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국방은 서울, 러시아 국방은 평양…남북 어디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2-02 12:34 조회52회관련링크
본문
우크라 국방은 서울, 러시아 국방은 평양…남북 어디로
- 이유 에디터
- 승인 2024.12.01 16:20
남북, 군사 모험주의로 7천만 한민족 위협
이재명 "이긴 전쟁 소용없다…평화 중요"
윤 정부, 살상 무기 '판매' 요청에 난색
트럼프 의식해 '로우 키'로 태세 전환
평양선 북·러 군사 협력 보란 듯 과시
김정은, 시종 함께 하며 러 국방 환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방장관들이 거의 동시에 한반도를 찾았다.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한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27일 서울에,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단장으로 한 러시아 군사대표단은 29일 평양을 방문했다.
그러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그동안 우크라이나 측이 특사단의 방한을 대대적으로 '홍보'해았던 점을 고려하면 서울 체류 기간에 특사단의 움직임을 비공개로 처리한 것은 의외다.
우크라 국방 방한 공식 사진·영상 없어
최대 관심사인 살상 무기 제공엔 함구
이를 반영하듯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우크라 특사단이 윤석열 대통령,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김용현 국방장관과 진행한 면담과 회담 장면에 대한 사진이나 영상을 찍게 하거나 배포하지 않았다. 관련 사진이라고는 우메로우 장관이 27일 김 장관을 만나고자 용산 국방부 청사에 도착하는 장면을 포착한 연합뉴스 국방부 출입기자의 사진이 유일하다.
공개한 면담 결과도 두루뭉술했다. 대통령실은 우크라 특사단 방문 자료를 배포했을 뿐 언론 브리핑은 하지 않았다. 두 나라 사이의 첫 국방장관회담인데도 협의 내용은 아예 함구했다.
대통령실 자료에 따르면, 면담에서 우크라 특사단은 현재의 전황과 파병된 북한군 동향을 설명했고 윤 대통령은 북·러 안보 위협에 대처하는 양국의 "실효적 대응 방안" 강구를 강조했다. 우메로우 장관도 28일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윤 대통령과 "안보 증진을 위한 공동 조치"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두 나라가 북한군 파병과 러·북 간 무기·기술 이전에 대한 정보를 계속 공유해 나가면서 우방국과 협력하기로 했다는 게 발표 내용의 거의 전부다.
정부, 살상 무기 '판매' 요청에 난색
트럼프 의식해 '로우 키'로 태세 전환
정작 초미의 관심사는 철저히 함구했다. 우크라 특사단이 살상 무기 제공을 요청했는지, 요청했다면 어떤 방식의 제공을 원했는지, 원하는 무기 목록은 내놓았는지, 그리고 이에 윤 정부가 가부간에 어떤 답변을 했는지, 말이다. 두 달 가까이 윤 정부가 우크라, 미국 등 서방 진영의 정부, 언론들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선두에서 북한군 파병 이슈를 최대로 증폭시켜왔던 것과는 거리가 있다. 일단 '로우-키'(low-key·내밀한 방식)로 전환했다는 인상을 준다.
이 대목에서 정부 소식통을 인용한 SBS의 27일 보도는 경청할만하다. SBS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특사단은 방한에 즈음해 살상 무기 지원을 요청할 거란 예상과 달리, 무기를 구매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또한 판매 요청 무기는 천궁 요격체계와 국지방공레이더, 대포병 레이더였고 155mm 포탄의 장약도 포함됐다. 그러나 윤 정부는 이는 전쟁지역 수출을 제한하는 대외무역법 등을 위반할 소지가 크다는 판단에 따라 난색을 표명했다는 게 SBS 보도 내용이다.
우크라·바이든 '압박', 트럼프·푸틴 '경고'
윤석열, 트럼프 취임 때까지 '근신'할 듯
윤 정부는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한쪽에선 우크라는 물론,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이어 유럽의회까지 나서 조속한 살상 무기 제공을 압박 중이고, 다른 쪽에선 백악관에 입성할 트럼프 팀과 러시아가 '무모한 결정'을 강하게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4일 안드레이 루덴코 외무차관(아시아 담당)의 24일 타스 통신 인터뷰를 통해 살상 무기 제공 때 "한·러 관계의 완전한 파괴"와 "모든 방법 대응"을 경고했다. 윤 정부의 태세 전환이 러시아의 경고에 따른 것으로 보긴 어렵다. 그것보단 우크라 전쟁의 조기 종결 의지를 누차 공언해온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를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된 공화당의 마이크 왈츠(플로리다) 하원의원이 24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지금 한국은 어떻게든 개입하는 것에 관해 논의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이 분쟁을 끝낼 필요성에 관해 매우 분명히 해왔다"고 말해 '한국'을 꼭 집어 경고했다.
