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 중재한다더니…미, 이스라엘 선제공격 허용 (2024.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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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8-28 09:12 조회418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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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중재한다더니…미, 이스라엘 선제공격 허용
- 한승동 에디터
- 승인 2024.08.27 16:45
이스라엘군, 헤즈볼라 로켓기지 예방적 공습
이스라엘 “하루 전에 헤즈볼라 공격 정보 입수”
휴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하니예 표적살해도 미리 알고 용인했을 가능성

지난 25일 레바논의 시아파 이슬람 무장조직 헤즈볼라가 320발 이상의 로켓탄과 공격용 무인기(드론)로 이스라엘 북부와 이스라엘이 점령하고 있는 골란 고원의 군 기지와 막사들 11곳을 공격했다. 같은 날 이스라엘군은 전투기 100대 이상을 동원해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 로켓탄 발사기지 40곳 이상을 공습한 뒤 “이스라엘 북부를 겨냥한 수천 발의 로켓탄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먼저 공격한 쪽은 이스라엘군이었다.
이스라엘이 30분 먼저 선제공격
미국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루 전인 24일 오전 “헤즈볼라가 25일 오전 5시에 대규모 공격에 나설 것”이라는 정보를 미리 파악해, 헤즈볼라의 공격 개시 직전, 정확하게는 30분 전에 100대 이상의 전투기로 레바논 남부에 ‘예방적인 선제공격’을 가했다.
헤즈볼라의 이날 공격은 지난 7월 30일 헤즈볼라 사령관 푸아드 슈크르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공습, 그리고 그 다음날인 31일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하마스의 정치국장 이스마일 하니예의 목숨을 앗아간 이스라엘 폭탄공격에 대한 보복공격이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뒤에 하마스와 하마스를 돕는 세력의 요인들을 표적 살해하겠다고 공언했다. 올해 4월에도 이스라엘군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 주재 이란 대사관을 공습해 이란 혁명수비대 간부들을 살해했다.

미국, 휴전 압박하면서 이스라엘에 선제공격 허용
<뉴욕타임스>는 그 닷새 전인 8월 19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회담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이스라엘의 ‘예방적인 선제공격은 정당하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예방적 공격이 분쟁을 격화시킬 우려가 있으니 “절박한 위협”이 되는 대상 외의 것은 표적으로 삼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절박한 위협’인지 아닌지는 누가 판단하나?
19일 바로 그날 네타냐후 총리와 3시간의 회담을 끝낸 뒤 블링컨 장관은 기자들에게,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서 전투를 끝내고 인질들을 석방하는 휴전안에 이스라엘이 동의했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블링컨 장관은 그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끌어내기 위해 이스라엘에 가서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것이다. 그런데 휴전하라면서 한편으로는 휴전 한쪽 당사자를 겨냥한 이스라엘의 ‘예방적 선제공격’ 계획을 사전에 알고도 그것을 용인(허용)했다면, 휴전 중재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휴전 하자는 것인지 말자는 것인지
게다가 7월 30일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하마스 정치국장 하니예는 미국이 추진해 온 휴전(정전)협상의 한쪽 당사자였고, 하마스 내에서는 협상에 적극적인 온건파로 알려져 있던 인물이다. 이스라엘의 하니예 표적 살해 계획을 이처럼 이스라엘과 정보를 공유해 온 미국이 사전에 알고도 용인한 것이라면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쌍방 공격 뒤에도 이스라엘 정부 쪽과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스라엘의 자위권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며 이스라엘군의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했다.
그 때문인지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미국이 제시한 휴전안을 이스라엘이 수용했다는 보도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미국 주도 아래 이집트와 카타르가 함께 마련한 휴전안의 골자는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는 대신 하마스는 인질들을 모두 석방하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받아들였다는 블링컨의 휴전안에 대해 하마스가 부정적으로 대응한 것은, 휴전하더라도 가자지구와 이집트와의 국경지대에 이스라엘군을 계속 주둔시키겠다는 네타냐후의 주장을 미국이 일정 부분 수용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돌았다.
악시오스와 뉴욕타임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미국은 한편으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쪽에 휴전을 종용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예방적’이라는 미명하에 이스라엘에게 하마스와 하마스의 우군인 헤즈볼라와 이란에 대한 ‘선제공격’을 해도 좋다고 ‘공격 허가’를 내 준 셈이다.
이스라엘 전직 고관 “3주 전에 헤즈볼라 공격 정보 입수”
일본 외무성 주임 분석관을 지낸 사토 마사루가 25일 밤에 텔아비브에 거주하는 이스라엘 전직 정부 고위관리와 통신한 내용이라며 <아사히신문>에 밝힌 내용은 훨씬 더 구체적이다.
그 이스라엘 전직 고관이 사토에게 얘기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오늘 아침 헤즈볼라가 공격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스라엘은 사전에 알고 있었고, (그 공격을) 거의 완전히 막아내는데(무해화하는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정보부대의 완승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인식이다. 헤즈볼라의 주요 목표는 텔아비브 시 북부에 있는 모사드(이스라엘 첩보기관)의 시긴트(신호 정보) 센터였다. 이스라엘 정보 부대는 약 3주 전에 헤즈볼라의 공격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입수해 면밀하게 대응책을 마련했다. 미사일 발사 시설의 이동에 대해서도 여러 방법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헤즈볼라 공격 30분 전에 이스라엘군이 헤즈볼라의 미사일과 드론 발사 거점에 공습을 가해 대부분 파괴했다. 몇 기의 드론이 모사드의 시긴트 센터에 접근했으나 모두 격추됐다. 헤즈볼라 쪽의 미사일이 이스라엘 북부지역에 떨어졌으나 피해는 경미했다. 이후에도 헤즈볼라의 공격이 있을 수 있지만, 이스라엘 쪽은 사태를 통제하에 둘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이것은 물론 이스라엘 쪽의 주장이다.
<가디언>의 25일 보도에 따르면,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헤즈볼라의 이날 공격 뒤 헤즈볼라가 표적으로 삼은 곳이 텔아비브 인근의 “이스라엘 영토 내 110km 지점에 있는 군사정보기지”라고 했다. 이는 모사드와 전자 감시부서인 8200부대와 같은 군사정보기관의 본거지인 글릴롯 군사기지라고 <가디언>은 설명했다.
나스랄라는 이날 공격으로 “제1단계 공격”이 끝났다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헤즈볼라의 공격이 이스라엘 공군기들의 선제공격과는 무관하게 진행됐다며, 도시 등 민간인들이 집단 거주하는 지역이 아닌 군사시설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격으로 인한 인명피해는 이스라엘 쪽 1명, 레바논 쪽 3명으로, 쌍방이 모두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는 이번 공격에도 쌍방이 확전으로 치달릴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에 힘을 실어 준다.

