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월2일 위스컨신주 그린베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그린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월2일 위스컨신주 그린베이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그린베이/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들이 잇따라 ‘주한미군 철수’를 언급하고 있다.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을 압박하려는 ‘거래 전략’일 수도 있지만, 한국의 안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미국의 대전략 변화 흐름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 개발 담당 부차관보는 6일(현지시각)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주된 문제가 아닌 북한을 해결하기 위해 더 이상 한반도에 미군을 인질로 붙잡아둬서는 안 된다”며 “한국은 북한을 상대로 자국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주된, 압도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결정 권한이 있다면 주한미군을 두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되는 국방전문가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보도된 주간지 타임 인터뷰에서 “왜 우리가 부자나라인 한국을 지켜줘야 하냐”는 말로 주한미군의 존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 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난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기를 원한다”며 “난 그들이 거기에 있는 미군 4만명(실제로는 2만8500명)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았기 때문에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측근의 주요 인사들이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시사하는 것은 우선은 ‘부담 분담(버든 셰어링)’ 차원에서 한국에 더 많은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트럼프가 재임 시기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압박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더 큰 군사비 지출을 요구했던 것과 마찬가지의 협상 전략의 측면이다. 한-미가 내년 말로 끝나는 제11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후속 협정을 위한 협상을 벌써 진행중인 것도,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부차관보가 6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 있는 자신의 싱크탱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미국 국내 정치의 변화와 미-중 경쟁 격화라는 큰 흐름의 속에서 미국 전략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중국 상대 하는데 미국 힘 집중…한국은 스스로 대응

콜비 전 부차관보는 이번 연합뉴스 인터뷰를 비롯해 일관되게 미국은 가장 큰 위협인 중국을 상대하는 데 힘을 집중해야 하고, 북한에 대한 위협은 한국이 스스로 대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차태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냉전시대처럼 DMZ 가까이에 주한미군의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켜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구조는 사라지고, 북한에 대한 방어는 한국이 거의 전담하는 형태로 하면서, 한국이 방위비는 더 많이 내도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전략이 중국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서 동아시아 동맹의 성격이 전체적으로 변하고 있고, 주한미군의 성격도 변화할 것이라는 점은 이제 확실하게 인식을 하고 대비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콜비 전 부차관보는 “가능한 이른 시기에 (한국군으로) 전시작전권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의 보수 진영에서는 반대해온 전작권 전환을 미국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는 또, 미국이 자국 도시들을 희생하면서까지 한국을 북한 핵 공격에서 보호하지 않을 것이므로 “한국의 핵무장을 배제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차태서 교수는 “미국 국력의 하강기였던 1970년대 닉슨 행정부에서 주한미군을 감축하자, 한국에서 핵무장 시도가 있었던 것과도 비슷한 국면”이라고 지적한다. 북핵 문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트럼프 재선이 현실화될 경우 한국 내에서 자체 핵무장론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 대선 결과를 예단할 수 없고 트럼프 진영의 한반도 정책이 실현된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미국 내에서 이런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변화는 결코 간과할 수 없다. 한국이 눈을 감고 있기에는 너무나 크고 위험한 변화가 진행중이다.

“주한미군? 한국 핵무장?…돈 없어진 미국, 솔직해져야” [이정민의 워싱턴정치K] 



입력 2024.05.18 (07:00)수정 2024.05.18 (07:01)

 


미국 언론에서 거론한 '2기 트럼프 내각' 가운데 외교안보팀 후보군은 여러 명입니다. 이 가운데 최근 해외 언론과의 접촉이 잦은 인물 중 하나가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입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말 "콜비 전 부차관보와 리처드 그레넬 전 독일 대사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집중적으로 거론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2일, 미국 뉴저지주 와일드우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면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RSNB)12일, 미국 뉴저지주 와일드우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하면서 한국의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언급하고 있다. (사진=RSNB)


두 사람이 가장 강력한 후보로 꼽힌 이유는 좀 달랐습니다. 그레넬 전 대사의 경우 트럼프와의 친분과 충성심이 부각된 반면, 콜비는 그가 주장하는 '내용'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대응에 집중해야 하고 그 외 지역에 대한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이 트럼프 진영에서 광범위하게 받아들여 지고 있다는 겁니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 강화는 한국에도 안보적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주장을 인터뷰를 통해 직접 들어봤습니다. 다만, 콜비 전 부차관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이 트럼프를 대변하는 입장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40분간의 인터뷰 가운데 발췌본을 소개합니다.
 

