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새 방법론”…북한 “환영”, 유연한 ‘대북 접근법’ 신호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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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23 10:27 조회7,062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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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새 방법론”…북한 “환영”, 유연한 ‘대북 접근법’ 신호탄인가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뉴스분석 - 북·미 대화 급물살
문 대통령, 23일 미국 뉴욕 도착
한반도 평화·동맹 외교 등 시동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멈춰섰던 북핵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하고 적극적인 발언으로 북핵 협상 의지를 보이고, 북한이 이에 긍정적으로 호응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북·미 실무접촉이 곧 열리고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목표로 한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도 북·미 대화 재개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외교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는 북·미 대화 재개를 계기로 남북관계는 물론 대미·대일 외교의 지렛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총회 참석차 22일 뉴욕으로 떠난 문재인 대통령도 23일(현지시간) 열릴 예정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방안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북·미 대화 재개 분위기는 지난 9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담화를 통해 9월 하순쯤 북·미 실무접촉을 가질 용의가 있음을 밝힌 것에서 시작됐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 전 보좌관 경질을 알리고 18일에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이 틀렸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새로운 방법론’을 언급했다. 그러자 북한은 곧바로 김명길 대사 명의의 담화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결단을 환영한다며 “결과를 낙관하고 싶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곧 재개될 북·미 대화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 커진 상태다. 그 이유는 트럼트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뭔가 북한에 유연하고 탄력적인 제안을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달라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 미 ‘새로운 양보’ 뜻 있나…‘비핵화’ 정의·로드맵 난제는 여전
북·미 대화 급물살
볼턴이 주도하던 리비아식 해법이 아닌 ‘새로운 방법’
구체성 없지만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려는 뜻 분명
트럼프 “김정은과 좋은 관계, 최근 3년 새 가장 좋은 일”
북한은 줄곧 단계적·동시적 접근법을 주장해왔다. 김명길 대사의 담화도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라고 해석하는 것을 전제로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이다. 미국이 자신들의 접근법을 받아들인 것이라면 환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펼쳐질 북·미 대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새로운 방법’에 북한이 환영할 만한 실체가 있는지 여부가 관건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경질과 ‘선(先) 핵폐기, 후(後) 보상’을 의미하는 리비아 방식이 틀렸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북핵 협상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볼턴은 지금까지 미국의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인물이 아니다. 또한 미국이 그동안 리비아식 해법을 북한에 강요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볼턴의 퇴장과 리비아 방식 제외가 곧 미국의 대북정책에 급격한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트럼프의 새로운 방식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미국 측으로부터 아직 설명을 들은 바 없다”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의 기본적 입장은 먼저 모든 협상 요소들이 다 들어 있는 ‘포괄적인 합의’를 만들고, 합의의 이행은 ‘동시·병행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방식은 북한이 요구하는 단계적·동시적 접근법과 유사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르다. 특히 비핵화 정의에 대한 인식 공유와 로드맵, 대화 기간 동안 핵활동 동결 등이 합의에 반드시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확고한 입장이다. 미국이 이 같은 원칙을 바꿨다는 징후는 아직 없다. 실무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북·미 간에는 좁히고 다듬어야 할 입장 차이가 아직 상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에 재개될 북·미 대화에 기대감이 생기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의 달라진 태도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 실패 이후 북한에 대한 관심이 식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대외정책 비중도 중국과의 무역협상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에 쏠렸다.
하지만 최근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고 북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내용 등에 집중돼 있다. 긍정적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적어도 3년 동안 이 나라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 위원장과 매우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 변화는 대선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아프가니스탄·베네수엘라 문제에서 기대했던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대선용 외교적 치적’이 필요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북한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북핵 문제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고 있는 현 상태가 트럼프에게 나쁘지는 않지만 다른 분야에서 외교적 성과가 없기 때문에 북한 문제에서 지금보다 진전된 결과를 얻으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 폐기와 같은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상응조치를 내놓는 등의 유연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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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트럼프의 ‘새로운 방법’ 발언 환영”
워싱턴 | 이주영 기자·김재중 특파원 young78@kyunghyang.com
김명길 순회대사 “현명한 결단”…리비아식 대체할 미국의 해법 기대
이도훈 “북·미 채널 열려 있어”…이달 말 스웨덴서 실무협상 가능성
북한이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을 뜻하는 이른바 ‘리비아 모델’을 대체할 ‘새로운 방법’을 언급한 것을 환영하며 협상 결과에 낙관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왼쪽 사진)는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리비아식 핵포기’ 방식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조미(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새로운 방법’을 주장하였다는 보도를 흥미롭게 읽어보았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김 대사는 이어 “나는 미국 측이 이제 진행되게 될 조미 협상에 제대로 된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리라고 기대하며 그 결과에 대하여 낙관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북 강경론자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경질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셈법 변경’을 요구해온 북측 주장을 수용하는 듯한 발언까지 하자 북·미 실무협상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김 대사가 ‘낙관’을 언급한 것으로 미뤄 북·미 양측이 이견을 좁혀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그는 이어 “조미 실무협상 우리 측 수석대표로서 나는 시대적으로 낡아빠진 틀에 매여달려 모든 것을 대하던 거치장스러운 말썽군이 미 행정부 내에서 사라진 것만큼 이제는 보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조미관계에 접근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환영한다”고 했다.
볼턴 전 보좌관 경질과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 발언에 상당히 고무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측이 실무협상 대표로 김 대사를 공식 호명하고 전면에 내세운 것은 처음이다. 실무협상 재개가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다만 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새로운 방법’에 어떤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지 그 내용을 다 알 수 없지만, 조미 쌍방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쌓으며 실현 가능한 것부터 하나씩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최상의 선택이라는 취지가 아닌가 싶다”고 했다.
비핵화 해법으로 자신들이 요구하는 단계적 비핵화 방식으로 협상을 끌고가려는 의도를 비친 것이다. ‘포괄적 합의’를 선호하는 미국과의 실무협상이 순탄하지 않을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은 비핵화의 개념과 범위를 명확히 하고 시작하자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비핵화의 최종 상태는 열어두고 영변 핵시설부터 시작하자는 입장”이라며 “북한은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진행하자는 의미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1일(현지시간) 볼턴 전 보좌관의 리비아 모델 언급이 “매우 큰 잘못이었다”고 비판한 데 이어 18일에도 리비아 모델 언급이 북·미 간 대화 국면에 큰 차질을 초래했다고 지적하며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2003년 핵과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한 뒤 이를 이행했지만 이후 카다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의 지원을 받은 반군에 의해 살해됐다. 북한은 카다피 정권이 무너진 것은 핵을 먼저 포기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리비아 방식에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김 대사는 “발언 내용의 깊이를 떠나서 낡은 방법으로는 분명히 안된다는 것을 알고 새로운 대안으로 해보려는 정치적 결단은 이전 미국 집권자들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고, 또 할 수도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정치감각과 기질의 발현이라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추켜세웠다. 이어 “우유부단하고 사고가 경직되었던 전 미국 행정부들이 지금 집권하고 있다면 조선반도에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 조성되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오른쪽)은 19일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이달 말 이내 (실무협상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북·미 사이에는) 뉴욕 채널이 항상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은 스웨덴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