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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동상 옆까지 시장 허가…동대문시장 2배 규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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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19-01-22 10:25 조회4,9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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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동상 옆까지 시장 허가…동대문시장 2배 규모도

등록 :2019-01-21 20:00수정 :2019-01-22 07:08

 

연중기획 우리가 몰랐던 북한
③ 종합시장의 확산과 전문화

장마당, 2003년 ‘종합시장’ 합법화
숫자 급증 500개 안팎 추정
함경북도 청진 수남시장 최대
평양은 통일거리시장이 가장 커

품목별·도소매로 기능 나뉘고
당국, 단속에서 조성으로 정책 바꿔
혁명사적 인근까지 시장 합법화
전문가 “시장화, 되돌릴수 없는 변화”
퀴즈. ①북한에서 가장 큰 시장은? ②평양에서 가장 큰 시장은? ③북한 최대 옷 도매 시장은?

 

함경북도 청진시의 ‘수남시장’이 가장 크다. 바닥 면적만 서울 동대문시장의 두배다. 1만7천여개에 이르는 매대별로 한명씩만 잡아도 시장 상인이 1만7천여명이다.

 

‘혁명의 수도’로 불리는 평양직할시에는 30여곳의 ‘종합시장’이 있는데, 낙랑구역의 ‘통일거리시장’이 가장 크다. 동대문시장보다 크다.

 

최대 옷 도매 시장은 평안남도 평성시의 ‘옥전시장’과 청진 수남시장이다. 옥전시장은 북한 최대 옷 생산기지다. 서울 동대문·남대문시장 주변에 가내공장이 즐비하듯이 옥전시장 주변 마을도 ‘옷 생산기지’ 구실을 한다. 탈북민들은 “옥전시장에 하루 10만명 넘게 몰려든다”고 전한다. 수남시장도 몇해 전 값비싼 일본산 옷 생산 설비를 ‘돈주’들이 들여온 뒤, 옥전시장의 독보적 지위를 위협하는 경쟁자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돈주는 ‘돈의 주인’을 뜻하는 속어다. 자본가계급의 맹아다.

 

세 시장은 모두 ‘합법’이다. 북한 당국이 2003년 ‘내각결정 27호’와 ‘내각지침 24호’ 등을 통해 불법이던 ‘장마당’을 ‘종합시장’이라 이름 붙여 합법화했다. 거래 품목이 농산물로 한정된 농민시장(비상설 10일장)과 달리 품목 제한이 사실상 없어서 ‘종합’시장이다. 장마당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에 배급 시스템이 무너지자 인민들이 빠르게 확산시킨 자구적 ‘불법’ 시장을 이르는 속어다.

 

지금 종합시장이 몇개나 있는지는 북한 당국이 공표하지 않아 정확하게 확인하기 어렵다. 통일연구원은 위성사진과 탈북민 증언 등을 교차 분석해 종합시장이 최소 404개 있다고 2016년 12월 발표했다. 국가정보원의 추정은 439개(2017년 2월27일 국회 정보위)다. 지금은 500개 안팎이라는 추정이 많다. 2010년 200여개였으니 확산세가 가파르다.

 

 

북한 평양의 보통강 백화점 문구 진열대 앞에서 2017년 6월19일 드레스를 입은 한 어린이가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북한 평양의 보통강 백화점 문구 진열대 앞에서 2017년 6월19일 드레스를 입은 한 어린이가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평양/AP 연합뉴스

 

시장의 확산 못지않게 주목할 대목이 종합시장의 기능 분화, 전문화 추세다.

 

우선 ‘전국구 도매시장’. 시장네트워크의 허브인 청진의 수남시장, 평성의 옥전시장, 평안북도 신의주시의 ‘남중동시장’(옛 채하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남중동시장은 중국 단둥과 인접한 북한 최대 무역·유통·상업도시인 신의주에 있어 중국 수입품의 전국 유통 통로 구실을 한다. 수남시장은 그 안에 ‘공업품 시장’ ‘육류·수산물 시장’ ‘중고 옷 시장’ ‘잡화시장’ 등 품목별로 분화한 전문시장을 품고 있다. 항구도시이자 중국·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게 장점이다. 평양은 북한 최대 ‘소비시장’이자 교통의 요지이지만 ‘혁명의 수도’답게 출입 검열이 심하다. 옥전시장이 있는, 평양 바로 위 평성시가 북한 최대의 도소매 유통 중심지로 입지를 굳힌 배경이다.

 

둘째, 도 단위 시장네트워크의 허브 구실을 하는 시장이다. 갈마시장·율동시장(강원도 원산시), 혜산시장(양강도 혜산시), 외룡시장(자강도 강계시), 사포시장(함경남도 함흥시) 등이 그렇다. 모두 도 소재지에 있다.

 

도시 안에서도 시장의 기능 분화 경향이 나타난다. 예컨대 평양시에선 통일거리시장과 ‘중구역시장’이 고가 수입품을 주로 취급한다면, 동평양 사동구역 궤도전차 종점(송신역)에 있어 교통이 편한 ‘송신시장’은 “평양시민들이 생필품을 살 때 애용하는 대표 종합소비재시장”이다.

 

북한 당국의 시장에 대한 태도는 ‘단속·통제’에서 ‘관리·활용’으로 무게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장마당에 울타리를 치고 출입문을 하나만 두던 ‘통제형’에서, 지붕을 설치하고 여러개의 출입문을 두는 ‘관리형’을 거쳐, 아예 마트·백화점식 건물에 종합시장을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화해왔다.

 

최근의 행보는 더 과감하다. 옥전시장이 있는 평성시 주례동 대로 교차 지대에 형성된 노천시장을 울타리도 두르지 않고 합법화했다. 한 탈북민은 “시장관리소가 있으니 당국이 인정한 종합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보다 더 극적인 변화는 함흥시의 ‘금사시장’이다. 이 시장은 북한 최대 객석수를 자랑하는 함흥문화예술극장 바로 옆에 들어섰다. 도당사를 포함한 권력기관과 김일성·김정일 동상 등 혁명사적이 즐비한 ‘함흥의 심장부’다. 시장 변화를 오래도록 추적해온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입지로 시장과 관련한 북한의 국가 정책이 바뀌고 있음을 방증한다”며 “시장을 더는 ‘어쩔 수 없이 허용하는 부끄러운 공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짚었다.

 

통일연구원은 2016년 기준 종합시장 상인이 최소 110만명(109만2992개 매대당 상인 1명 기준)이라 추정했다. 북한의 평균 가구원이 4명(2008년 인구 센서스)인 점을 고려하면 440만명 안팎, 곧 전체 인구 2500만명(2017년 기준, 통계청)의 18%가 종합시장에 생계를 직접 의지하는 셈이다. 당국의 단속을 피해 종합시장 주변, 각지의 골목과 도로변에서 ‘메뚜기장’을 여는 인민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종합)시장은 “북한 경제의 실핏줄”(통일연구원)이다.

 

시장(화)은 인민들의 “현금 소득 창출”과 “식량·생필품 등 재화·서비스 공급”을 통해 “주민 생계 유지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며 “국가 재정도 확충한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시장화는 이제 불가역성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하는 까닭이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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