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 (촬영=KBS)KBS와 인터뷰하고 있는 엘브리지 콜비 전 미국 국방부 전략·전력개발 부차관보. (촬영=KBS)


▷ 트럼프 전 대통령이 TIME과의 인터뷰에서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방위비 인상을 압박했는데?
▶ 엘브리지 콜비 전 부차관보 :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의 캠프를 대변하지 않지만, 트럼프의 발언은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의 안보와 관련된 심각한 위협을 감안할 때 적절한 국방비 지출뿐 아니라 한반도에서 미군을 적절히 지원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그의 입장을 지지합니다.

▷ 당신은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는 게 불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거로 알려져 있습니다.
▶ 그건 제가 말한 정확한 의미가 아닙니다.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매우 중요합니다. 문제는 미국이 본질적으로 군비 경쟁에서 뒤쳐지고 있다는 겁니다. 중국이 미사일 재고 규모를 3년 동안 두 배나 확대하는 등 전례 없는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과 중국은 헤비급 선수인거고, 북한은 한국에는 심각한 위협이지만 미국에 그만큼 위협적이진 않아요. 게다가 중국도 한국에 점점 더 위협이 될 거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 집중해야 하고, 한국으로서도 이런 차원에서 미국이 실제 필요합니다. 이게 주한미군 문제입니다.
▶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은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미군이 한반도에 계속 배치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미군은 중국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 데 집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주한미군은 북한에 집중하고 있지만, 미국은 북한과 큰 충돌에 휘말릴 만한 여유가 없습니다. 북한은 남한 만큼은 아니더라도 매우 가공할 만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매우 위험해요. 따라서 핵심은 한국이 북한에 대한 방어, 특히 재래식 군사력 단계에서 1차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 방위비 분담금도 모두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는 건가요?
▶ 일본이나 타이완과 달리 한국은 매우 강력한 군사력과 방위산업을 갖고 있다는 걸 모두가 인식하는 게 중요합니다. 특히 한국이 방위비를 증액해야 한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적은 확실히 좋은 조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사례에서 그의 주장이 실현된 바 있습니다. 정확히 어떤 합의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공정하고 공평해야 한다고 봅니다.
 


▷ 북한은 중국, 이란, 러시아 등과 밀착하며 위험도를 더 키워가고 있는데요.
▶ 중국을 주축으로 러시아, 이란, 북한, 잠재적으로 베네수엘라, 쿠바까지 포함해 미국 주도의 세계 연합에 공동으로 반대하는 연합이 형성되고 심화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러시아는 전쟁을 벌이며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고, 따라서 중국이 배후에 있죠. 경제적으로도 이 모든 국가들이 중국을 필요로 합니다. 과거엔 북한이 뭔가를 하면 중국이 북한을 자제시킬 거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만일 중국이 타이완을 상대로 움직인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한국을 상대로 움직여 미국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고갈시킨 뒤, 중국이 미국에 도전할 겁니다. 이게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는 거죠.

▷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한국이 침공을 받으면 미국은 한국을 방어해야 합니다. 조약을 바꿔야 한다는 건가요?
▶ 아뇨. 제가 말하는 것도 조약의 연장선상이에요. 정확한 문구가 기억나진 않지만, 거기에 미국이 모든 군사력을 한국 방어에 투입해야 한다는 말은 없어요. 미국은 원조나 지원을 제공한다고만 나와 있죠. 이건 자살협정이 아닙니다. 미국은 한반도에서 북한과 전면전을 벌일 만한 군사적 자원을 갖고 있지 못해요. 저는 미국이 그렇게 하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어리석은 일이니까요. 그렇다고 우리가 한국을 포기하겠다는 건 아닙니다. 한국과의 동맹은 유지하되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을 제공하겠다는 거죠.
 

지난해 7월,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순환배치 부대 임무 교대식 (사진=연합뉴스)지난해 7월,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열린 미2사단/한미연합사단 순환배치 부대 임무 교대식 (사진=연합뉴스)


▷ 북한의 위협은 단순한 군사위협이 아닌 핵 위협입니다. 북한의 비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