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소식


소식

홈 > 소식 > 새소식
새소식

미국 원조 끊겼는데 오히려 반기는 아프리카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5-03-18 12:27 조회46회

본문

 

미국 원조 끊겼는데 오히려 반기는 아프리카


기사입력시간 : 2025/03/18 [10:17:00]

박명훈 기자

▲ 한 자리에 모인 아프리카연합(AU) 소속 국가들의 정상, 및 고위 인사들.  © 아프리카연합

 

아프리카 각국에서 미국 국제개발처(USAID) 해체를 계기로 대미 의존을 끊어내고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USAID를 통해 전 세계 각국에 개입해 반미 정권 교체, 정치권 길들이기 등의 공작을 펴왔는데 아프리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ISS 아프리카 미래 및 혁신 플랫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에리트레아를 제외한 모든 아프리카 나라들이 USAID를 통한 재정 지원을 받았다. 

 

에티오피아는 17억 달러 이상으로 가장 많은 액수를 받았다. 뒤이어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케냐, 콩고민주공화국, 남수단, 탄자니아, 모잠비크, 우간다, 잠비아, 말라위 등이 4억 달러 이상을 받았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이 아프리카에 한 해외 개발 원조(ODA) 총액은 597억 달러였는데, 이 가운데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을 넘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각국은 정치, 경제, 사회, 보건 등 전반 분야를 미국의 재정 지원에 기대 온 측면이 있다. 이러한 ‘미국 의존’이 잠재력이 높은 아프리카의 발전을 가로막았다는 시각이 제기됐다.

 

그랬는데 지난 1월 20일(이하 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USAID 해체 조치를 계기로 아프리카가 미국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요구가 들끓고 있는 것이다.

 

아프리카 55개국이 참여하는 아프리카연합(AU)은 2월 17일~18일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에서 열린 37차 정례총회에서 “배상을 통한 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계 사람들을 위한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연합은 “1963년 이래 아프리카인과 아프리카계 사람들에 대한 역사적 범죄에 대한 배상과 정의를 위해 노력해 왔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아프리카를 식민 침탈한 서구진영에 ‘배상’을 요구하며 경제적인 책임을 묻고, 식민주의에 따른 폐해를 끊어내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더불어 아프리카연합은 서구 제국주의의 유산인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 ▲식민주의 ▲인종차별 ▲대량 학살 등을 포함한 “역사적 불의를 해결”하고 “전 세계적인 규모의 단결”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 아프리카연합이 올해 목표를 담은 선전물.  © 아프리카연합

 

USAID 해체를 두고 폴 카가메 르완다 대통령은 이참에 아프리카 대륙이 미국 등 해외에서 받는 원조를 중단할 것, 우후루 케냐타 전 케냐 대통령은 해외에 재정을 과도하게 의존해 왔던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며 아프리카 각국에 자급자족을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다.

 

콩고 출신으로 국제 비즈니스 컨설턴트인 니클레트 문다비 씨는 2월 7일 블로그 ‘미디엄’에 올린 글에서 “원조를 너무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프리카의 독립성과 힘을 위태롭게 한다. 많은 아프리카 국가는 수익을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개발하는 대신 외국 예산이 너무 쉽게 나오는 것에 익숙해졌다”라며 “이러한 의존성은 서구 열강이 아프리카 대륙을 떠나고 오랜 후에도 진정한 독립 국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아프리카의 잠재력을 제한했다”라고 꼬집었다.

 

계속해 “아프리카 대륙은 세계 광물 매장량의 30%, 세계 경작지의 65%를 가지고 있으며 젊은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라며 ▲아프리카 각국이 가진 자원을 아프리카 개발 자금으로 확립할 것 ▲제약 산업, 의료 체계, 농업 역량 강화 등 각국이 가진 역량을 키울 신속한 투자에 나설 것 ▲지역 통합을 가속해 조율된 산업 정책, 공유된 사회 기반 시설 수립, 국제 관계에 대한 통일된 접근 방식을 추구할 것 등을 제안했다.