쌍방 모두 확전으로 치달릴 가능성 낮아
지금 중동지역에서 우발적 요인들에 의한 확전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이스라엘이나 하마스, 헤즈볼라, 그리고 그 배후세력으로 지목되는 이란이 지금 국면에서 확전을 피하려 한다는 관측들이 많다.
<가디언>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아직도 하마스 세력을 몰아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요르단강 서안에서 유대인 정착지를 확장하려는 극우 강경 정착민들과 그 지지 세력들을 통제하기에도 벅찬 상태에서, 지상전을 통해 점령하지 않고는 제압할 수 없는 헤즈볼라와의 확전은 너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매복 공격에 매우 취약한 이스라엘 탱크들도 문제고, 무엇보다 대선을 앞둔 미국이 확전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지지율도 낮고 자신이 뇌물 수수 등 부패 혐의로 소송 중인 네타냐후로서는 위험부담이 큰 확전보다는 현재의 분쟁상태를 길게 가져가면서 권력을 유지하는 쪽이 더 유리할 것이다.
하마스와 헤즈볼라 지원자인 이란도 전면적인 확전보다는 가자지구 주변보다 유대인 거주자들이 더 많고 도시와 기브츠 등이 집중돼 있는 레바논과의 북부 접경지역에 대한 헤즈볼라의 제한 적 공세를 뒤에서 지원함으로써 이스라엘의 힘을 분산시키는 소모전 쪽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5월 강경파 라이시 대통령 등이 헬기 사고로 사망한 뒤에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온건 개혁파 페제시키안이 미국 등 서방과의 갈등과 대립을 더욱 부추길 확전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낮다. 이란은 서방의 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해소해야 하고 신정체제의 억압적 통제에 지친 민심도 달래야 할 상황에서 확전이란 자충수를 두지 않으려 할 것이다. 이는 최고 지도자 할리 하메네이 쪽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재작년의 가혹한 히잡 강요에 대한 전국민적인 유혈 항의시위로도 드러났듯이, 이란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과 억압적 통제체제에 지쳐, 변화를 바라고 있다. 비주류 개혁파 페제시키안이 예상 외로 대통령에 당선된 사실 자체가 그런 사정을 말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