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철회 원한 건 전날 발표 대북제재…추가제재 애초 없어"(종합)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3-27 10:17 조회7,715회관련링크
본문
"트럼프 철회 원한 건 전날 발표 대북제재…추가제재 애초 없어"(종합)
- 기사입력2019/03/27 05:22 송고
"NSC회의서 제재 놓고 비서실장측 '트럼프 안좋아할 것'에 볼턴 '내가 더 잘알아'"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철회'를 언급한 제재 대상은 실제로는 그 전날 재무부가 발표한 중국 해운사 2곳에 관한 것이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제재 회피를 조력했다는 이유로 중국 해운사 2곳을 상대로 단행된 재무부의 제재를 뒤집을 작정이었으나 행정부 당국자들이 그를 설득해 가까스로 막았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26일(현지시간) 미 당국의 설명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재무부가 북한의 제재 회피를 조력한 것으로 의심되는 중국 해운사 2곳에 대해 단행한 제재를 없애려고 했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 5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행정부 당국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뜻을 접도록 설득한 뒤 상황 수습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한 트윗에 대해 '호도하는 설명'을 내놓기로 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정작 당시 논의가 진행되던 추가 대북제재는 없었다고 이 사안에 정통한 2명의 인사가 말했다.
미정부 측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과 관련, '중국 해운사들에 대해 가해진 제재가 번복된 것이 아니라 그 외에 추가 대북제재를 추진하지 않는다'는 성명을 통해 해명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당초 성명 출처를 특정하지 않고 '익명'으로 하는 방안이 검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재 발표 이전에 구체적 조치에 대해 별도로 승인하지는 않았지만, 재무부가 적절한 제재 부과를 결정하도록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한 인사가 전했다.
재무부의 제재는 지난주 열린 NSC(국가안보회의)의 주제였고, 당시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의 국가안보 참모인 로버트 블레어는 대통령이 이번 제재 발표를 지지할 것 같지 않다고 경고했으나, '슈퍼 매파' 존 볼턴 NSC 보좌관은 이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대통령을 더 잘 안다고 반박했다고 2명의 인사가 전했다. 실제 볼턴 보좌관은 재무부 발표 직후 트윗을 통해 제재를 공개적으로 반겼다.
백악관과 재무부는 이러한 당시 상황에 대해 언급을 자제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보도했다.
이러한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수일 내 예정돼 있던 추가 대북제재'는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이미 발표된 제재를 하루 만에 번복하려 했다가 주변 참모들이 이를 급하게 주워 담으면서 사실관계와 다른 해명을 내놓은 셈이 된다.
유관기관 협의 등 의사결정 절차를 거친 부처의 발표 내용에 대해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정상적 절차를 무시한 채 하루 만에 뒤집으려다 참모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린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22일 트윗은 북한이 미국의 제재 발표 후 6시간 만에 개성 남북연락사무소에서 철수한지 하루가 안 돼 이뤄진 것이어서 북측을 달래 판이 깨지는 걸 막기 위한 유화 제스처로 풀이됐다.
공식 절차를 무시한 채 예고 없이 '트윗'으로 중대 사항을 발표하는 즉흥적이고 예측불허인 트럼프식 스타일이 다시 한번 재연된 것으로, '하노이 핵 담판' 이후 북미 관계가 중대 고비를 맞은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대북 노선을 둘러싼 트럼프 행정부의 불협화음을 단적으로 노출한 대목으로, 미정부가 '하노이 노딜' 이후 대북 압박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해 온 가운데 대통령이 나서서 압박 기조를 약화했다는 지적이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내에서도 나왔다.
당시 재무부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경악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오후 트윗을 통해 "북한에 대한 기존 제재에 더해 대규모 제재가 추가될 것이라고 오늘 재무부에 의해 발표가 이뤄졌다"며 "나는 오늘 이러한 추가제재 철회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모호하고 불분명한 트윗'으로 인해 그가 가리킨 철회 대상이 정확히 어떤 제재인지를 놓고 온종일 혼선이 빚어졌다.
전날 발표된 재무부 제재 이후 이날 추가로 재무부 발표가 이뤄진 것은 없다는 점에서 미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를 '오늘'로 잘못 표현한 것으로 대부분 보도했으나 저녁 들어 정정 보도했다.
이번 일은 로버트 뮬러 특검이 '러시아 스캔들' 관련 수사에 대한 결과 보고서를 제출하기 몇 시간 전에 이뤄진 것으로, '트윗 발표'를 즐기며 행정부 관계자들의 허릴 찔러온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로부터 점령 중인 골란고원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 인정을 주장하는 트윗을 올려 논란을 빚었고, 지난해 12월에는 미군의 시리아 철수 방침을 트윗을 통해 알렸다.
hanks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