해야 되는데 책임을 넘겨야 되는 문제가 생겼어요. 나 때문 아니다. 그래서 세게 압박을 하는 건데, 한국 정부더러 그러니까 미국한테 좀 세게 이야기를 해서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이걸 빨리 시작해야 되겠다. 약속한 대로 남북 정상이 합의한 걸 미국의 실무자들이 자꾸 발목을 잡는 과정에서 이런 불상사가 생겼으니 이걸 풀어라 하는 이야기로 남쪽을 압박하는 거고,
김어준 : 시간 얼마 안 남았다.
정세현 : 동시에 앞으로 북미협상이 혹시 열리는 경우에 실무가 됐건 정상회담이 됐건 그것이 소위 의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풀어라. 그렇게 봐야 되는 거고 또 하나,
김어준 : 북한 내부에서도 김정은 위원장의 권위를 위해서도 빨리 올해 안에 풀어야 되고 그리고 남쪽에도 이대로 가다가는 이거 파국이야, 하고 압박하는 것이고.
정세현 : 그러니까 그 전날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평화경제를 위해서 좀 국민들이 협조하라, 국회도 도와 달라 하는 그런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다음 날 금강산에서 그런 지시를 했다는 게 발표가 되면서 문 대통령의 입장도 아주 곤란하게 됐죠. 그런데 바로 대통령을 압박하는 측면이 있죠. 그러니까 미국을 어떻게든지 설득해서 풀어라. 또 하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은 내용상 의존 정책이라는 표현을 썼어요. 그러니까 사업권을 내주고 그 사람들이 사업을 해서 얼마 주는 돈을 받는 그런 식의 소위 처분만 바라는 그런 사업 방식은 이제 끝내자. 아버지를 지칭할 수도 있지만 그때 그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참여했던 참모들한테 책임을 넘길 겁니다, 아마. 조선아태평화위원회, 그러니까 당시에 사업이 결정될 때는 김용순 노동당 대남비서가 이걸 좌지우지했는데, 그러니까 앞으로 남측과 협의를 해서 철거하라고 했어요. 철거하는 문제는 우선 기술적으로는 장비가 없어서도 우리가 들어가서 해야 된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 지분을, 북한의 지분을 높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의존이 아니라 협력 방식으로 하자. 그러니까 북한이 내놓은 땅이라든지 또는 부지 같은 것을 갚으로 치면 지분을 북한이 상당히 챙길 수 있죠.
김어준 : 계약 조건을 바꾸자는 이야기다?
정세현 : 계약 조건을 바꾸는 거죠. 또 하나 흉물스러운 건물들이 있다고 그랬는데 가건물이 많이 있죠.
김어준 : 아, 실제로.
정세현 : 실제로. 여기서 뭐, 현대아산이 돈을 많이 들여서 했지만 금강산 면회소 빼놓고는 가건물 비슷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심지어 한때 중고등학생 수학여행단을 수용하게 해서 했던 컨테이너도 있어요. 이거 제대로 좀 고치고 모양 좋게, 민족의 명산 금강산에 어울리게 제대로 고치고 기와집도 번듯하게 지으라는 듯이 이야기했지만 그런 시설 개보수를 요청하고 남쪽에 모든 책임을 넘기겠죠. 그리고 지분도 북쪽이 좀 챙겨서 의존이 아니라 협력 사업으로 만들려고 하는 그런 뜻도 있다. 그러니까 사업을 빨리 시작하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고, 특히 미국도 더 이상 한국 정부가 이걸 추진하려고 할 때 발목 잡지 말라. 미북 간의 협상 의제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최선희 부상을 거기까지 데리고 왔다는.
김어준 : 사실 금강산에 외무부상을 데리고 갈 일은 없지 않습니까?
정세현 : 올 일이 없죠.
김어준 : 그런데 굳이 데려간 것은.
정세현 : 아니, 백두산에도 안 갔던 사람이에요, 최선희 부상은. 그런데 금강산에 데려간 것은 금강산 사업은, 그러니까 백두산에서는 미국을 향해서 결연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고, 금강산에서는 한국과 남한을 일종의 고육지계를 쓴 겁니다. 한국을 팔을 비틀어서 아파하는 모습을 보고 미국이 이래도 이것을 붙들고 있을 거냐, 어떻게 할 거냐 하는 그런 일종의 고도의 압박 전술이죠.