 

문다비 씨는 “USAID의 동결은 위기가 아니라 아프리카의 근본적인 약점을 최종적으로 검토하고 해결할 기회”, “지금 필요한 것은 원조로부터의 독립을 아프리카 대륙의 우선순위로 삼으려는 (각국의) 정치적 의지”라며 “아프리카의 막대한 부와 잠재력을 고려하면 아프리카는 원조 없이도 생존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3월 4일에는 르완다에서 아프리카 보건을 의제로 한 국제회의가 열렸다.

 

회의에서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대외 관계 및 전략 관리 책임자인 클라우디아 실루마니 박사는 아프리카의 ‘보건 주권’ 강화를 촉구하며 자급자족이 아프리카 대륙의 보건 미래를 확보할 열쇠라고 강조했다.

 

실루마니 박사는 “우리가 백신, 의약품 및 의료 기술을 개발, 생산 및 배포하는 의료 분야에서 자급자족을 우선시한다면 질병통제예방센터는 유지될 것이다. 우리는 또한 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아프리카 의료 인력에 강력히 투자해야 한다”라며 자체적인 보건 재정 방안을 모색하는 르완다 정부를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아프리카는 자생적 해결책, 국내 자원 동원, 혁신적인 공공·민간 협력에 투자함으로써 보건 의제를 주도해야 한다”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흑인의 독립과 주권을 강조하는 매체 ‘아크 리퍼블릭’은 3월 7일 보도에서 “USAID 폐쇄를 계기로 아프리카는 수십 년 동안 서구 열강에 대한 경제적 의존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라고 짚었다.

 

탐사 전문 기자 겸 아프리카 연구자인 데이비드 헌데인 씨는 ‘아크 리퍼블릭’과 대담에서 처음부터 아프리카 각국이 미국의 원조를 받지 말아야 했다며, 앞으로 아프리카 대륙은 미국의 원조와 상관없이 주권을 확대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데인 씨는 “외세의 영향력은 종종 아프리카 국가들의 필요와 목소리를 능가하며, 아프리카 대륙 국민의 복지보다는 미국의 이익에 봉사하는 정책으로 이어진다”라면서 이는 “아프리카의 진정한 자치와 진보를 가로막는 중대한 장애물”이라고 짚었다.

 

이어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모든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인데 “이는 우연이 아니”라면서 미국의 개입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프리카 이외 매체에서도 아프리카의 주권 회복에 방점을 둔 진단을 내놨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3월 8일 보도에서 아프리카의 실질 소득은 3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며, 생산성 역시 1970년대와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미국의 원조가 아프리카의 성장을 담보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케냐와 말라위 등 아프리카 각국에서는 오히려 미국의 원조를 바라는 정치인들과 원조를 바라지 않는 대중들 간 긴장감이 커졌다고 꼬집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 각국 정부에 USAID 해체를 기회로 삼아 ▲관료제 강화 ▲정부 체계 개선 ▲성장 친화적인 개혁 등을 추진해 “스스로 운명의 주체가 돼야 한다”라고 짚었다.

 

타피 마카 씨는 3월 13일 아랍권 유력 매체 알자지라에 올린 기고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짐바브웨, 우간다, 탄자니아 등 각국을 향해 어려움을 겪겠지만 “미국의 원조에 의존하기보다는 더 큰 자급자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며 “이른바 서구의 자선으로부터 독립하는 것은 아프리카 탈식민지 성공의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행처럼 여겨지던 미국과 서방진영의 원조를 두고 “자원이 풍부한 나라들을 다스리는 비효율적이고 천박”한 방식이었다고 꼬집으며 “아프리카 정부에 수십억 달러 규모 원조를 제공하는 서구 국가들 앞에서 (아프리카 사람들이) 종종 고통스럽고 굴욕을 느끼는 모순이 남아 있어선 안 된다”라고 역설했다.

 

계속해 “아프리카 국가들은 소외된 공동체가 직면한 끊임없는 도전에 대해 즉각 무조건적 책임을 져야 한다”라면서 “평범한 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이 미국의 원조와 서구 정치인들의 변덕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 아프리카는 자국민을 돌보며 보살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프리카가 미국의 원조 없이 자주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을지 앞으로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브라우저 최상단으로 이동합니다 브라우저 최하단으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