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광 4박5일'..하노이-평양 하늘길을 여는 의미는?(2019.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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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4-01 09:48 조회4,126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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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북한 관광 4박5일'..하노이-평양 하늘길을 여는 의미는?
송금한 입력 2019.03.30 10:56 수정 2019.03.30 10:57
'4박 5일 평양 여행' 150만 원 상품 판매
하노이-평양 직항편 올해 6월 취항 예상
베트남 전쟁 당시, 북한 유학 현지인 관심
베트남 하노이에서 국제관광박람회가 오늘까지 나흘 동안 진행된다. 베트남정부 관광협회(Vietnam Tourism Association·VITA)가 주관하는 대규모 연례행사다. 한국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의 관광 상품이 판매된다.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 때 언론인 3천여 명을 수용했던 하노이 노동문화궁전에서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50여 개 단체가 참여한 박람회장에 수천 명의 관람객들이 찾았다. 이 가운데 'DPR Korea' 빨간 글씨가 쓰인 북한 부스가 유독 현지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북한-베트남 부부 "아내와 함께 다시 함흥에 가보고 싶어요."
북한 부스에는 나흘간 베트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부스 안에 앉아 북한 직원들과 담소를 나누는 베트남인들의 모습도 눈에 뜨인다. 대부분 1960년대와 70년대 북한에서 유학생활을 했던 베트남인들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피폐해진 북베트남 재건을 위해 정부가 대학생 200여 명을 북한으로 유학 보냈다. 주북한 베트남 대사 등으로 공직 활동을 하며 오래 북한에 머문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뒤에는 자유롭게 오갈 수 없었던 북한을 그리워하고 있다.
박람회 첫날 방문한 이영희(70), 팜녹칸(69)부부는 1시간 남짓 머물며 북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다. 국제결혼을 금지하는 정책에 따라 31년을 기다린 끝에 결혼한 북한 아내, 베트남 남편 부부다. 부부는 현재 하노이에 살고 있다. 팜녹칸 씨는 "부인과 함께 흥남과 함흥역에 다시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1965년에 함흥 화학공대에서 6년간 공부했던 응옌 비엣(72)씨도 "유학하던 시절 북한은 아주 아름다운 나라였다"며 "다녔던 대학교와 금강산에 가보길 꿈꾼다"고 말했다.
북한 "공기가 깨끗하고 경치도 빼어납니다. 한 번 와보시라요."
북한은 베트남 정부 초청으로 이번 박람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백두산 천지 대형 사진이 내걸렸고, 평양 미래과학자거리의 모습도 전시됐다. 고층 빌딩이 밀집한 미래과학자거리는 김정일 시대에 추진돼 2016년 완공된 곳이다. 북한 여행사인 조선국제려행사 함진 대표를 포함한 직원 4명은 지난 19일 베트남에 도착해 박람회를 준비했다. 부스에서는 조선국제려행사 김명송 국장이 명함을 꺼내놓고, 한복을 차려입은 여직원 2명과 베트남 관람객들을 맞았다.
하노이의 오토바이 인파에 놀랐다는 북한 직원은 "평양은 공기가 깨끗하고 경치가 빼어나다"고 홍보했다. 영어, 중국어, 러시아어로 적혀 있는 홍보 팸플릿에는 마식령 스키장과 묘향산, 원산 등이 소개돼 있었다. 함진 대표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3년부터 원산, 칠보산 등 관광지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며 "삼지연 백두산, 원산-갈마 리조트 등도 주요한 투자 지역들로 최근 여행객들을 위해 새롭게 탈바꿈했다"고 언급했다. 캠핑과 스키를 즐기는 해외 여행객들의 홍보영상도 선보였다.
