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곽 드러난 하노이 '빅딜문서'.. 핵신고·핵활동 중단·인프라 제거 (201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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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4-01 09:53 조회3,965회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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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 드러난 하노이 '빅딜문서'.. 핵신고·핵활동 중단·인프라 제거
세계일보 국기연 입력 2019.03.31 18:55
"트럼프, 사실상 CVID 요구" / '先폐기 後보상' 일괄타결 방식 고수 / 北 반대 리비아식 해법 밀어붙여 / 北도 한때 "협상 중단" 강경 대응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에 요구한 ‘빅딜’ 문건에는 북한 핵무기와 핵폭탄 연료를 미국에 넘기라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외신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이 북한에 ‘리비아식 해법’(선 핵폐기, 후 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이 해법은 미국의 대표적인 대북 슈퍼 매파인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해 왔던 모델로, 먼저 핵을 폐기하고 이를 완전히 검증한 이후에 수교나 경제지원 등의 상응조치를 취하는 것을 뜻한다. 북한은 리비아식 해법을 반대해 온 만큼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결렬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27,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건넨 ‘빅딜’ 문건에는 북한 핵무기와 핵물질을 미국에 넘기고, 모든 핵시설과 탄도미사일에다 화학·생물학전 프로그램까지 모두 해체하라는 직설적이고 포괄적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핵 프로그램에 대한 포괄적 신고 및 미국과 국제 사찰단에 대한 완전한 접근 허용 △모든 관련 활동 및 새 시설물 건축 중단 △모든 핵 인프라 제거 △모든 핵 프로그램 과학자 및 기술자들의 상업적 활동으로 전환을 요구했다.
미국은 이와 함께 북한 핵시설과 화학·생물전 프로그램, 이와 관련된 이중 용도 능력, 탄도미사일, 발사대, 관련 시설의 완전한 해체를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 북한에 일괄타결을 요구했고, 그 과정에서 볼턴 보좌관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북한은 미국의 포괄적인 북핵 해법에 ‘강도 같다’고 반발해왔다. 하노이 담판이 결렬된 뒤 북한이 또다시 협상 중단 위협을 가한 것도 트럼프 정부의 입장이 강경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빅딜 문건은 트럼프 정부가 초기에 제시했던 북한 핵 문제 해결의 기본 원칙인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에 가깝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이다. 트럼프 정부는 북한이 불가역적인 비핵화 등이 담긴 CVID가 패전국에 대한 요구라고 강력히 반발하자 이를 순화한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로 표현을 바꿨다. 북한의 핵 과학자와 기술자들의 상업 활동 전환 요구는 옛 소련 국가들에 적용했던 ‘넌-루가 법안’의 모델이다. 비핵화 마무리 이후에 상황이 바뀐다 해도 또다시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 자체를 최대한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완전한 비핵화’ 조치들을 한꺼번에, 즉시 이행하라고까지 요구했을 가능성은 작다. 큰 틀에서 먼저 합의를 이룬 뒤, 단계적 이행을 추진하는 밑그림을 그렸을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