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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로 ‘전시 인플레’에 시달리는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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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1-29 13:21 조회49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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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장기화로 ‘전시 인플레’에 시달리는 러시아


  •  한승동 에디터
  •  
  •  승인 2024.11.29 10:15
 

11월 중순 이후 루블 약세 가속, 1달러=110루블대

수프 가격 20% 올라…인력부족으로 임금 상승

중앙은행 금리 21%로 인상, 스태그플레이션?

군사분야 빼고는 성장 둔화, 정체 분명해져

2025년 예산, 국방비 25% 증액-전체의 32.5%

사회보장비 삭감, GDP 성장 전망치도 내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일부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한 남자가 11월 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손전등을 이용해 개를 산책시키고 있다. 2024.11.28.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으로 일부 정전이 발생한 가운데, 한 남자가 11월 28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손전등을 이용해 개를 산책시키고 있다. 2024.11.28.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 통화 루블이 2022년 2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몇 주간의 약세 이후 가장 심한 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장기간의 전시경제체제 지속과 미국의 제재 강화, 셰일석유 증산 등으로 물가가 더욱 치솟고 경기는 정체에 빠지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프 가격 20% 올라

27일(현지시각) <가디언>은 러시아 루블화가 서방의 경제제재 강화와 지정학적 긴장 고조의 영향으로 이날 루블 시세가 2022년 3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1달러당 110루블대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 전에 루블은 1달러당 75~80루블에 거래됐다. 런던증권거래소에서 이날 루블은 1달러당 114엔대까지 떨어졌으며, 이런 루블 약세는 11월 중순 이후 가속되고 있다.

루블화의 이런 약세는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의 유럽 수출에서 거래 대금 결제에 중심적 역할을 해 온 러시아 3위 규모의 은행인 가스프롬은행에 대한 미국의 제재 발표 며칠 뒤부터 본격화됐다. 러시아 에너지 자원에 크게 의존해 오던 유럽은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의존도를 대폭 낮췄으나, 이번 미국의 제재 강화는 러시아 정부의 천연가스 수입 및 외화 보유고를 더욱 떨어뜨릴 것이라는 관측을 낳았다. 또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에너지 정책이 미국의 석유 및 천연가스 증산을 내세우고 있어서, 트럼프 2.0 시대에 러시아가 자원 수출로 벌어들일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루블 시세를 끌어내리고 있다.

루블 약세는 러시아의 수입 물품 가격을 밀어올려 구매력을 손상시키고, 그것은 인플레(고물가)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미 높은 인플레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써 온 러시아는, 이번 루블 약세 심화로 인플레율이 러시아 중앙은행 목표치의 2배나 되는 8.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 전통 수프의 4가지 재료의 온라인상 가격 등 생활비를 모니터링해 온 보리시치 지수는 이들 재료 가격이 2023년에 비해 20%나 올랐다고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교외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의 화상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 제공] 2024.10.31.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교외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러시아 정부 관계자들과의 화상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 제공] 2024.10.31. 연합뉴스

중앙은행 정책금리 21%로 인상, 스태그플레이션 징후?

러시아 중앙은행은 지난10월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정책금리를 21%로 인상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20%까지 치솟았던 금리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2003년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 경제는 많은 서방 관리들이 예상한 것보다 국제 제재와 전쟁 압박에 훨씬 더 잘 대처해 왔으나, 전쟁의 장기화로 인한 군사비 폭증과 노동력 부족, 징집 기피 등에 따른 인력 부족이 심해지면서 경제에 대한 부담, 곧 비용이 많이 드는 전쟁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푸틴 정권은 2024년 예산의 약 3분의 1을 군사비로 썼으며, 이는 냉전 이후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성장 정체와 높은 인플레가 동시에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시작된 징후로 보기도 한다.

군사분야 빼고는 성장 둔화, 정체 분명해져

이달 초에 발표된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속 경제예측기관의 보고서는 “여러 분야에서 경제활동 둔화와 금융 지표들의 악화 현상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경제학자 알렉산더 콜리얀드르와 알렉산드라 프로코펜코는 러시아의 군사화가 경제의 다른 분야들 성장을 질식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성장이 여전히 눈에 띄는 유일한 곳은 군과 관련된 분야다. 경제의 다른 모든 곳에서는 성장이 없거나 기껏해야 빈혈 상태”라고 지적했다.(<가디언>)

2025년 예산, 국방비 25% 증액-전체의 32.5%

27일 러시아 상원을 통과한 2025년 연방예산안을 보면, 전쟁 장기화로 국방비가 2024년 대비 25%나 늘어난 13조 4900억 루블(약 173조 원)이나 된다. 증세와 사회보장 부문 관련 지출 삭감을 통해 조달한다.

