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뒤 7개월만에 대화 재개
최선희 부상 “북-미 4일 예비접촉
양국 관계 긍정적 발전 가속 기대”
판문점 합의 뒤 3달여만에 성사
실무협상 일정엔 합의했지만
회담 성격·제재 등 기싸움 팽팽
‘트럼프 탄핵 정국’ 새 변수로
최선희 부상 “북-미 4일 예비접촉
양국 관계 긍정적 발전 가속 기대”
판문점 합의 뒤 3달여만에 성사
실무협상 일정엔 합의했지만
회담 성격·제재 등 기싸움 팽팽
‘트럼프 탄핵 정국’ 새 변수로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싱가포르/김성광 기자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가) 오는 10월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1일 밝혔다.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합의 실패 이후 7개월 동안 멈춰서 있던 북-미 협상이 다시 궤도에 오르게 됐다.
최 부상은 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어 “우리측 대표들은 조미(북-미) 실무협상에 임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관계의 긍정적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30일 판문점에서 만나 합의한 실무협상이 석달여 만에 성사되는 것이다.
최 부상은 예비접촉과 실무협상이 열릴 장소는 밝히지 않았지만, 스웨덴 등 제3국일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번 실무협상에서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북쪽 수석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가 처음으로 협상 대표로 마주 앉는다.
북한은 9월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를 통해 ‘9월 하순 북-미 실무협상 재개’ 뜻을 발표한 데 이어, 권정근 미국국장 담화(9월16일), 김명길 실무협상 대표 담화(9월20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9월27일), 김성 유엔주재 대사 연설(뉴욕시각 9월30일·한국시각 1일) 등을 통해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을 촉구하며 치열한 기싸움을 벌여왔다. “조미 협상이 기회의 창으로 되는가, 아니면 위기를 재촉하는 계기로 되는가는 미국이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재차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한 김성 대사의 연설에 뒤이어 ‘실무협상’ 일정이 발표됐다.
그동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강경파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해임과 ‘리비아식 해법’(선 핵포기 후 보상) 공개 비판, “새로운 방법”(new method) 언급으로 북한에 청신호를 보냈지만, ‘새로운 방법’의 구체적인 내용은 내놓지 않았다.
마침내 실무협상 일정에 합의했지만, 북-미가 그동안의 물밑 접촉 등에서 접점을 찾은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많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은 “김성 대사의 30일 유엔 연설을 봐도 아직 북-미 간 견해차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실무협상이 열리는 것으로 보인다”며 “4일 예비협상을 먼저 하고 5일 실무협상을 하는 일정표를 내놓은 것도 예비협상에서 서로의 입장을 맞춰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미 사이에는 비핵화 방식, 제재 문제, 실무회담의 성격 등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이 팽팽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여일 동안 ‘화자’를 바꿔가며 이례적으로 이어진 네차례의 담화와 한차례의 연설을 통해 북한은 ‘신뢰 구축에 따른 단계적 비핵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이 먼저 완전한 비핵화의 정의(최종상태)와 로드맵을 내놔야 한다는 원칙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비핵화에 상응해 미국이 안전보장과 제재 완화·해제를 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지만, 미국은 특히 제재 문제에 완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한-미 군사연습 조정이나 종전선언 등 군사·외교적으로는 유연한 접근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으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에는 제재 완화·해제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무협상의 성격에 대해서도 차이가 있다. 북한은 실무협상을 3차 북-미 정상회담의 예비회담 성격으로 규정한다. 반면, 미국은 실무협상에서 ‘영변 핵시설+알파(기타 시설)의 폐기’라는 비핵화 조처와 일정 정도의 안전보장 조치를 주고받는 성과(조기 수확)에 먼저 합의하면 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갈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탄핵 정국’이라는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도 관심사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외교 성과가 더 절실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과감하게 협상을 타결짓기 위해 북한을 향해 유연한 신호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고, 북한도 이런 상황을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실무협상에 전례 없이 공을 들여 준비를 해온 점은 청신호다. 홍민 연구실장은 “북한은 9월9일 실무협상 재개 발표 이후 다섯차례의 담화·연설을 통해 미국에 메시지를 던지면서 차근차근 협상 준비를 해왔다”며 “연내에 북-미 정상이 만나서 서명까지 할 수 있는 결과물을 실무협상에서 만들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짚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및 항구적 평화구축을 위해 조기에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민희 노지원 성연철 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