윤 정부는 일단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때까지는 '근신'할 가능성이 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 정부 당국자는 "우크라이나가 무기 지원을 요청해도 우리는 검토해보겠다는 답변밖에는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고, 다른 당국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무기체계 지원을 검토하는 것은 없다. 지금 상황에서 지원하는 것이 맞는지 종합적으로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평양에선 북·러 군사 협력 보란 듯 과시
김정은, 함께 다니며 러 국방 극진 환대
평양의 분위기는 확연히 달랐다. 우크라 특사단의 방한 행사를 가능한 드러나지 않게 비공개로 진행함으로써 최근 윤 정부가 맞이한 딜레마를 보여줬다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행사는 급진전하는 북·러 군사 협력을 보란 듯이 대대적으로 과시하는 모양새였다.
조선중앙통신과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벨로우소프 장관과 만나고 환영 공연과 연회까지 직접 참석하는 등 방북 첫날 주요 일정을 대부분 함께하며 극진히 대접했다.
김 위원장은 벨로소우프 장관과의 면담에서 △ 국가의 주권과 영토 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를 변함없이 지지한다 △ 러 본토에 대한 미국의 에이태큼스 사용 허가는 "분쟁을 장기화하고 전 인류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다 △ 우크라에 대한 극초음속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 발사는 "정당한 방위권 행사"다, 라고 언급하며 러시아를 적극적으로 두둔했다.
김 "오레시니크 발사는 방위권 행사"
러, 내년 전승절에 북한군 부대 초대
조선중앙통신은 두 사람이 양국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발전, 양국의 주권과 안전 이익, "국제적 정의를 수호하는 문제들"에 관해 폭넓게 의견을 교환했고, 특히 김 위원장은 6월 의 북·러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두 나라 관계를 "정치, 경제, 군사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 보다 활력있게 확대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벨루우소프는 김 위원장에게 푸틴 대통령의 "따뜻한 동지적 인사"를 전하는 한편, 내년 5월 9일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릴 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를 초대했다. 이날 노광철 국방상과 벨로우소프 장관 간 회담에서 "두 나라 군대 사이의 전투적 단결과 전략 전술적 협동을 강화해나가는 문제"가 토의됐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 매체들은 한미와 우크라, 나토 등 서방 진영이 집중적으로 규탄하는 북한군 파병 문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30일에 러 군사대표단은 1945년 북한 해방 과정에서 전사한 소련 병사들을 기리는 해방탑과 김일성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찾기도 했다.
남북, 군사 모험주의로 7천만 한민족 위협
이재명 "이긴 전쟁 소용없다…평화 중요"
남과 북 정권 모두 수백만이 죽은 동족상잔과 근 80년의 분단, 끝없는 남북 군사 대치와 전쟁 위기도 모자라 이역만리 남의 나라 전쟁에까지 끼어드는 꼴이 아닐 수 없다. 자칫 러·우 전쟁의 불길을 한반도로 끌고 올 개연성도 충분하다. 7천만 한민족의 생명과 재산을 볼모로 삼아'도박'을 감행하는 남과 북 정권의 군사 모험주의를 경계해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로이터통신은 26일 소식통 2명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자와 김정은 위원장 간의 직접 대화 추진 방안을 논의 중이고 이런 새로운 외교 노력을 통해 북한과 무력 충돌 위험을 줄일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집권 1기 때 △ 2018년 6월 싱가포르 회담 △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 2019년 6월 판문점 3자 회동(당시 문재인 대통령 포함) 등 모두 세 차례 만났다. 아직 트럼프 당선자의 최종 결정과 추가적 정책 목표, 정확한 시간표 등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상황에 따라선 백악관 복귀 후 이른 시기에 추진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2기 트럼프 정부가 미완의 하노이 회담을 완성해 동북아와 한반도 위기를 해소하는 새로운 전기를 만들 것으로 기대하고 희망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특사단 방한과 관련해 이 대표는 "트럼프 당선자 측도 조기에 휴전한다고 하는데, 그 흐름과 반대로 무기 지원, 파병 얘기는 왜 하는 것인가"라면서 "미국의 신임 행정부와 '싸워 보자' 하는 태도로 (보여) 일이 커질 수도 있다. 우리 외교가 얼마나 위험에 처할 수 있을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긴 전쟁은 아무 소용 없다. 평화가 훨씬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