이 예산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집행되는데, 국방비가 전체예산의 32.5%에 달한다. 2024년에 비해 3%포인트나 늘었다.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6%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거액의 국방비 편성은 2027년 전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보장비 삭감, GDP 성장 전망치도 내려가

전체 세출액은 2024년에 비해 9% 늘어난 41조 4690억 루블(약 531조 원)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 사회보장비를 억제한다. 이 때문에 연금 지급액 등도 16% 줄인 6조 5천억 루블(약 83조 원)로 책정했다. 2025년 GDP 성장 전망치는 올해 3.9%보다 1.4%포인트 내려간 2.5%로 전망했다.(일본경제신문 11월 27일)

서방 예상 깬 호조의 러 경제, 전시경제체제 부작용 표면화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경제 제재에도 2024년에 3%대의 GDP 성장률을 유지하는 등 호조를 보여 왔다. 그러나 길어진 전시경제체제로 인한 부정적 효과가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 징후가 높은 물가 상승이다.

닛케이는 27일 2024년 러시아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실질적으로 50%를 넘어섰다고 온라인 매체 ‘가제타 루’ 기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가솔린 가격은 종류에 따라 2023년 1월에 비해 최저 6.8%에서 최대 16.5%까지 올랐다.

러시아 국가계획국에 따르면, 10월의 물가상승률은 연 8.5%로, 7월과 8월의 9%보다는 다소 떨어졌으나 인플레 제어 목표치인 4%를 크게 웃돌았다.

이 현상의 배경에 있는 것은 전쟁의 장기화다.

심각한 인력 부족, 급속한 임금상승의 ‘전시 인플레’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정권은 무기생산 등의 군사산업비 등 전쟁을 계속하기 위한 재정 지출을 급속도로 늘렸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노동 수급이 어려워지고 실업률은 사상최저치인 2.4%로 떨어졌다. 이즈베스티야 보도에 따르면, 노동력은 2024년 4~6월에 10%, 270만 명이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원을 피하기 위해 해외로 이주하는 젊은층이 많아진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평균임금은 올해 1~6월에 연간 18%나 올랐다. 학생이나 연금 수령자 등 예전에는 일자리 찾기가 어려웠던 연령층도 일을 할 수 있게 돼 개인 소비도 늘었다.

그런데 설비 가동률은 이처럼 높아졌지만, 생산은 전쟁 관련 분야가 우선시돼 제품에 따라 공급이 부족한 물품들이 생겨나고 있다. 러시아 경제는 지금 노동력 부족으로 임금과 물가가 올라가는 ‘전시 인플레’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화 위험, 정전 이후에 대한 걱정도

지난 13일 친정부적 싱크탱크가 작성해 발표한 ‘러시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화 리스크(위험)’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정책금리를 21%로 올린 중앙은행의 고금리정책이 경기 둔화 리스크를 조성해 경제를 정체와 인플레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으로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쟁 장기화로 발언력이 높아진 군사분야 기업들도 중앙은행의 고금리정책을 비판했다.

엘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이지만, 수완을 발휘해 푸틴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침략 직후부터 민첩하게 금리를 조정해 러시아경제를 혼란에서 구했다는 평가를 러시아 안팎에서 받아 왔다. 그 덕에 러시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지는 않지만, 최근 나비울리나 총재가 권력투쟁에 휩쓸리면서, 만일 나비울리나 진영이 권력투쟁에서 패배할 경우 특히 금융면에서 옛소련 시절과 같은 통제경제 색채가 짙어지는 쪽으로 회귀할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정전 이후에 대한 걱정도 나오고 있다. 전쟁을 금방 끝내겠다고 공언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다시 선출됐기 때문이다. 아직 전쟁이 언제 어떻게 끝날지 전혀 알 수 없으나, 전쟁이 끝날 경우 전쟁특수가 사라지고 경기 후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종전 이후의 낙관적이지 못한 전망까지 포함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쟁의 장기화로 경제에 어두운 그늘이 점차 짙어지고 있다. 그 고비가 될 2025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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