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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은 가장 치명적인 심리전 수단…군사 충돌 우려 급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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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4-06-03 10:17 조회492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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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확성기 방송은 가장 치명적인 심리전 수단…군사 충돌 우려 급상승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대북 확성기, 1963년 시작해 재개·중단 반복

2018년 ‘판문점 선언’ 따라 철거한 뒤 6년만

북, 2015년엔 “선전포고”라며 확성기 타격 시도

정부, 9·19 군사합의 등 효력 정지할 듯

 

2004년 6월 16일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 전망대에서 군인들이 대북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연합뉴스

2004년 6월 16일 서부전선 무력부대 오두산 전망대에서 군인들이 대북확성기를 철거하는 모습. 연합뉴스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예고했다. 대북 확성기는 접경 지대 북한군·주민을 대상으로 체제와 한국 문화 등을 전파하기 때문에 북한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심리전 수단이다. 정전협정에 저촉하지 않는 선에서 정부가 북한에 선제적으로 취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강도의 조치로도 꼽힌다. 남북 관계가 ‘강 대 강’으로 치달으면서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이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장호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에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안보실 고위 관계자는 “확성기 재개 문제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고 그것을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취할 것”이라며 사실상 대북 확성기 재개를 예고했다.

1963년 5월1일 시작된 대북 확성기 방송은 남북 관계에 따라 여러 차례 재개와 중단을 반복했다. 1972년 11월 7·4 남북공동성명을 계기로 중단했으나 북한이 대남 확성기 방송을 재개해 우리 군도 1980년 9월 다시 방송을 틀었다. 2004년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합의로 방송은 중단됐다. 확성기를 다시 켠 것은 11년 후인 2015년 8월 북한의 목함 지뢰 도발 때문이다. 북한은 “대북확성기 방송은 선전포고”라며 ‘준전시 상태’를 선포하고, 확성기를 겨냥해 군사분계선(MDL) 남쪽으로 화기를 여러발 발사했다. 이후 북한의 제안에 따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졌고 확성기 방송이 중단됐다.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대북확성기를 다시 틀었다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직전 방송을 중단했다. 남북 정상은 4·27 판문점 선언에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측은 확성기 시설을 모두 철거했다. 그리고 북한의 ‘오물 풍선’ 날리기를 계기로 6년 만에 다시 재개를 눈앞에 두게 됐다.

1일 오후 국군장병들이 ‘판문점 선언’후속조치 첫 단계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MDL) 교하소초에 설치된 대북 고정형 확성기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1일 오후 국군장병들이 ‘판문점 선언’후속조치 첫 단계로 경기도 파주시 군사분계선(MDL) 교하소초에 설치된 대북 고정형 확성기 철거작업을 하고 있다.

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극도로 예민한 이유는 확성기로 전파되는 한국 노래, 국제 뉴스, 정치 체제에 대한 내용 등이 북한군의 동요를 불러일으킬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가수 김연자씨의 노래를 듣지도, 부르지도 못하게 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북한이 크게 반발할 것이 명확해 정부는 확성기 재개에 신중하게 접근해왔다. 지난해 말 북한이 9·19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한반도 긴장이 급격하게 고조됐을 때만 해도 정부는 확성기 재개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지막 빗장이 풀리는 순간이 눈앞에 온 것이다.

정부는 대북 확성기를 재개하는 데 필요한 절차는 다 밟겠다는 입장이다. 대북 확성기 금지를 명시한 판문점 선언의 후속 합의서인 9·19 남북 군사합의의 일부 또는 전체를 효력 정지할 가능성이 있다. 9·19 군사합의 1조는 남북이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내용이다. 9·19 합의가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인 만큼 평양공동선언도 논의 대상에 오를 수 있다. 이 합의들은 국회의 비준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결정만 있으면 효력 정지가 가능하다.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남북 간 우발적 군사 충돌 가능성은 필연적으로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북한 입장에서는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려면 한국과의 협상 테이블에 앉거나 확성기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방법밖에 없다.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포하고 연일 대남 비난을 이어가는 북한이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 북 오물풍선 살포에 “북한 감내하기 힘든 조치 착수하기로”…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2일 최근 북한의 대남 오물 풍선 무더기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 도발과 관련해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 조치에는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에 따른 상호조치에 따라 철거했던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포함된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 행위는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라며 이같이 말했다.

장 실장은 “북한 정권이 이러한 저열한 도발을 통해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적이고 현존하는 위협을 가함으로써 국민의 불안과 우리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북한의 어떠한 추가적 도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이를 위해 확고하고 빈틈없는 대비태세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물풍선 살포나 GPS 교란과 같은 도발을 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며 “반복될 경우 대응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이날 오후 2시30분쯤 장 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오물풍선 살포, GPS 교란,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복합도발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장 실장은 “조치는 더 이상 망설이지 않고 바로 할 것”이라며 “저희가 북한에 대한 경고를 했었고, 북한한테 분명히 시간을 줬는데 저희 경고가 나가자마자 바로 답이 온 것이라 저희도 굳이 더 시간을 끌 생각은 없다”고 했다

정부는 장 실장이 밝힌 조치에는 대북 확성기 재개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확성기 재개 문제에 대해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로 중단됐으며 확성기도 철거된 상태다. 정부는 3일부터 철거됐던 대북 확성기를 재설치하는 절차에 돌입하기로 했다. 대통령실은 확성기 재개를 위해 9·19 남북군사합의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안건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북한이 전면 무효화를 선언한 만큼 9·19 남북군사합의 전체를 무효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지난 1일 오후 8시부터 오물 풍선을 띄우기 시작해, 이날 오후 720여개가 식별됐다고 밝혔다. 오물 풍선은 시간당 약 20~50개가 공중 이동해 서울·경기·충청·경북 지역 등에 떨어졌다. 28·29일 살포해 전국에 떨어졌던 260여개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오물 풍선에는 지난 번과 동일하게 약 10kg 무게의 퇴비·담배꽁초·폐천조각 등이 담겼다. 합참 관계자는 “안전에 위해되는 물질은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달 27일 실패로 끝난 군사정찰위성 발사 실패 이후, 28일·29일 오물 풍선 살포, 30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인 초대형 방사포(KN-25) 18발을 일거에 동해상으로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쪽을 향한 위성항법장치(GPS) 전파 교란 공격은 이날도 계속됐다. 지난달 29일부터 닷새째다.

한·미 국방당국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이날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제21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를 계기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만나 회담을 같고 이같이 뜻을 모았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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