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고위급회담 불발로 비핵화 협상 안갯속…中왕이 방북 관심 (2019.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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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9-02 10:21 조회3,449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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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美 고위급회담 불발로 비핵화 협상 안갯속…中왕이 방북 관심
- 기사입력2019/09/01 19:46 송고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북한 리용호 외무상이 이달 하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지 않기로 하면서 북미대화 재개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북한은 애초 유엔 측에 총회를 계기로 열리는 일반토의 기조연설자로 장관급 인사를 통보했다가 최근 대사급으로 급을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미 정상의 6·30 판문점 회동 후 약 석 달 만에 성사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리 외무상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부 장관의 고위급 회담은 무산될 전망이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열리지 않는다고 해서 실무협상이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든 대화의 물꼬를 터보려는 미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1일 "북한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담화 발표 등 장외전만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급에서든 접촉이 있어야 협상에 진전이 있을 텐데 (고위급 회담 불발로) 북한과 미국이 서로를 오판할 여지만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리 외무상이 지난달 폼페이오 장관과 조우할 수 있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도 불참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북한은 미국과 만남을 의도적으로 피하며 시간을 끌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로 북한은 6·30 판문점 북미 회동 이후 7월 안에는 실무협상이 시작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과 달리 점차 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미국은 여러 계기를 통해 북한을 향해 대화의 장에 나올 것을 촉구하고 있지만, 북한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실무협상을 총괄하는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지난달 20∼23일 방한했을 때 북한과 협상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음에도 북한은 오히려 미국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23일에는 리용호 외무상이, 같은 달 31일에는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폼페이오 장관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이에 미국은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불법환적 등에 연루된 인사와 기업에 제재를 단행하며 대북압박의 끈을 놓지 않으며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의 시한을 연말로 설정해놓은 북한이 이처럼 시간 끌기에 나선 것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최선희 제1부상은 전날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과의 대화에 대한 우리의 기대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으며 우리로 하여금 지금까지의 모든 조치들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로 떠밀고 있다"고 말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모든 조치들'은 중·장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와 핵실험을 염두에 뒀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으로 재임 기간 중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워왔는데, 북한이 이를 다시 감행한다면 재선 가도에 타격이 있을 수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올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 등으로 중국과 러시아라는 후원세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도 미국과 협상을 대하는 북한의 소극적 행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환경 속에서 북한은 미국과 대화에 조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을 앞세우며 트럼프 행정부의 '셈법'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이처럼 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와중에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4일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눈길을 끈다.
이에 앞서 러시아 외무부의 이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도 지난달 15일부터 이틀 동안 북한을 방문해 리태성 외무성 부상, 최선희 제1부상을 만났다.
중국이 미국과 무역 이슈를 두고 첨예하고 갈등을 빚고 있기는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서는 북미가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으니 왕이 부장이 북한에 북미 협상과 관련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 관심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에 나오지 않으면서 중국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며 "왕이 부장이 어떤 메시지를 들고 북한에 가는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run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