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부터 혼선 빚는 '내란 혐의' 수사…검·경 제각각 (2024. 12.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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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12-09 09:33 조회13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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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부터 혼선 빚는 '내란 혐의' 수사…검·경 제각각
- 김진호 에디터
- 승인 2024.12.08 14:54
시간벌기용 아니라면 혐의자 신병, 증거부터 확보를
검찰 특수본-경찰 국수본, 서로 수사 주체임을 자처
대통령 포함 용의자 신병 확보 없이 압수수색 착수
김용현은 이미 휴대폰 교체한 뒤 검찰에 '자진 출두'
비상계엄 관련 혐의 이상민, 박성재도 장관직 유지
대통령 윤석열에 대한 탄핵소추 결의안이 불성립으로 끝난 뒤 검경이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에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별도 고발 사건을 접수, 배당하면서 제각각 수사에 나서고 있다. 수사의 주체를 둘러싼 혼선은 물론, 대통령을 포함해 비상계엄 관련 인사들의 신병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될지도 의문이다.
박세현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서울 고검장)은 8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라면서 "국민 여러분께서는 믿고 지켜봐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도 이날 오전 비상계엄 전담 수사팀을 전 국방장관 김용현(이하 김용현)의 집과 장관 공관 및 집무실에 급파해 압수수색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김용현은 검찰 출두 전 이미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폰을 교체한 것으로 알려져 증거 확보 단계부터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을 통과시킨 4일 새벽 1시쯤부터 나흘 동안 증거인멸의 기회를 가진 셈이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5일 김용현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지만, 신병 확보는 물론 증거 확보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없었음이 드러났다.
검경과 공수처가 요란하게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실체적 진실 규명은커녕 시간벌기 용으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대통령은 물론 비상계엄 논의에 참여한 국무총리 한덕수 이하 국무위원들도 수사 대상이다.
국수본의 압수수색 영장에는 형법상 내란 혐의와 군형법상 반란 혐의가 명시됐다. 김용현은 오전 1시 3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던 중 검찰에 긴급 체포돼 서울 동부구치소에 이송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내란 혐의'는 경찰 소관인 만큼 국수본이 수사 주체라는 입장이다. 군형법상 반란 혐의 수사와 관련, 국방부는 수사 인력을 검찰 특수본에 파견한 상태다.
특수본 박 본부장은 "이 사건의 사실관계를 한마디로 설명하면,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이라며 "그 두 개가 직권남용과 내란죄의 구성요건이고 검찰청법을 보면 직권남용을 포함, 검사가 수사할 수 있는 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범죄는 당연히 검사가 수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 국수본은 "검찰과 합동수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수본은 150여 명의 특별수사단을 구성했다. 같은 '내란 혐의'를 놓고 수사 권한을 둘러싼 갈등을 노출한 것이다. 박 본부장은 '대통령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느냐'는 언론 질의에 "절차상 (입건하는 게) 맞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입건 사실을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다. 공수처는 언론 공지를 통해 "중복수사 우려를 해소하고 수사의 신속성과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 이첩 요청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검경의 수장이 모두 비상계엄의 연루자라는 점이다. JTBC 취재 결과 국무회의 전인 지난 3일 저녁 7시 20분쯤 법무부 장관 박성재(이하 박성재)와 행안부 장관 이상민(이하 이상민)의 제네시스 G90 장관 전용 차량이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 골목에서 목격된 바 있다. 당장 수사기관이 신병을 확보해 관련 여부를 확인해야 할 대상들이 각각 해당 부처 수장 자리에 앉아 있는 꼴이다. 이상민은 5일 국회 행안위에 출석, "비상계엄령 선포는 고도의 통치행위로 대통령께서 헌법적 절차와 법을 준수하는 한도 내에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회를 덮친 계엄군 700여 명이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논의를 마치기도 전 국회에 난입한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계엄군이) 국회의 권한을 막으려고 마음먹었으면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태연히 내뱉기도 했다.
박성재는 7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안건 설명을 한 뒤 자리를 이동, 국회를 무시하는 행태를 버젓이 보인 장본인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특검법 표결 결과 발표에 앞서 "안건 설명을 한 국무위원이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된다"라면서 "며칠 전 군홧발로 국회가 유린당하는 걸 보고 분노를 느꼈는데 국무위원들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법무장관은 원래 특검법 안건 설명을 하는 국무총리 한덕수를 대신해 출석했지만, 표결이 시작되자마자 떠나 회의장에 돌아오지 않았다. 우 의장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자, 국민의 대표기관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