김어준 : 그러니까 11월, 12월 사이에 북미 실무회담이 다시 재개된다면 그때 이 남북경협 문제도 의제가 될 것이고.
정세현 : 그럴 것 같습니다.
김어준 : 그 의제가 된다면 남쪽하고는 지금까지의 계약 조건도 바꾸고, 좀. 이런 시설이라든가 낙후된 것도 바꾸고 조건도 바꾸자. 그 내용도 그 안에 들어가 있다?
정세현 : 네. 지금 보니까 남쪽, 이게 우리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하고 이야기를 했으면 사실 트럼프도 그걸 막지는 못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한테 정상회담 여러 번 했으니까 이건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미국 대통령도 그냥 이것은 인정을 해라 하는 식으로 미국하고 협의를 했으면 풀고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이제 정상 간의 협의를 해 놓은 것을 한미 간에 또 협의해야 되는 그런 부분들이 좀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협상을 하면 차관보급이나 이런 데서 한미 협의를 하기 시작하면 그건 미국은 웬만해서는 들어주지 않아요. 톱다운 방식으로 풀었어야 되는데 이제라도 한미 정상회담을 갑자기 할 수는 없고, 이런 북한이 보내는 신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놓고 한미 간 협의를 좀 해야 되는데 틀림없이 미국 정상이 만나면 그 이야기가 나올 거다. 그러니 그걸 미북 정상이 금강산 관광 문제를 관광 재개를 합의해서 우리가 그걸 이행하는 그런 모양새를 만들지 말고. 동맹의 체면이 아주 우습게 되는 거죠. 미국에서도 그냥 인정해라. 이건 얼마든지 유엔 대북제재 조치의 예외 조항으로 둘 수가 있어요. 그런 해석도 나왔고, 또 그렇게 추진하겠다고 통일부 장관도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한미 간에 좀 밀도 있고 강도 높은 그런 협상을 해서 거의 정상급의 협상을 해서 대통령 간의 통화를 하든지 해서 결론을 내야 될 겁니다.
김어준 : 알겠습니다. 이게 최대의 압박이기도 하고 실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까 주민한테도 보내는 메시지고 뭔가 잘못됐다면 이건 남쪽의 책임이다.
정세현 : 신년사에서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못하는 데 대한 책임을 넘기기 위해서 일종의 밑자리를 까는 측면이 있으나,
김어준 : 그것도 있고.
정세현 : 그걸로 끝나는 건 아니고 이렇게 세게 압박해서 협상을 하다 보면, 협의를 하다 보면 철거 문제를 협의하는 동안에 또 정세가 어떻게 바뀔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면 다시 계속 하는 거고, 그러면서 이제는 의존에서 협력으로 구조를 바꾸자.
김어준 : 실제로 경협 문제를 완전히 방향 전환을 할 수도 있고요, 다 안 풀리면.
정세현 : 50 대 50으로 나눌 수도 있죠. 그전에는 그냥 여기서 벌어서 현대아산이 주는 돈이나 받는 그런 사업이었는데 직접 이제 자기네들이 내놓은 땅을 땅값을 계산하면 아마 터무니없이 비싸게 만들어서 50 대 50을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그 사람들은.
김어준 : 조건도 바꾸고 압박도 하고 그리고 북한 주민들에 대해서 메시지도 던지고. 실제 돌파구가 꼭 마련돼야 된다고 하는 절실함 같은 것도 이 안에 있는 거네요.
정세현 : 일석이조, 일석삼조.
김어준 : 위기는 위기고 그렇다고 패닉할 일은 아니다. 잘 풀어야 된다.
정세현 : 그건 아니에요. 제가 오늘 아침에 나오면서 너무 어려운 한자지만 처변불경, 굉장히 어려운 변화에 직면했지만, 상황에 직면했지만 놀랄 건 없다. 차분하게 대처하면 모양새 좋게 이건 해결할 수 있다. 그런 말씀입니다.
김어준 : 알겠습니다. 해설해 주는 분이 없어서, 수석부의장님 아니면 이렇게 해석해 줄 분이 없어서 저희가 아침에 일찍 모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직접 와 주셔서. 한반도의 현인 정세현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