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치 <노동신문>은 러시아 지원 공개
김정은 위원장 정상외교 성과 부각과 함께
국제사회 인도지원 간접 호소인 듯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기관지 <노동신문>이 “우리 나라에 남(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 정부가 기증하는 식량이 13일 남포항에 도착하였다”고 14일치 4면 기사로 보도했다. <노동신문>은 “남사회주의공화국 정부의 식량 지원은 오랜 력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친선협조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동신문>은 베트남 정부가 ‘기증’(무상지원)한 식량의 종류와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다. 베트남이 대표적 쌀 수출국인 사실을 고려할 때, 쌀일 가능성이 높다.
북쪽이 외국 정부의 식량 지원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더구나 가장 권위가 높은 내부용 매체인 <노동신문>을 통해 인민들한테 공개적으로 알린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치 4면을 통해 “우리 나라에 로씨야(러시아)연방 정부가 세계식량계획을 통하여 기증하는 밀이 25일에 도착하였다”고 보도한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상외교 성과의 맥락에서 내부 공개가 이뤄진 듯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 장소인 하노이를 방문하는 길에 북-베트남 정상회담을 했고, 지난 4월엔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북쪽은 최근 세계식량계획(WFP) 등 국제기구에 식량을 포함한 인도적 지원을 다각적으로 호소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노동신문>을 통한 베트남·러시아의 식량 지원 사실 공표엔 국제사회에 인도지원을 간접 호소하는 메시지도 담긴 듯하다. 정부는 세계식량계획과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의 북한 영양지원·모자보건 사업에 800만 달러를 현금 지원한데 이어, 국제기구를 통한 대북 식량 지원 방안을 검토·추진하고 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