4박5일 '하노이-평양' 150만 원 상품 판매
베트남 현지 여행사인 '하노이레드투어'와 '하노이투어'는 세부 일정이 짜인 북한 상품을 판매했다. 이 여행사들이 판매를 대행하고, 조선국제려행사가 현지 지역 여행사들과 연계해 일정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하노이레드투어의 올해 첫 북한 여행일정은 6월 7일, 하노이에서 베이징을 경유에 평양에 도착한다. 둘째 날에는 개성시에 있는 고려박물관과 판문점을 관람하는 일정이 포함되어 있다. 셋째 날에는 평양 시내를 돌아본다. 김일성 광장과 만수대 예술극장을 둘러보고 1978년 전 구간이 개통된 평양 지하철을 타본다.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 관람 후에는 북한 학생들의 음악 공연을 감상한다. 마지막 날에는 만수대기념비와 주체사상탑 등을 관람하는데, 한 베트남 관람객은 "같은 사회주의 국가로서 전쟁기념관 방문과 지하철 탑승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는 아직 지하철이 없는데 하노이 지상철이 조만간 개통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집계 기준, 베트남인 300명이 북한 여행을 다녀왔다.
"비자는?", "사진 촬영은 자유롭나요?"
조선국제려행사는 28일, 박람회장 인근 하노이 노동조합 호텔에서 2시간 동안 단독 설명회도 진행했다. 외신들의 관심이 컸다. AFP, 요미우리신문 등 하노이 주재 특파원들과 현지 언론사들은 베트남에서 자국을 홍보하는 북한의 적극적인 행보에 큰 관심을 보였다. 질의 응답 시간에는 질문이 쏟아졌다.
북한에서 인터넷이 통제되는지, 자유롭게 촬영을 할 수 있는지, 지역 사람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지 등 세부적인 질문이 이어졌다. 조선국제려행사의 김명송 국장은 "북한에는 이미 해외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여행사들이 있고, 평양에만 10여 곳이 영업 중이다"라고 답했다. 북한 가이드들은 외국어가 유창하지만 현지 북한 사람들은 베트남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가이드를 통해 소통해달라고 권했다. 비자는 3~5일이면 발급된다며 절차가 복잡하지 않다고 답했다. 베트남 현지 여행사가 대행해서 여행자의 기본 정보를 취합해 비자를 신청하고, 하노이에 있는 북한 대사관이 협조할 예정이라고 한다.
"비싸다" 지적…현지 여행사"하노이-평양 직항 올해 6월 취항 예상"
하노이레드투어가 관람회에서 판매하는 북한여행 가격은 성인 한 사람에 26,900,000동입니다. 관람회 참가자들을 위한 특별 할인가격인데, 성인 한 사람의 일반 가격은 29,900,000동으로 우리 돈으로 대략 150만 원이다. "비싸다"는 지적에 대해 함 대표는 "현재로써는 비행기를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날 베트남관광협회와 협력 협약을 체결한 조선국제려행사는 "하노이-평양 직항 노선 조기 취항을 희망한다"며 베트남 당국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함진 대표는 KBS 취재진에게 "북한으로 돌아가면 고려항공에 직항 노선을 정식으로 제안하고, 베트남 정부와 북한 정부 간 논의를 진행하는데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약을 맺은 다음 날 현지 언론들도 비중 있게 북한 관광 소식을 전했다. VNexpress는 "베트남 관광객들이 6월부터 북한에 직항편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점을 보도했다. 하노이투어리스트 레홍타이 부사장은 6월부터 직항 취항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베트남관광협회 응웬 후 터 회장은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북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랑선을 거쳐 열차를 타고 하노이에 온 것은 매우 역사적인 여정이었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베트남 여행자들을 초대하기 위해 이번 박람회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은 추후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의 협조로 현지에서 여행 홍보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김정은 위원장의 공식 방문 이후 조성된 우호적인 상황을 이어나가길 바라는 게 베트남 현지의 분위기다. 하노이 관광 박람회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확인된다. 비핵화를 통해 북한이 정상국가로 변모해가는 과정의 하나이기를 기대해본다.
송금한 기자 (email@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